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 마지막 학부모 상담까지 마치고 나니 저녁 7시. 일주일의 피로를 한껏 등에 업고 멍하니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고 있던 그때,
‘띠리리링’
“여보세요?”
“선생님!”
우리 반 부반장 준성이다.
“선생님, 지금 어디 계세요?”
“선생님 지금 교실에 있어. 뭐 놓고 갔니?”
아이들이 하교 후 종종 놓고 간 물건을 찾으러 오기에 물었다.
“아, 아니요. 음... 음... 선생님!”
“...?”
준성이가 한참 뜸을 들이더니 말했다.
“저, 선생님! 지금 밖에 비 와요.”
나는 앉은 자리에서 창밖을 보았다. 흐린 저녁 하늘에서 진눈깨비가 후드득 떨어지고 있었다.
“어? 정말이네. 아, 준성이 우산 놓고 갔구나?”
그날, 대수롭지 않게 물었던 그 질문에 나는 뜻밖의 대답을 들었다.
“아니요, 선생님~ 비 오니까 조심해서 가세요!”
“... 준성아, 비 오는 거 알려주려고 전화한 거야?”
“히히, 네! 선생님, 그럼 월요일 날 봬요!”
“응 그래, 준성이도 주말 잘 보내.”
“네.”
그렇게 나의 교직 생활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