놀이글 & 조선풍속화
최근까지 개헌 했을 때 가장 선호하는 정치 체제로 미국식 대통령 중심제인 '4년 중임제'로 그냥 생략해서 부르는 체제를 선호하는 의견이 가장 많았습니다. 이원집정부제에서도 형식상 '4년 중임제'를 하는 경우가 많고, 독일식 의원내각제에서는 대통령을 국회에서 임명하면서 '5년 중임제'를 취하기 때문에 모두 같은 것이 아닌가 착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말하는 건 미국식 대통령 중심제로서 대통령 중심제의 한 형태로 '4년 중임제'를 말하는 것이죠.
그동안 우리 정치 체제의 문제는 독재 위험을 방지하면서(5년 단임제), 동시에 5년 단임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장기 정책을 실현할 수 있을 연속성을 모색하는 것인데, 국민들은 4년 중임제를 그에 적합한 것으로 보았던 것이죠. 어쩌면 미국 친화적이고 익숙하다는 점에서, 또 우리 정치 문화가 인물 중심적이라 한 사람을 인지할 수 있다는 점, 또 어렵게 독재타도를 외치며 얻은 직선제의 효능감, 또 한 사람이라도 정상적인 상식을 지녔다면 그에게 권력을 강력하게 부여하여 전체를 단기간에 효율적으로 바꾸어 보려는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와도 관련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또 인물 중심적으로 강력한 중앙집권에 익숙했던 근현대까지의 정치 문화가 지녔던 습관 때문일 수도 있겠고요.
(솔직히 매우 걱정스럽지만, 그건 나중에 다른 놀이글에서 말할 기회가 있다면 그러겠습니다.)
오늘은 그보다는 챗GPT에서 '4년 중임제의 장단점'을 물으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물론,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AI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제가 알고 있던 것과 판이한 의견들을 계속 내어서 조금 이상한 생각에 AI가 수집했을 것으로 판단하는 인터넷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게 중임제와 연임제를 해석하고 있었습니다.
그 내용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연임제를 연속적으로 당선되었을 때만 가능하다는 것은 제가 아는 것인데, 중임제를 연속적으로 임기를 연장하는 것을 금지하는 제도라고 하더군요. 그런 관점에서는 이번 임기를 한 뒤, 차기 대통령 다음에나 재도전이 가능하다는 것이겠죠. 물론, 이런 경우가 있다면 이건 독재의 위험을 방지하는 것일 텐데, 사실 중임제 등이 지닌 장점을 장기 정책의 실현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보면, 애초에 그런 면에서는 단절적이라 비효율적인 면이 있죠.
둘째, 중임제가 연속적으로 재임하는 것을 뜻하고, 연임제가 그렇지 못하는 것으로 설명한 곳도 있던데, 이건 좀 그냥 잘못 안 것 같습니다. 연임제의 한자 뜻을 직관적으로만 풀어보아도 그렇지 않을 것이란 것을 알텐데 말이죠.
셋째, 그런가 하면 중임제와 연임제를 횟수 제한의 차이로 규정짓기도 하던데, 역시 포인트를 놓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쯤 되고 나니, 과연 '4년 중임제'를 말할 때 무엇을 연상하고 찬성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최근 2024년 12월 10일 시점의 한 유명 일간지 칼럼에서 변호사인 분께서 게재한 글에서는 미국이 연임제를 채택하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고요.
"권력의 불균형이 초래되기 쉬운 단점이 두드러지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중임제가 아닌 연임제를 두어, 대통령이 2선 출마할 수 있는 것은 직전 임기 종료 후 바로 다음 임기 선거이고, 차기 대선 패배 시 더 이상 대선 출마가 불가능하도록 제한해 둔 것인데,"
이런 식으로 설명하였는데, 당시가 트럼프가 중임제로 바이든 다음으로 다시 컴백한 것을 고려한다면, 약간 당혹스러운 대목이었습니다. 우리 생각보다 '4년 중임제'도 막연한 제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과연 우리는 이 제도의 장단점을 알고 찬성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죠. 물론, 여기서는 그에 관해서는 더 말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저 제가 맞는다는 전제로 말씀드리자면, 중임제는 큰 범위의 개념이고 연임제는 그 안에 속하는 중임제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중임제는 권력자가 2번 이상 재임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포괄한 제도이지요.
그 중에 연임제는 반드시 다음에도 당선되어야만 하고, 떨어지면 그것으로 다시는 재도전을 할 수 없는 방식이죠.
앞에서 중임제로 착각했던 방식은 '비연속 중임제'라고 한다더군요. 연임은 금지하되, 여러 번 할 수 있는 것이죠.
그리고 중임제의 경우, 무한정 할 경우 독재의 위험이 있어서 제한을 두기도 하는데 2번, 총 8년으로 제한하는 게 일반적이죠. 12년 3번을 하면 독재의 위험이 있다는 게 연구 결과 때문인지 좀 꺼리는 듯합니다. 그리고 많은 대통령제에서 독재로 전환할 때 처음에는 재선 8년으로 제한했다가 3선 개헌을 하려는 유혹을 받기 마련이고,
인물 중심의 정치 문화에서는 쉽사리 이 유혹에 넘어가다 보니, 의원내각제보다 독재 전환율이 높죠.
미국에서는 암묵적으로 재선 8년을 지켜오다가 루즈벨트 대통령 때 4선을 한 뒤로, 공식적으로 2선 총 8년으로 재임 기간을 한정했다고 하죠. 어쩌면 정치인들끼리 나누어 먹기를 해야 하는데, 한 사람이 너무 오래 하면 싫어서 그랬을 수도 있다는 정치공학적 계산도 있을 수 있지만(우리의 5년 단임제가 그렇게 탄생했다는 해석이 있듯이), 어쨌든 우리로서는 우리의 특수성상 새겨듣지 않을 수 없는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