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비추-좋아요 이 말부터 없애야 돼
논란은 언제 어디에든 깃발을 꽂을 수 있다. 깃발이 가장 많이 꽂힌 '언제'와 '어디서'는 요즘의 SNS다. SNS에서 논쟁하기는 참 쉽고 어렵다.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제어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논쟁에 참여할 수 있으니 쉽고, 내가 통제할 수 없을 만큼의 사람이 이 글을 보고 각자의 해석을 덧입힐 테니 어렵다. 그래서 흔한 길거리 커플의 말싸움만도 못한 SNS상의 논란들을 볼 때마다, 덩달아 분노하고 짜증내긴 참 쉬웠지만 왜 내가 짜증나는지 설명하긴 어려웠다. 내가 짜증나는 부분은 대개 논란의 시발점이 된 포스팅보다, '좋아요'와 댓글이다. "'좋아요' 개수는 해당 포스팅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가?" "소위 '추천'과 '비추'를 각각 +와 -로 놨을 때 +가 많을수록 '추천받아 마땅한 말'인가?"
패턴은 두 개다.(좀 과장해서, 이 짧은 문장을 쓸 때도 비추를 안 받고 나아가 그 비추를 추천으로 돌리려면 '패턴은 두 개다.'에 빠져나갈 구멍을 여러 개 파 놓아야 한다. "이 패턴은 내 개인적인 생각에 불과하고 '두 개'라는 규정 역시 사람에 따라 세 개, 네 개, 백 서른 여덟개로도 나눌 수 있을 것이므로 내 말이 전적으로 옳다는 것은 아니다." 이런 식으로.) 논란의 주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전에는 긴 글보다 짧은 글이 사랑받는다. '좋아요'도 많이 받고(커뮤니티 글의 경우 비추는 거의 없고, 비추보다 추천의 수가 훨씬 많다), "완전 공감", "대박" 등 호의적인 댓글이 달릴 확률이 높다. 주제에 대한 댓글러들의 생각도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오고 간다. 긴 글은 환영받기 힘들다. '좋아요'가 많지 않고,(페이스북을 할 때의 내 경험에 비춰 봤을 때 '좋아요'를 누르는 사람 중에서도 절반 이상은 습관적으로, 꼭대기 한 두 줄과 저 아래 한 두줄만 보고, 딸려온 링크의 제목만 보고 얘기할 거라 예상한다.) 달리는 댓글도 "ㅋㅋㅋㅋㅋㅋㅋㅋ오 진지한데? 우리 언제 봐?"처럼 여기가 방명록인줄 아는 사람들의 것으로, 글의 주제와는 관련 없는 경우가 많다. 논란이 한창 진행중일 때는 정반대인 경우가 많다. (여기서 논란이 한창 진행 중이라 함은,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논란의 키워드가 오를 정도다.) 짧은 글보다 긴 글이 안전하다. 안전하기 위해 글의 분량을 늘린다. 안전하기 위해 창 대신 방패의 수를 늘린다. 본인의 주장보다는 타인의 반론을 예방하는 데 많은 분량을 할애한다. 그래서 글은 길어지고, 동시에 안전해진다. 짧은 글은 위험하다. 글의 뿌리는 아무래도 방패보다는 창이다. 방패 없이 창만 있는 글은 먹잇감이 된다.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논란의 키워드가 오를 정도로 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다면, 먹잇감은 훨씬 더 끔찍하게 당한다.
'아이유'와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라는 소재가 만만해서인지 [I.ZEZE.U] 사건에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달려들었다. '아이유 제제'는 네이버 검색 키워드 1위에 올랐고,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판매량은 일시적으로 급증했고, 'Zeze'의 음원 순위는 일시적으로 몇 계단 상승했다. 많은 글에 많은 댓글이 달렸다. 죄인이 된 아이유는 방패뿐인 사과문을 내놨다. 사과문이라면 응당 그래야 한다. 난 아이유가 잘못한 건 잘못했고 억울한 건 억울하다는 반론을 하길 바랐지만 아이유는 잃을 게 많은 사람이니 사과문을 쓰는 게 더 현명할 것이다. '아이유 제제'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도 한 마디씩 한다. 유명인과 듣보잡이, 기성 언론과 대안 언론이, 기자와 평론가가 각자의 의견을 내놓고 있다. 짧은 글보다는 긴 글이 안전하고, 창보다는 방패가 아주 훨씬 (좋아요와 추천을 받기에, 비추를 받기에) 더 유리하다. 방패가 많은 글은 안전할지언정 날카롭지 않다. 던지려는 창과도 관련이 없는 경우가 많다. 문학을 소비하고 해석하는 자와 출판사 사이의 관계를 얘기하는데, '원래 아이유 팬이었는데', '사실 Zeze 듣고 불편한 건 나뿐인가 했었어요" 등의 반응이 왜 필요한가? 방패를 요구하는 사람들은, 자기 심기를 건들면 비추부터 날리고 보는 사람들은 타인의 생각을 존중하지 않는다.
"이번에는 좀 잘못 생각하신 것 같아요. 어서 다시 나만의 뇌섹남으로 돌아와 주세요~" '아이유 제제'에 대한 한 평론가의 인상비평에 달린 댓글을 보고 소름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