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만인가? 사실 되게 금방 온건데 상반기에 미친듯이 여행을 다니다가 하반기 내내 안가고 일하고 이사하고 고생하다 왔더니 너무 오랜만에 온 기분.
이번에도 역시나 시작은 카오산에서. 팟타이를 먹고 맥주를 마시고, 먼저와있던 친구들이 있어서 만나서 첫날을 시작했더니 여기가 태국인지 연남동 태국음식점인지 ㅋㅋ
이번엔 좀 이른 비행기를 타고 왔더니 10시쯤 카오산에 도착해서 맥주도 마시고 라이브펍도 가고 좋아하는 해비바도 가고 첫날부터 잘 놀았다.
다음날은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느즈막히 일어나 세수만 겨우 하고 나가서 국수 한그릇으로 해장하고 소화시킬겸 걸어가서 커피한잔 하고 다시 람부뜨리로 돌아와 마사지를 받는다. 카오산의 대낮 루틴이랄까. 게으르고 너무 좋다.
카페 강아지 귀여운 모모
태국에 참 많이 왔는데 12월 말에 온건 처음인가보다. 아니 분명 태국은 습하고 더워야하는데 상쾌하고 시원하다 썰렁할 정도. 너무 낯설고 당황스러움 ㅋㅋ 돌이켜 생각해보니 여름에 더 많이 왔던 듯.. 남들 안가는 우기때 맨날 왔었던 것 같다. 5~8월 정도. 근데 또 이렇게 서늘한건 길진 않다더라 연말연시 1~2주만 그렇다고.
무튼 날이 시원하니 걷기도 좋아서 대낮의 카오산도 좀 걸어보고 이리저리 거닐다가 호텔로 돌아와 씻고 빈둥 거려본다. 크리스마스 이브니까 맛난 저녁먹고 파티하는데 찾아가야지 하고 호텔을 나섰다.
지난 여행때 발견한 캐쥬얼한 홍콩풍 루프탑 가기낭. 크리스마스 이브니까 사람이 많겠지? 했는데 왠걸. 한팀뿐..? 뭔가 이상함을 느낀 나는 설마.. 태국은 25일에 안쉬나...? 하는 질문을 던졌다. 에이 설마 하면서 서로 바라보다 헉 하면서 찾아보니 정말 공휴일이 아니었다...! 불교 국가라 어쩌면 당연한 거였을까 전혀 생각을 못했네. 24일은 일요일인데 25일이 휴일이 아니라는 건 월요일이라는 거고 그렇다는 건 다들 23일 토요일에 더 신나게 놀았을 거라는 것... ㅋㅋㅋ 맙소사 어쩐지 23일 25일 파티는 많은데 24일 파티는 적더라니 아뿔싸 흐하하 그렇게나 태국을 많이 왔으면서 그것도 몰랐다니 ㅋㅋ
원래는 차이나 타운 펍 많은 거리에 가보려 했었는데 거긴 현지인들이 많이 가는 곳이니 25일에 안쉰다면 다들 어제 놀고 뻗었을듯 해서 크리스마스 이브를 즐길 관광객들이 있는 카오산에 머물기로 했다.
우선 내사랑 애드히어에서 기타 솔로 연주를 들으며 워밍업을 하고..
매번 가보려다 실패했던 재즈해픈스 자리에 새로생긴 pagg에 가서 음악도 듣고
카오산 안쪽에 그나마 넓고 덜시끄러운 mischa cheap 에서 공연한다길래 가봤는데 오빠들 공연이었던..ㅋㅋㅋㅋ
여전히 핫한 카오산..
요즘엔 너무 시끄러워져서 안쪽에 들어가지도 않았었는데 크리스마스 이브라 특별히 안에 들어가서 맥주마시면서 귀터질 정도로 틀어놓은 음악을 들으며 놀았다. 클럽도 오랜만에 가보고 마무리는 역시나 해피바에서..
이렇게 써놓고 보니 별일없이 착착 즐겁게 논것 같지만 뭔가 크리스마스 이브라 더 신나는 걸 해야한다는 압박에 모두가 어딜갈지 찾다가 못찾고 결국 가던데를 간, 그러다 다들 술을 더먹고 클럽까지 가고 무리해버린 그런 밤이었던 것 같다. 나는 생각보다 실패나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큰 편인데 그게 기대치를 낮추는 것으로 나타난다. 크리스마스라고, 생일이라고, 기념일이라고 기대하면 평소에 즐거운 것도 별거아니고 작은게 되버리니 즐겁지 않아지고 그런게 너무 싫어서 애초에 기대치를 낮추는 습관이 있다. 그리고 그게 오히려 긍정적인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크리스마스 이브때 파티가 없다는걸 알았지만 에이 뭐 어차피 태국 온게 중요하지! 크리스마스가 뭐가 중요해 그냥 태국 신나! 하는 식으로. 사실 알고보면 긍정적인 사람이 멘탈이 약해서 자기방어기재가 센것일수도 있다.
갑자기 이야기가 샜는데, 아무튼간 그래서 서로 약간은 힘든 근데 즐겁긴한 밤이었다는 것. 짝꿍과 둘이서는 이제 그런건 좀 초월해서 서로 솔직하게 얘기하고 재밌는곳을 찾을 때까지 시도하는 편인데 친구들과 같이 있으면 그게 좀 어려워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참 쉬러 와서까지 뭐할지 고민하며 스트레스 받다니 내가 원래 J긴 한데 P인 짝꿍과 여행하다보니 여행할땐 P가 되버려서 ㅋㅋ 어쨌든 결론은 즐거웠는데 술을 많이 마셔서 지금 아주 힘들다는 이상한 결론 ㅋㅋ
선택지가 많은 도심은 너무 힘들다. 맛집 찾아가는거 너무 힘들어 그래서 선택지가 별로 없는 작은 섬을 좋아한다. 이번에도 코따오를 가기로 해놨는데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됨.. 다음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