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내내 포근한 공기가 봄비를 불러왔네요.
촉촉하게 습기를 뿜어 초록색으로 물들여
갈색 줄기에 물길을 내었지요.
작은 입을 벌리고 오물거리며 잘도 받아 마시고
겨우내 움츠린 어깨도 활짝 펴고
지나는 머리 위에서 파란 하늘 향해 손짓을
하네요.
봄비를 맞으셨나요?
눈에 맺힌 이슬도 감추고
마음 안에 담은 가을빛 기억도 봄빛으로 빛나게
봄비를 맞으셨나요?
잊히지 않는 시간은 자꾸 가슴속으로 파고들고
애써 외면한 얼굴이 그리움의 이름표를 달았어요.
흰 눈이 오는 계절은 발자국 하나만 남겨도
깊은 샘에서 눈물을 길어 샛별 빛나는 새벽까지
문 밖에서 그림자를 붙잡았어요.
봄비를 맞으셨나요?
몽글몽글 아지랑이 따라 새 순이 돋아나면
차갑게 묻어놓은 상처에도 새살이 돋을까요?
추운 날을 오래오래 견뎌 보내고
4월 흰 목련이 필 때에는 웃을 수 있을까요?
봄비 오는 날,
가는 마음 붙잡고 길을 막으면
싱긋 웃으며 돌아설까요?
봄비를 맞으셨나요?
애써 눈물 감추지 말고 우산 받치던 손을 놓아
1년 만에 만나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다고
핑계를 대 볼게요.
<대문 사진 출처/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