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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송이 Sep 21. 2016

# 3화 우유 쏟은 날

 “무슨 일이야?” 

 “얘가 저한테 막 욕해요.”

 “네가 먼저 나 밀었잖아!”


 그날도 어김없이 난 꼬마들 싸움을 재판하는 중이었다. 그때, 현주가 복도로 나왔다.

 “선생님!”

 “들어가세요.”

 “아니 그게 아니라요, 수영이가 초코우유를 쏟았어요.”

 “괜찮아, 가서 같이 닦아줘.”

 “아니 그게 아니라요... 냄새가 너무 좋아요. 히히히.”

 "..."

 달달한 초코향에 취했는지 현주는 자기 할 말만 하고 들어갔다. 현주가 왜 저렇게 즐거워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난 하던 재판을 마무리했다. 

 "자, 화해 됐으면 둘 다 교실로 들어가."

 "네에."

 아이들이 교실문 확 열어 젖혔다. 그 순간, 

 '후욱~' 진한 초코향이 들숨을 타고 들어왔다.

 "우와, 누가 교실에 초코 향수 뿌려놨어?"

 “수영이요.”

 아이들이 일제히 수영이를 바라보았다. 내성적인 성격에 학교에선 말도 잘 안 하는 수영이는 자신에게 쏠린 관심이 부끄러운지 얼굴을 폭 숙였다. 나는 부리나케 우유를 닦고 있는 수영이를 보며 아이들에게 말했다.

 “우리에게 달콤한 교실을 선사해준 수영이에게 박수!”

 “와아아!”

 “수영아 고마워~”

 “고마워 수영아.”

 발갛게 물든 수영이 얼굴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선생님! 우리 그냥 우유 닦지 말고 수업해요."

"그럴까? 그럼 내일은 딸기 우유를 부어볼까?"

"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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