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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가을바람 Mar 12. 2024

마음이 통한다는 것

가까운 사이일수록 거리가 필요하다.


마음이 통한다는 것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자리에서 귀를 열고

마음을 마주하는

귀가 닫혀도 마음을 대고

속삭이는 작은 소리도 들으려 애쓰는 것

말하지 않아도 웃음소리에

바람과 눈, 비를 점치고 달려가지는 못해도

흐르는 공기 따라 눈치채는 것

마주한 목소리의 온기와 냉기를 측정하여

내 마음보다 그대 마음에 아파하는 것

먼 길 걸어 주저앉아 쉬는 어깨에

말없이 물 한 잔에 꽃잎 띄워 내미는 것


마음이 통한다는 건

말이 필요 없는 것

쉬는 자리 편한 자리로 만드는 건

말이 아니라 마음을 놓는 것

도움은 받는 것보다 주는 것

내 것을 내주어 아깝지 않은 게 아니라

다 가져도 마음이 하는 일에 벅차오르는 것

다 줄 것처럼 천 마디하는 말보다

눈웃음 한 번에 내 자리 내어주는 것


달다 쓰다 말보다

옆에 기대도록 어깨 한번 툭 치는 것

다 안다고 늘어놓는 서문보다 

조용히 고개 한번 끄덕여 주는 것

눈물 콧물 억울한 속내에 쓰디쓴 조언보다

손 잡아끌어 따뜻한 밥상 앞에 앉히는 것


뭐라도 말뿐이면 잔소리

그저 옆에만 있어 주오.




대문 사진 by 봄비가을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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