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MOMENTS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달 Sep 26. 2023

가랑비에 옷이 흠뻑 적듯이

  


  예상도 생각도 기대도 못하고 있었는데 동생한테 갑자기 브릿지 전도, 영접 기도를 해주었다. 사탄도 예상 못한 반격에 헉했을 거다. 단순 반격이 아니라 치명타다. 악한 영들의 궤계는 십자가의 능력 앞에 반드시 수포로 돌아간다.

  사이버 대학에 입학하고 공부하겠다는 동생이 기특해서 남편과 나는 성능 좋은 하드, 모니터와 키보드 마우스 세트를 선물했다. 동생은 바로 그 컴퓨터로 어제 밤새워 게임을 했고, 한숨도 안 자서 피곤하고 몽롱한 상태로 우리 집에 왔다. 전날 전화를 걸어온 동생은, 친구가 선물해 준 소고기 1kg을 누나랑 매형이랑 같이 구워 먹고 싶다고 그랬다. 너무 예쁘고 고마운 마음이다. 근데 이제 밤새워 게임을 하고 올 줄은 몰랐지만(자기 자신도 몰랐을 듯)

  예전 같았으면 '공부하라고 사 준 컴퓨터인데 수업을 먼저 들어야 하지 않니'부터 시작해서 애정을 가장한 잔소리를 늘어놓다가 시간을 다 보내버렸을 텐데. 오늘 내 마음에 성령님이 계셨다. 공부하라고 맞춰 준 컴퓨터로 밤새워 게임하다니 괘씸하다,는 생각에 내 줄 마음의 자리 따위 없었다. 동생을 자꾸만 게임 중독, 비교와 열등감의 늪으로 끌고 가려는 악한 영의 궤계가 느껴져서 안타까웠다.

  11시에서 12시 사이에 오면 될 것 같아. 했는데 11시 정각 딱 맞춰서 왔다. 본인은 잘 모르는 것 같지만, 시간을 잘 지키는 성실한 태도는 하나님을 닮은 성품이다. 기특하다. 11시쯤 우리 집에 온 동생은 아파서 교회 못 가고 집에서 예배드린 둘째(10개월)를 잠시 보살펴주었다. 내가 밥을 준비하는 동안. '누나 나 잠깐만 누워 있어도 돼?' 하더니 12시부터 2시까지 쿨쿨 잔다. 그래 자라. 밤을 새웠으니 얼마나 피곤할 테냐.

  소고기 1kg '밖에' 안 가져간다는 동생의 말에 1kg이면 엄청 많은데? 했더니, 1kg는 저 혼자서도 다 먹을 수 있다고 그랬었다. 남편한테 전화해서 오는 길에 돼지 앞다리살 1kg 좀 사다 달라 부탁했다. 동생이 들고 온 채끝, 부챗살, 보섭살 소고기에 내가 삶은 수육까지. 단백질 폭발하는 식단으로 온 가족이 포식했다. 엄마표 야채 반찬까지 곁들인 건강식이었다.

  밥 먹고, 깎아놨던 멜론 먹고. "다 같이 산책하고 오자~" 말을 꺼냈지만 둘째가 재워달라 보채고 첫째는 똥 싸고 싶다 뭉그적거리는 통에 외출 준비 속도가 느렸다. 그 사이 동생은 슬며시 또 잠이 들었다. 얼마나 피곤했으면 조카들이 떼울음을 울어도 코도 안 골고 잔다. 그래 자라. 얼마나 피곤할 테냐.

  나와 신랑, 두 딸만 나가 동네 한 바퀴 돌고 왔다. 아직도 잔다. 쿨쿨쿨 자더니 7시에 일어났다.

  점심에 삶아둔 수육을 예쁜 접시에 담아 보쌈 정식이라며 내주었다. 신랑과 동생한테. 감탄하면서 먹으라고 반 협박하여 칭찬도 갈취했다.

  "와 누나 나 오늘 진짜 잘 먹고 잘 쉰다."

  동생의 말을 시작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요즘 사무실 밖으로 나가 공사 현장에서 안전 설비를 확인하고 또 현장 일도 돕는 동생. 자신의 일을 보잘것없게 느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이 다 대기업 공기업 찾아갈 때 20대에 건설 현장에서 6년 동안 몸담은 경력이 나는 독특하고 특별하다고, 귀하다고 본다. 동생을 지금 그 업종에서 6년이나 있게 하신 하나님의 뜻이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동생이 회복된 자존감, 건강한 자존감을 갖고 하루하루 하나님을 의지하며 기쁘게 살았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내가 믿는 예수님이 어떤 분인지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동생아, 네가 진짜 하나님을 제대로 알았으면 좋겠어."

  순간 브릿지 전도와 영접 기도가 생각났다. 엄마도 해 줬는데 동생은 못해줄 게 뭐냐. 저녁 먹은 설거지를 하던 남편도 응원해 준다. 나는 냅다 에이포용지를 들고 식탁 의자, 동생 옆 자리에 앉았다.

 "아 누나 이게 뭔데, 오래 걸리는 거야?"

 "아니. 5분이면 돼. 너 15분 안에 집에 가게 해 줄게."

