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돌이켜보면 그때는
영어가 대체 뭔데 그렇게나 신경을 썼나 싶다.
학창 시절부터 영어는 그 자체로 넘기 어려운
거대한 장벽처럼 느껴졌다. 어딜 가든
외국어 성적이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았고,
영어 잘하는 친구들이 대단해 보였다.
영어는 분명히 중요했고, 그걸 잘하면
멀리 갈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그러나 정작 사회에 나와서 돌아보니
그토록 신경 썼던 영어의 비중은
생각보다 미미했다.
영어를 치열하게 써야 하는,
그러니까 소위 성공했다는 쪽으로 가면 또 다르겠지만,
갑자기 태풍의 눈에 든 것처럼 고요해졌던 것이다.
생각보다 폭풍우가 불어닥치지 않는 것처럼.
곧 쓸려가거나, 이미 태풍을 따라 쓸려가고 있는데
말이다.
그래도
AI 덕분에 번역도 편해졌고,
더 이상 어깨에 얹힌 부담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여전히 영어가 중요하지 않다고
단언하는 경우는 드물다.
내 분야에서 딱히 쓸 일이 없다는 경우는 봤어도.
반면
컴퓨터 프로그램 중에는 과거 익히기 위해
자격증까지 따기도 했던 과목에서도
불필요해진 경우가 많다.
도스는 정말
순식간에 쓸 일이 없어졌다.
전문가들이라야 쓸 일이 있다지만,
윈도우 환경에 익숙해지면서
일반인으로서는 도스 명령어를 외울 필요가 없었다.
어떤 건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것을 피해간 것이고
어떤 건 순식간에 낡은 것이 되어 정말 필요없어진 경우였다.
AI가 더 발달하면 영어 공부 역시 지금과는 다른 비중으로 남게 될까?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