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소식] 책방이름이 만들어지는 과정
이 브런치는 처음부터 책방손님들과 소통하고 책방을 운영해 가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올리려고 만들었는데요.
이제야 인사를 올립니다. 저는 나날이 좋은 책방의 주인장 나날이로그 입니다. 저희 책방의 현재 이름은 다정한 미도리 책방입니다. 불과 몇 달 전엔 홍인서점이었지요. 네. 이름을 한 번 바꾸었습니다만 한번 더 이름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저희 책방은 카페 2층에 있는지도 모르게 조용히 있어 동네분들도 존재 자체를 잘 모르실 텐데 이렇게 이름만 사부작사부작 바꾸고 있습니다. 카페와 겸하면서 아직 책방다운 이렇다 할 활동은 하지 않고 책 판매만 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도 초반에는 그러니까 홍인서점일 때에는 꽤 많은 분들이 생각보다 찾아와 주셔서 신기한 기분이었습니다. 오래된 건물에 들쭉날쭉하고 조금은 위험한 계단을 올라가야 해서 책방 내부는 제대로 된 책장하나 없이 원래 제가 가지고 있던 철제 렉과 테이블들, 그리고 작은 선반들을 두어 엉성하지만 다락방 느낌으로 제 취향을 반영해서 꾸몄습니다.
손님들은 아기자기한 분위기에 와! 강경에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다며 우연히 만난 책방이 반갑다는 반응이었구요.
계단을 올라가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아늑한 공간이 나와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책 판매를 떠나 저는 손님들의 반응에 잔잔한 행복감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벽면이 통일된 책장으로 바뀌어서 예전과는 약간 분위기가 달라졌는데 깔끔하고 더 많은 책을 놓을 수 있어 좋지만 저 역시 어딘가 예전의 분위기가 그립습니다. 좀 더 아날로그적이었다고나 할까요,
인테리어를 바꾸게 된 계기는 책방의 한쪽을 시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필요한 공간으로 내어주게 되면서 어수선해진 곳을 가리기 위해 보상차원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책방이 있는 거리는 강경근대문화거리를 조성중으로 이 건물 역시 시에 임대를 받아 운영하고 있습니다.
2층은 소방법상 카페로 운영하지 못해 창고로 사용을 하다 방치되는 것이 아까워 책방으로 꾸몄습니다.
그리고 여행을 가면 도시마다 작은 책방들이 있는 것에 반해 논산에는 도서관은 잘 갖추어져 있지만 주인의 취향이 반영된 개성 있는 책방이 없는 것이 아쉽기도 했던 마음에 내가 한번 해보자는 것이 계기가 되었고요,
홍인서점 이란 이름 역시 이 건물의 원래 용도였던 홍인병원에서 따왔습니다.
원래 정한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째서 일까요?) 고선경시인의 시집 '샤워젤과 소다수'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때에는 이 시집을 염두하고 지은 건 아닌데 지금 떠올려보니 그런 맥락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름이 어딘가 이 거리에 겉돌지 않나 싶어 딱 정하지 못하다가
몸을 치료하던 병원이 마음을 위로하는 서점이 되다
라는 슬로건이 번뜩 떠올랐습니다. 건물의 역사가 이어지는 점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이름을 서점으로 짓다 보니 '서점'이란 특성상 문제집이나 실용서를 찾으시는 문의가 종종 있었습니다.
서점은 제가 좋아하는 소설들과 시집들, 따듯함이 전해지는 에세이들을 주로 이루고 있다 보니 이름과 매치가 잘 되지 않나 그런 고민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이 거리의 역사와 그 배경 그에 관련된 활동들을 이어가는 것이 어울릴 텐데 그 부분들은 시간적 여유로도 깊이로도 제겐 부족해 스스로 담아내기에는 그릇이 큰 이름이구나 하는 부담도 들었고요.
그래서 책방분위기 자체에 어울리는 이름으로 인테리어를 바꾸면서 이름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몇 달간 책방을 운영해 보니 이게 제 적성에도 맞고 즐거워서 정말 잘해보고 싶었고, 추후 이 건물의 계약이 끝나고도 계속 책방을 운영할 수 있게 지속적인 이름을 짓고 싶었습니다.
(건물계약이 제 의지대로 계속 이어질 수 없는 부분 역시 이름을 바꾸게 된 이유 중 하나입니다, 홍인서점은 이 건물에서만 그 이름을 의미가 있다고 여겨져서요.)
저는 일본영화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중 특유의 잔잔한 힐링영화를 좋아하는데요. 오기가미 나오기 감독의 카모메식당은 제 인생을 일부 형성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 인물들과 삶에 너무 심취된 나머지 저는 저의 일상을 영화 안에서 살아가는 느낌으로 지내는 것을 좋아합니다. 밥을 먹고 차를 마시는 순간순간에서 단순한 의미를 발견하고 평범함 속에서 특별함을 느낍니다.
서점 역시 그 분위기를 이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서점은 카모메식당의 인물 중 한 명인 미도리가 카모메식당을 떠나 책방을 연다는 설정으로 미도리책방으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다시 이름을 한번 더 바꾸었습니다.
카모메식당이란 영화가 저의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알지 못했고, 그 점에서 책방의 이름을 설명하는데 너무나 많은 서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책방을 찾아주시는 분들과 이름으로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었지만 문제는 제가 책방을 무인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직관적인 이름이 필요하다!
는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이지요.
‘나날이 좋은’ 은 언젠가 쓰면 좋겠다고 간직해 둔 문구였습니다.
미도리책방이 되기 전 후보 이름 중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나날이 좋은 순간이 모인 오늘
페이지를 펼친다
더 없이도 완벽한
겹의 시간을 보태며
나는 나만의 세계를
살아낸다
by. 나날이 좋은 책방
(책갈피 문구)
일상의 순간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소소함이 이름에 전달이 되길 바랐습니다.
살아간다
가 아니고
살아낸다
는
저의 현재 상태를 반영되었구나.
쓰고 나니 알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살아간다
로 다시 바뀌는 날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름을 바꾸는 과정이 기간은 1년이 걸렸고
그 의미를 찾아가는 데에도 복잡한 생각들이 오갔습니다.
(원래 이 글을 아주아주 길었지만 상당 부분 잘라내었습니다.)
앞으로 평생을 함께 할 이름을 짓는다는 마음이었기 때문에 더 신중했습니다.
느리지만 천천히 사람들 곁에 머무는 책방이 되길 바랍니다.
부족하지만 그 모습 그대로 포기하지 않고 이 책방의 주인으로 남기를.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