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송이 남은 봄
흰 꽃잎 하나하나 날짜를 세어 떨어뜨리고
발밑에 널브러진 시간을 상처로 자국을 새겼다.
4월 목련은 꽃잎이 다 스러지면
마른 가지에 물이 오르고 온기를 담아
초록으로 싹을 틔우고 잎을 키웠다.
아는 이야기를 묻고 또 묻고
들은 이야기를 듣고 또 들어도
붙잡고 매달리고 애원하며
가는 시간에 적어둔 사연을 물었다.
목련이 지고 흰 꽃이 지고
바닥에 뒹구는 꽃잎이 갈잎으로 스러지고
줄기에 힘이 생기면 초록으로 무성한 나뭇가지에
무거운 시간과 계절이 매달렸다.
4월이라 목련의 계절,
봄의 한가운데 흰 눈처럼 꽃잎이 바닥에 쌓이면
지나는 발길에 차여 저만치 봄이 물러났다.
꽃잎 하나하나 흩날리고 흩날려
봄을 하나하나 곱고 곱게 세어
남은 한 송이는 아끼고 아꼈다.
대문 사진 by 봄비가을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