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창문 앞까지 와서 문을 두드린다.
비 예보로 우산을 가방에 챙겨 넣고
버스 시간에 맞춰 어제처럼 집을 나섰다.
정시에 도착하는 버스는 언제나처럼
제 길을 가고 승하차문을 통해
아침 공기가 바뀐다.
바쁜 걸음이 잦아들 때쯤 오늘을 시작하고
창밖 날씨에 민감해진다.
우르르 쾅!
난데없이 마른천둥이 비를 예고하고
하늘도 잔뜩 습기를 머금었다.
한쪽 눈을 찡긋.
얼렁뚱땅 햇살이 창을 비집고 들어섰다.
곧 비가 올 것처럼 찌푸리더니 해가 비 구름을
흩어버렸다.
마음도 봄날, 비 예보 있는 날처럼
잔뜩 찌푸렸다가 해가 고개를 들고 웃었다.
또 봄을 질투한 찬 바람이 옷깃 속으로 파고들어
얇은 옷에 차갑게 물들었다.
한번 지나간 바람이 뒤돌아 눈 한번 흘기고
요것 봐라.
다시 휘청하게 휘몰아치고 갔다.
바람이 흔들고 지나도
발목에 힘주고 서서 갈대처럼 장단을 맞추면
될 텐데
세상 일이 바람에 실리면 쉬운 일이 아니다.
귀갓길에 뒤로 부는 바람에 속도가 붙어
날듯 말 듯 집 앞에 도착했다.
밥상을 마주하고 앉아
웃는 낯으로 소소한 행복을 애써 말한다.
한 끼 따뜻한 식사를 남은 가족이나마
예전처럼 나누는 것만으로
눈물을 감추고 서로를 위로한다.
<대문 사진 출처/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