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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달 Sep 24. 2023

한 톨의 기도도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기도는


  어제저녁 대전에 도착해서부터 잠들기 전까지, 잠자고 또 일어나서도 아침 먹으면서도 내 정신은 온통 '엄마 영접 기도'에 가 있었다.

  브릿지 전도법이라는 게 있는 줄도 몰랐는데 영엄마가 손수 가르쳐 주고, 유튜브에 찾아보니 여러 영상들이 나오기에 이단이 아닌지 분별하여 들으며 익혔다. (로마서 3:23, 요 5:8, 등) 전에 새롭게 하소서에서 가수 엄정화 님 이야기 들으면서 영접기도라는 게 있는 줄 처음 알았다. 제일 친한 친구가 자기가 엄정화 영접 기도를 하게 해달라고 늘 기도해 왔는데 실제로 그게 이루어져서 감사했다는 이야기. 한몇 달 전부터 기도하는데 그 이야기가 생각났다. "하나님 제가 우리 엄마 영접기도 하게 해 주세요"라는 기도가 나왔다.


  엄마는 오늘 행사 일정이 있어서 오후 2시에 나가야 된다고 그랬다. 나는 신랑한테. 엄마가 나가기 전에 복음을 전하고 영접 기도 해 주는 시도를 꼭 해야 된다고 그랬다. 신랑은 자기 외할머니는 엄마가 끼고 자꾸 얘기해 주면서 교회에 나가고 예수 믿게 된 거라며, 우리도 어무니(장모님) 옆에서 가까이 살아야 되는 건데.라고 말했다.

  여보 나는 그 말이 지금 복음 전하고 영접 기도 하는 게 무용지물이라는 말로 들려서 좀 언짢아. 그 말이 비겁하게 느껴져. 나는 여보랑 다르게 생각해. 금순 할머니한테는 엄마가 옆에서 끼고 교회 데리고 나가며 전도해 주는 방법이 맞았다면. 우리 엄마한테는 지금 이렇게 어디서든 꼭 붙들고 한 번은 제대로 복음을 가르쳐 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

  사실은 대전에 오기 전에 영엄마(영적 엄마=시엄마) 해줬던 믿음의 응원이 나한테 큰 도전과 용기를 줬다.

  "솔아. 네가 계속 기도를 해 왔잖아. 이제는 때가 무르익은 것 같아. 이번에 대전 가면 엄마 붙잡고 딱 앉아서 복음을 제대로 전해드리고 영접 기도를 해 드리면 좋겠어."

  누군가 나한테 한 번 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영엄마가 해줬다. 용기를 내고 싶은데 하나님이 내 등 좀 떠밀어주셨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영엄마를 통해서 넛지 하셨다.


  기상 시간 8시. 아침 먹은 거 정리하고 나니 10시 반. 딸 사위 손녀들까지 챙겨준다고 쉴 틈 없이 움직이는 친정 엄마는 반팔 반바지를 입었는데도 온몸이 땀범벅이다. 엄마는 분명 11시 반부터 외출 준비를 시작한댔는데, 느낌에 곧장 씻으러 들어갈 것 같았다. 나는 타이밍을 놓칠까 봐 좀 긴장했다.

  그전에 나는 아침 먹은 설거지를 하는 엄마 옆에 서서 조잘댔었다. 엄마. 이제는 약 안 먹고도 잠 잘 잘 거야. 예수의 이름으로 우울증은 떠나갈지어다! 했더니 엄마가 픽 웃으면서 '지랄하네'라고 받아쳤다. 장난스러운 그 말을 들으면서 나는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오늘 영접 기도 할 수 있나? 엄마한테 복음 전하는 거 실패하면 어쩌지 하는 마음도 들었다.

  그리스도인 부부에게 배우자는 서로의 친구이자 연인이자 보호자이자, '동역자'다. 엄마 전도를 눈앞에 두고 긴장하고, 걱정되는 마음이 든 나는 남편한테 기댔다. 남편한테 카톡을 보냈다.

"여보 지금 해야 돼. 도와줘."

아마도 폰으로 웹툰을 보던 신랑은 나의 눈짓에 화들짝 놀라 어어~!! 하면서 입을 뗐다.

"어머니 이리 와 보세요. 우리 이거 해야 되는 거 있어요, 지금."

