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지 않은 듯 웃었다.
웃고 있었다.
봄비가 여름비처럼 오는데 너는
웃고 있었다.
지나면 아무것도 아니란 듯이
웃고 있었다.
손안에 들어온 모래알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먼지로 흩어지는데 너는
웃고 있었다.
눈앞에서 버스가 지나가는데 너는
웃고 있었다.
한번 넘어졌다고 울고 있는 내 어깨를
아무렇지 않은 듯 툭툭치고 너는
웃고 있었다.
등 떠밀려 내 일이 아닌데도 도맡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를
탓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은 듯 너는
웃고 있었다,
나만 왜라는 수많은 물음에 단 한번
귀찮아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은 듯 너는
웃고 있었다.
너를 보고 나를 보고
나도 너처럼 아무렇지 않은 듯
웃을 수 있을까.
나도 너처럼 아무렇지 않은 듯
털어낼 수 있을까.
<대문 사진 출처/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