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이야기
쓰고 지우고 다시 쓰고 지운 이름과 얼굴
기억은 시간에 저당 잡혀 끄집어내고 싶지 않은
사연을 되새겨 되짚었다.
초록이 농익어 계절이 짙어지고
색깔에 따라 희망을 쓰다가
한 줄기 빗물에 쓰러지고 휩쓸렸다.
4월.
잔인한 달.
어디에도 눈물이라는 글자는 없는데
매해 4월이 오면 한 걸음 한 걸음
조심히 걸었다.
잠시, 뒤돌아 뒤늦은 후회가 그림자를 붙잡는 순간,
무너졌다.
목련은 꽃이 생명을 다하고
마른 가지에 물이 올라 초록 잎을 매달았다.
누구도 정한 적 없고
언제라고 부추기지 않았는데
오고 가는 시간은 그 자리를 떠나
돌고 돌아 그 자리에 마주 보고 섰다.
봄에 오는 비는
노란 개나리 색이고
분홍 진달래 색이며
하얀 목련 색이다.
노란 민들레는 노란 잎을 떨구고
흰 눈으로 내렸다.
두고 가는 시간이 나 혼자만 두고
모두 데려가도
그대 앞, 우리 마주 섰던 그날 그 자리에
여전히 해가 뜨고 지고
별이 물들고 달이 발자국을 비추리라.
<대문 사진 출처/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