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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ia Nov 05. 2019

아일랜드에서 만난 스페인 남자 친구

나는 결혼하고 싶지 않았다

 아일랜드에서 어학원을 다닐 때의 일이다.


 첫날 학원에서 레벨테스트를 받고 바로 반을 배정받았다. 확실히 유럽이라 그런지 반에는 유럽 여러 나라에서 온 학생들이 많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스페인에서 온 학생들이 제일 많았다.
 
  그 당시에 나는 마침 '스페인, 너는 자유다'라는 책을 읽고 스페인에 대한 큰 환상을 품고 있었다. 스페인에 꼭 가보고 싶었고 스페인어도 배워보고 싶었다.
 
  나는 반 스페인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었다. 스페인 친구들은 역시 책에서 본 대로 매우 열정적이고 활발했다. 소심한 나와 다르게 뭔가 항상 당당해 보였고 나는 그것을 닮고 싶었다.
 
  그렇게 스페인 친구들과 어울려 다닐 때쯤 어학원에서 열린 파티에 참석하게 됐다. 파티에 가 보니 우리 반에만 스페인 학생들이 많았던 게 아니라 다른 반에도 많이 있었다.
 
  파티에서 새롭게 본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며  그들과도 쉽게 친구가 될 수 있었다. 그러던 중에 다른 반의 한 스페인 남학생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넌 이름이 뭐야? 한국에서 왔어?"
 
  "난 Alice라고 해. 한국에서 온 거 맞아~넌 스페인 사람 같은데~맞지?"
 
  "응! 어떻게 알았어? 내 이름은 Jose라고 해. 아일랜드는 언제 왔어?"


 우리는 그렇게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는 잘생기진 않았지만 매력적인 얼굴을 가지고 있었고 키는 크지 않았지만 운동을 열심히 한 듯한 풍채를 풍기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이미 그에게 끌리고 있었다. 그 또한 나에게 관심이 있는 듯했다.
 
  마침 아일랜드에 오자마자 한국에 있던 남자 친구에게 차여서 난 심적으로 너무나 힘든 상태였다. 또한 항상 외로움을 너무 타서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나였기에 또다시 내 안의 금사빠가 꿈틀꿈틀 올라오기 시작했다. 나는 마치 언제든지 사랑에 빠질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 같았다.
 
  우리는 서로 연락처를 교환했고 자연스럽게 연락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학원이 끝나면 같이 점심을 먹었고 카페를 가기도 했으며 주변에 같이 놀러 가기도 했다. 우리는 그렇게 어느새 연인 사이가 되었다.


 하지만 사귄 지 1주일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 그는 나에게 말했다.


 “I think I really love you.” (나 진짜 너를 너무 사랑하는 것 같아.)


 그는 나에게 매우 잘해주었고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사랑한다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빠른 시기였다. 나도 그가 좋았지만 사랑을 느끼지는 못했었다.


 나는 대답을 주저했고 그는 매우 실망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거짓으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I think I  love you too.” (나도 너를 사랑하는 것 같아.)


 그 이후로 그가 점점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나도 엄청난 금사빠였지만 그는 나보다 훨씬 심한 것 같았다.


 또다시 1주일이 지나고 그는 말했다.


 “너 혹시 스페인에 있는 우리 집 같이 안 갈래? 우리 부모님도 만나고 말이야~”


 “응?? 너희 부모님?? 너무 빠른 것 같은데… 우리 만난 지 이제 2주밖에 안 됐잖아…”


 “만난 시간이 뭐가 중요해? 우리는 이미 서로 사랑하고 있잖아~나 사실 우리가 결혼하는 것도 생각해 봤어. 스페인에 있는 우리 집은 한적한 시골에 있어. 좀 지루할 수는 있지만 공기도 좋고 살기에 정말 좋아. 나랑 같이 가지 않을래?”


 정말 오마이갓이었다. 나를 너무 좋아해 주는 건 고마웠지만 이건 아니다 싶었다. 나는 생각해 보겠다고 한 후 그를 점점 피하 시작했다.


 ‘만난 지 2주 만에 결혼이라니?? 그리고 심지어 스페인 시골집에 가서 같이 살자니… 정말 나보다 심한 금사빠가 세상에 존재했었구나…’


 그가 너무 부담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하자 그에 대한 나의 마음도 순식간에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나는 그 당시 그를 피하기 위해 아일랜드 다른 지역으로 놀러 가버렸다. 그리고 그의 문자에 대답도 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성숙하지 못한 행동이었다. 그냥 사실대로 말하면 될 것을 왜 굳이 그렇게 행동했는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문자를 했던 것이 기억난다.


 “미안한데… 나 사실 너를 사랑하지 않아. 우리 이제 그만 헤어지자. 진짜 미안해…”


 그는 내 예상과 다르게 전혀 나에게 매달리지 않고 바로 답장을 했다.


 “그래? 나도 사실 너를 진짜로 사랑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 그럼 잘 지내…”


 순간 뭔가 허무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정말 나를 사랑하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면 내가 그를 계속 피하고 무시하니 그도 나에 대한 마음이 금방 식어버린 것일까? 아니면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을까?’


 사실 이제 와서 그건 중요 않다. 지금 돌이켜보면 참 어이없게 끝난 풋사랑이다.


 ‘만약 내가 정말 그의 부모님을 만나러 스페인까지 갔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진짜 우리가 결혼이라도 했을까?’


 상상만으로도 참 웃기다. 정말 아직도 진짜 사랑이 뭔지 모르겠다. 금방 타오르고 금방 꺼져버리는 사랑도 사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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