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야감 Jun 22. 2024

나는 이상한 사람인가요?

31문장

손톱을 깎고 있습니다. 왼쪽 엄지손톱부터 자르기 시작하여 중지 손가락의 손톱을 절반쯤 자릅니다. 문득 전화가 울려옵니다. 나의 가족 중 하나가 큰 사고가 나 병원에 입원했다는 내용입니다.


그 소식을 듣고 숨이 멎는듯합니다. 당장 병원으로 가야겠습니다.


이때, 남은 손톱을 마저 깎고 가는 사람은 이상한 사람인가요?

절반쯤 깎은 중지손톱을 다 깎는 것, 왼쪽 손의 손톱을 다 깎는 것, 오른손 손톱까지 모두 깎고 가는  사이에 이상함의 경중이 다른가요?


또 다른 경우를 상상해 봅시다.


머리를 감고 말리는 와중에 전화를 받아 동일한 내용을 전달받았습니다.

이때, 그대로 병원으로 향하는 사람, 수건으로 머리를 최대로 말리는 사람, 드라이기까지 사용해 머리를 말리는 사람 사이에는 이상함의 경중이 존재하나요?

드라이 후 왁스까지 바르는 사람은 분명히 이상한가요?


그러면 자는 도중 동일한 전화를 받고 이를 닦고 가는 사람은 어떤 걸까요?

그 이상함의 경계는 어디에 존재하는 걸까요?


이번에는 전화로 전해 들은 내용의 강도를 조절해 봅시다.


주차해 놓은 내 자동차가 들이 받쳤다는 내용,

평소 자주 배가 아픈 가족이 병원에 갔다는 내용,

1년을 시험 준비한 친구가 결국 불합격했다는 내용,

나의 반려동물이 수술 중 예기치 못하게 사망했다는 내용,


각 상황에 따라 위와 같은 일련의 행동을 했다면 그 이상함의 강도는 달리 적용되나요?


또한 이 상황이 2024년 한국이라면, 1970년 한국이라면, 2000년의 미국이라면, 1990년의 일본이라면

이상함을 판단하는 기준이 달라질까요?


첫 번째 상황손톱을 깎는 정도에 대해 이상함의 샤프한 기준을 모두가 동의하여 정했다고 한다면, 그것보다 찰나만큼 조금 더 깎는 것에 대해서는 이상하다고 적신호를 켤 건가요? 아니면, 그 정도는 봐줄 건가요?


이런 생각을 하면 이상한 사람인가요? 이런 생각을 하지 않으면 이상하지 않은 사람인가요?

우리 각자의 중용은 어디에 좌표를 두고 있나요?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의 그림자를 얼마에 파시겠습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