  막상 시작하려니, 대전에서처럼 떨렸다. 손 모으고 입 열어 기도 먼저 했다.

 "하나님 갑자기 웅규에게 이렇게 전도를 해줄 수 있을 줄 몰랐습니다. 부족한 저이지만 말씀의 능력을 의지해 나갑니다. 지혜 주시고 저의 입술에 권세를 더해주세요. 두세 사람이 모인 이곳에 예수님 함께 계심을 믿습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떨리는 마음과 담대한 마음으로 에이포 용지 반을 접고 그 반쪽의 한 면을 다시 반 접는다. 왼쪽에 ㄱ, 오른쪽에 좌우반전된 ㄱ 선을 그리고 왼쪽에 사람, 오른쪽에 하나님이라고 쓴다.

  "동생아. 사람이 하나님과 교제하며 살면 많은 열매 맺고 풍성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 근데 사람이 하나님이랑 가까이 지내기를 싫어해서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졌어. 그게 죄야. 죄 때문에 사람과 하나님 사이가 이렇게 벌어진 거야."

  접었던 반쪽을 다시 펼치니 정말 사람과 하나님 사이가 양 극단의 절벽처럼 멀찍이 벌어졌다. 이상한 기분이 든다.

  너도, 누나도, 매형도, 조카들도 한 사람도 빠짐없이 하나님과 멀어졌지. 모든 사람이 태어날 때부티 죄인으로 태어나기에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해.(로마서 3:23). 그런데 이 죄가 왜 문제냐면. 살아 있을 때도 우릴 괴롭게 하지만 죽은 다음이 진짜 문제야. 사람이 한 번 죽는 것은 이미 정해진 일이고 그 후에는 심판이 있어.(히브리서 9:27) 죄를 지은 영혼이 받는 심판은 영원한 사망이야. 죗값은 피, 목숨으로만 치를 수 있어.(로마서 6:23) 우리가 죄 때문에 영원히 죽게 된 것을 하나님은 슬퍼하셨어.

  구약 성경에 보면 속건제, 속죄제, 무슨 무슨 제사가 그렇게 많은지. 죄를 지을 때마다 사람 대신 동물을 잡아 대신 피를 흘리게 해서 사람이 죽지 않게 했던 거야.

  그런데 이렇게 해서는 너무 힘들잖아. 사람은 거의 숨 쉴 때마다 죄를 짓는데. 동물로 매번 제사 지내기 힘들다고 사람이 대신 죽어줄 수도 없고.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만일 동생을 위해서 누나가 대신 죽어주고, 첫둥이 대신 매형이 죽어주고 한다 치자. 근데 그렇게 해서 사람들을 언제 다 구하겠어.

  그래서 하나님이 내거신 딜이 바로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이야. 역시 죄인인 인간이 다른 인간을 대신해서 죽는 방식으론 대속에 끝이 없지만. 하나님의 아들인, 죄 없는 예수님이 모든 인간의 죄를 대신해서 어린양처럼 속죄 제물로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거야.(요한복음 1:29) 그럼 딜이 되지. 마귀도 뭐라 토 달지 못할걸. 말이 되잖아. 죄 없는 신이자 또 온전히 인간인 존재가 모든 인간을 대신해서 죽겠다는데. 인간을 지옥에 끌어들여 고통 속에 영원히 살게 하고 싶은 사탄 입장에선 못마땅하겠지. 그래도 합리적인 이야기니까 딜이 성사된 거지.

  나를 살리기 위해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의 이름을 믿고, 그 예수님을 삶의 주인으로 인정하는 사람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셔.(요한복음 1:12)

  누나가 믿는 예수님은 이런 예수님이야. 웅규도 예수님을 제대로 믿으면 좋겠어.

  "누나 나 믿어. 원래 믿어."

  그래? 그러면 영접 기도 해줄게. 누나가 말하는 기도를 따라서 말해.

  "알았어."

  주 예수님.

  주 예수님.

  저는 죄인입니다.

  저는 죄인입니다.

...


  나는 불교, 무교 집안에서 태어나, 가랑비에 옷 젖듯 예수님을 영접한 사람이다. 뺑뺑이 추첨으로 들어간 중학교는 선교사가 설립한 미션 스쿨이었고, 고등학교 때도 대학생이 되어서도 주변에 늘 믿는 친구들이 있었다. 나는 친구들 따라 교회에 다니고, 나중에는 그냥 교회 문화가 익숙하고 척박한 토양 같은 내 인생 어디엔가 의지하고 싶어서 교회에 나갔다. 어느 날 문득 뒤돌아보니 나는 예수님 없이 살 수 없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동생에게도 같은, 아니 더 감사한 역사가 일어날 것을 믿는다.

  나는 밥 하는 주부로 사는 내 일상이 보잘것없게 느껴져서 싫었다. 근데 동생이 누나가 밥 해준다고 집밥 얻어먹으러 우리 집에 오고, 또 이런 잦은 만남과 교류가 쌓여 동생한테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을 전할 수 있게 되었으니. 나는 이대로 평생 밥만 하다 천국 가도 행복한 사람이 아닌가 생각한다.  


영접 기도문
매거진의 이전글 한 톨의 기도도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