  엄마는 내 얘기엔 콧방귀를 뀌지만 사위의 말이라면 듣지도 않고 뭐든지 오케이다. 자기 딸이 세상에 부러운 사람이 없다 소리 하게 해 주는 사위, 까칠한 자기 딸 인간 되게 해 주는 사위 안 예쁠 장모가 어디 있겠는가.


  나는 기도로 시간의 시작을 열었다. 신랑이 아이들을 보살피며 무언의 응원을 보내주는 것에 힘입어 나는 빈 에이포 용지 위에 브릿지 전도법으로 복음을 적었다. 긴장하며 간절한 마음으로.

그때 엄마의 말로 나는 잠시 멈칫, 조마조마했다.

"아니, 다 좋은데. 지금 이걸 나갈 준비 해야 되는데 꼭 이 타이밍에 해야 하는 ㄱ.."

"네 어무니. 해야 돼요. 지금 해야 돼."

(아. 너무 든든하고 고마운 우리 남편.)

"응, 알았어요. 우리 사위가 하라면 해야지."

  중얼중얼. 조잘조잘. 하나님이 사람을 지으시고 당신과 교제하며 행복하게 살도록 하셨다는 이야기. 그런데 인간이 자기 마음대로 살면서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지는 '죄'를 지었다는 이야기. 사람이 한 번 죽으면 끝이 아니고 그 후에 심판이 있으며 죄의 삯은 사망이라는 이야기. 모든 사람이 죄를 지어 한 사람도 구원받을 수 없는데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보내주셨다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셔서 내 죗값을 대신 치러주셨음을 믿으면 구원받는다는 이야기.

  엄마 이 이야기를 믿어?

  응. 엄마 믿어. 믿는다니까?

  엄마 그러면 내가 영접 기도 해줄게. 내 말을 하나씩 따라 해.

  응 알았어.

  주 예수님

  주 예수님

  저는 죄인입니다.  

  저는 죄인입니다.

...


  미리 준비한 영접 기도문을 엄마와 함께 읽었다. 엄마가 끝까지 따라서 읽은 다음에 나는 성령님이 시켜주시는 기도를 했다. 눈물이 줄줄 나왔다. 기도를 이어갈 수가 없도록 눈물 콧물이 나왔지만 꺽꺽대며 끝까지 기도했다. 엄마도 울고 나도 울고 남편도 울었다. 엄마는 나의 마무리 기도가 끝난 다음에도 울면서 고마워 우리 딸, 정말 고마워 우리 딸. 하면서 역시 여전히 우는 내 등을 쓸어줬다.


브릿지 전도 종이 (왼쪽: 실전, 오른쪽: 연습)



  내가 대학생 때 집에서 찬송가를 부르면 듣기 거북해했던 엄마가 오늘 예수님을 영접하는 기도를 따라서 했다. 나는 사회인이 되고 엄마 기도를 제대로 시작했지만 나의 미숙하고 울퉁불퉁한 영혼을 하나님 앞에 어떻게 내려놓아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엄마와 있을 때 자주 다퉜다. 자기와 사사건건 부딪히는 사람이 전하는 예수님을 믿을 사람은 아마 없을 거다.

  영혼의 단짝을 만나 결혼하고 딸을 둘 낳아 기르면서 나의 기도는 시나브로 깊고 강하고 간절한 모양으로 변했다. 어린아이의 옹알이 같은 기도도, 예수님을 잘 모르고 드렸던 기도도, 내 믿음이 약함에도 드렸던 기도도. 나의 모든 기도들을 하나님은 한 톨도 떨어뜨리지 않고 모으고 계셨던 것 같다.

  엄마는 오늘 나랑 복음 이야기 나누고 영접 기도 따라한 걸 그냥 하나의 의식이나 이벤트로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믿는다. 오늘은 엄마에게 아주 중요하고 귀한 날이 될 것임을.


  하나님은 나한테 또한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을 부어주셨다. 엄마의 신앙이 막 성장하지 않는다고, 엄마의 삶이 당장 신실한 성도의 삶처럼 바뀌지 않는다고 조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엄마의 신앙은 내가 판단하고 평가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엄마는 귀로 듣고 마음으로 믿으며 입으로 시인하여 이미 구원받았으므로. 그 마음을 빼앗기지 않도록 엄마를 위해 계속 기도하는 것이 나의 몫일테다.


준비해 간 영접 기도문





2023.9.16. 토 아침 10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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