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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가을바람 Apr 14. 2024

한 송이 남은 봄

봄 배웅


한 송이 남은 봄


흰 꽃잎 하나하나 날짜를 세어 떨어뜨리고

발밑에 널브러진 시간을 상처로 자국을 새겼다.

4월 목련은 꽃잎이 다 스러지면

마른 가지에 물이 오르고 온기를 담아

초록으로 싹을 틔우고 잎을 키웠다.



아는 이야기를 묻고 또 묻고

들은 이야기를 듣고 또 들어도

붙잡고 매달리고 애원하며

가는 시간에 적어둔 사연을 물었다.



목련이 지고 흰 꽃이 지고

바닥에 뒹구는 꽃잎이 갈잎으로 스러지고

줄기에 힘이 생기면 초록으로 무성한 나뭇가지에

무거운 시간과 계절이 매달렸다.



4월이라 목련의 계절,

봄의 한가운데 흰 눈처럼 꽃잎이 바닥에 쌓이면

지나는 발길에 차여 저만치 봄이 물러났다.

꽃잎 하나하나 흩날리고 흩날려

봄을 하나하나 곱고 곱게 세어

남은 한 송이는 아끼고 아꼈다.




대문 사진 by 봄비가을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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