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는 인사

언제부턴가 인사말이 바뀐 당신에게

by 양맨

언제부턴가 너와 헤어지는 인사가 '다녀와'가 아니라 '잘 가요'가 되었을 때

어쩌면 나는 이대로 영영 너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

그래서 어쩌면 만날 수 있고 만질 수도 있다는 기대를 하고 싶지 않아

그 기대가 무너지면 너를 기다리는 시간이 많이 힘들거든

애석하게도


기다리는 시간은 같다고 했지

내가 너를 기다리는 시간이 힘들면, 너도 그렇지 않을까 염려돼

그러니까 볼 수도 있을 거라는 말은 하지 말아 줘

그냥 볼 수 있게 됐을 때, 선물처럼 와주렴

기다리고 준비하지 않아도 되게 불쑥 와줘

아직은 보이지 않아도 네가 선명하고, 기억도 또렷해

기억에 의존하고, 유통기한을 조금씩 늘려볼게 어떻게든

그래도 다행이야, 이제는 기다리는 시간이 마냥 슬프지만은 않거든

다만 이런 내 마음이 오랫동안 꽤 너에게 예쁘게 기억됐으면 좋겠다


마음에서 영원히 떠날 일은 없을 테니까


무엇이 진짜 너인지 모르겠어

혼자 있고 싶다는 게 너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당히 다음을 기약하지 않고 황급하게 가버리는 게 너인지

아마 둘 다 너겠지


혼자 있고 싶다는 너의 말이 아주 오래 머릿속을 떠다닐 거야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어서 안타깝고 미안해


하지만 힘들면 언제든 이 동네로 다시 돌아오렴

내 곁이 아니어도 돼

그냥 네가 편안한 곳으로 돌아와 기꺼이 혼자 지내도 되니까


혼자 있고 싶다는 마음이 꽉 채워지고

기꺼이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지나야 누구를 지키든 할 수 있을 테니까

혼자였던 네가 조금 더 나은 것처럼 느껴지는 건 내 기분 탓이겠지?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이뿐이야

밥 잘 먹고, 잘 자고, 잘 지내렴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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