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에세이
돌계단 오르는 길에 노란 꽃창포는 올해 꽃대를 몇이나 올렸는지. 부레옥잠 띄웠던 물확에 오늘도 하늘만 가득 비쳐 찰랑이는지. 한 촉 얻어 심은 자란은 죽었는지 살았는지. 옆집 수탉이 쪼아댄 하늘말나리는 여전히 끄떡없는지.
묻고 싶은 게 많은 날에는 편지를 쓴다.
홍역 앓던 강아지가 잠든 단풍나무 아래, 노루귀와 현호색의 세상이었는데. 거기서 뒤로 몇 발짝 가면 고깔제비꽃들 자리였지. 나지막한 담벼락 그늘은 비비추와 옥잠화 차지가 되었을까. 바위틈에서 번진 돌나물 별꽃은 하마 시들었겠어. 텃밭에 정구지 꽃 필 때가 멀지 않았군.
인사도 없이 급히 떠나왔지만 하루도 잊은 적 없다고. 내 손으로 하나하나 심고 물주고 키웠는데 어찌 잊느냐고. 커가는 모습 보며 뿌듯했다고 행복했다고. 때마다 꽃으로 화답해주던 그 모습 눈에 선하다고. 그리움이 사방으로 퍼지는 날, 꼭 다시 찾아갈 거라고.
꽃 피는 철이면 옛 주소로 편지를 쓴다.
https://daily.hankooki.com/news/articleView.html?idxno=1126225
2409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