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 시작 전,
우연히 아침 산책 시간이 생겼다.
아파트 단지가 모여 있는 사이에 나무와 잔디가 초가을 초록을 채 지우지 않았다.
어르신 한 분이 당신 만큼 나이가 든 강아지의 걸음에 맞춰 걸으시고 지긋한 연세의 아버지와 성인이 된 아들이 아침 산책에 여유로웠다.
하늘도 보고 발밑도 보고,
나무도 보고.
넓은 산책길 가장자리는 낮은 턱 옆으로
잔디 위에 나무들이 곧게 서 있었다.
그 사이 버드나무가 길게 머리카락을 늘어뜨리며 있고 군데군데 흙이 보이는 잔디밭은 오히려 싱그러웠다.
가을이 깊어지는데 한낮은 꽤 더운 요즘 날씨 탓일까.
눈 아래 바닥에 지렁이 한 마리가 기어가고 있었다.
<내일 비예보 때문일까.>
지렁이와 서로 갈 길이 달라 옆으로 피해 앞으로 걸었다.
저만치 길 끝에 아버지와 아들이 반대 방향으로 걸어 방금 지나온 곳에서 멈췄다.
부자가 걷는 아침이 보기 좋아 돌아보다 그들이 하는 냥을 가만히 보았다.
아들이 허리를 숙여 무언가를 손으로 계속 잡으려 애썼다.
아버지는 그 모습을 엷은 미소로 지켜보고 계셨다.
이윽고 무언가를 집어 나무 그늘이 있는 잔디밭으로 흩뿌렸다.
<아, 아까 그 지렁이!>
미처 생각지 못했다.
한낮 뜨거운 햇살에 지렁이는 한참 고군분투할 것이고 혹시, 지렁이에게 안타까운 일이 생길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무렇지 않게 손을 털고 가던 길을 가는 두 사람을 보며 요즘 찾아보기 어려운 배려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