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20일
(잠수한다고 해놓고 일찍도 왔습니다;; 제가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 피상적으로 이해했던 것 다 적어보자 싶어서요.)
어제 마침 회사 회식이라서 (회사 회식은 늘 점심시간입니다!!) 동료들에게 물어봤다. 대략 스펙은 다음과 같다.
스페인사람. 스페인과 독일에서 10+ 년 이상 일함. 마소는 2년 차.
이태리 출신으로 이태리와 영국에서 10+ 경험. 마소 5년 차.
러시아인. 러시아와 영국에서 3+ 경험. 마소 1년 차.
스코틀랜드인. 영국에서 10+ 경험. 마소 5년 차.
남아공인. 남아공에서 20년, 영국에서 10년 경험. 남아공에서는 기자 경험 10년 있음. 마소 1년 차.
한 명 빼고 다 남자였다. 물론 다 IT라서 남초환경이었다.
이 중 소리 지르는 상사는 단 한 번도 못 겪었다가 거의 백퍼. 그런 사람이 있다는 걸 들어는 봤다. 이태리 남자 한 명. IT 쪽에서는 못 봤으나 부인이 회계 쪽인데 (역시 이태리인) 거기에선 그런 사람 얘기 들은 적 있다고. 직접 겪었다는 사람은 남아공 출신 아저씨. 80년대 주간지 기자로 일할 때 소리 지르는 상사 한 명 있었다네.
한국 드라마에서 상사가 소리 지르는 장면이 있어서 충격 먹었다고 하니 -
동료: "에이 당연히 드라마니까 좀 과장해서 그렇지."
양파: "아니 과장 아니래. 실제로 그런 상사도 많대."
동료: "뭐 좀 험한 직장 아닐까? 공사장 이런 곳. 안전 문제로 너무 급하고 그러면 소리 지를 수도 있는?"
양파: "아니 멀쩡한 사무직이었거든. 상습적으로, 자주 그런대. 흔하다고 하더라."
동료: "당연히 짤리지 않나? 에이, 설마. 과장이겠지."
양파: "상사한테 맞는 사람도 있다던데?"
동료: "드라마 좀 그만 봐라."
혹시 나만 너무 화실 화초처럼 자란 거 아닌가 싶어 주위 다 물어봐도 이렇다.
그 외, 한국에서는 이렇다는 말 들어도 난 솔직히 뭐 소수의 좀 안 좋은 직장은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안 그렇다는 데도 많던데 했던 부분.
회식.
우린 회식은 거의 백퍼 점심이다. 어쩌다가 저녁에 잡히는 건 그냥 개인적으로 모이는 건데, 회사마다 팀마다 좀 분위기 다르고, 친한 사람들끼리 모일 수는 있겠으나 한국 드라마에서 보는 그런 "저녁 시간에 여는, 회사 직원 전체 회식"이런 건, 연례행사다. 회사 전체에서 여는 크리스마스 파티 서머 파티 이런 거. 물론 몇 달 전부터 스케줄 잡고 초대장 날아가는 그런 파티다. 어쩌다가 송별회 이런 거 하면 일 끝나고 술 한 잔 할 수 있으나 다 가야 하는 건 당연히 아니고 빨리 가야 할 사람 가고, 소수의 남는 사람은 남는다.
상사의 폭력.
난 상사가 나한테 손을 댈 확률은 차라리 만취 출근해서 자기 상사 패고 컴퓨터 부수고 깽판 놓을 가능성이랑 비슷하다고 본다. 내가 여자라서 더 그렇다. 진짜 죽으려고 작정하고, 더 이상 이 바닥에서 일 할 생각도 없고 급 체포 되어 인생 쫑내고 싶지 않다면 설마 부하 직원한테 폭력 행사할 리가. 그것도 직장에서. 그것도 여자 상대로.
성차별 발언.
예를 들어 회사에서 내가 잘 알지 못하는 회사 사람이 (그러므로 농담으로 볼 수도 없는) 나보고 "그래서 여자는 안 돼요" "아무래도 여직원보다는 남직원이 더 믿을 만하지"라는 식의 발언을 했다면, 내가 아니라 당장 내 동료들이 순식간에 얼음장 될 거라는데 돈 건다. 만약 나보고 "그래도 여직원이 커피 좀 타주면 얼마나 좋냐", (내가 싱글이라면) "어떤 남자가 데리고 가겠냐"는 식으로 말한다면 내가 인사과 안 가도 알아서 내 (남자)동료들이 넣어줄 거다. 실제 마소의 직급 높은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면 당장 짤려도 놀랍지 않을 듯. 실례로 얼마 전에 마소 CEO 사티아가 연봉 네고를 힘들어하는 여성들에게 어떤 조언을 하시겠습니까란 질문에 분위기 파악 못 하고 "일 열심히 하면 알아서 올려준다"는 식으로 말했다가 공개사과했다. 이 사람은 딱히 여자들을 타깃으로 한 말은 아니었고, 자기 커리어를 생각해 보면 그냥 묵묵히 일하면 위에서 알아서 올려줬다 생각해서 한 말이었으나, 남녀 간의 수입 격차 이슈도 모르고 여자들이 연봉을 올려 달라 하면 공격적으로 보는 문화를 문제 삼는 분위기에서 그런 눈치 없는 소리를 해서 대략 미디어에서 뭇매 맞고 사과했다.
여자가 연구실 있으면 정신 사납고 여자들은 뭐라 하면 울고 해서 안 좋다는 식으로 '농담'했다가 엄청난 뭇매 맞고 짤린, 영국의 __노벨상 수상 교수__도 있었다. 빌 클린턴 시절 재무장관 및 전 하버드 총장도 공개석상에서 여성이 과학과 수학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생물학적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 망언했다 무지막지하게 두들겨 맞고, 결국 못 버티고 물러났다. 사실 이 사람이 한 말 보면 앞뒤 맥락 참고하면 아주 심한 망언은 아니었으나... 네. 뭐. 분위기 그렇습니다.
마지막으로.
난 한국의 여자 직원에 대한 편견 보고, 와 진짜 여자는 어쩌고 하는 게 개소리다라는 걸 뼛속 깊이 새겼다. 한국 젊은 여자들이 남자보다 훨씬 더 말도 잘 하고 따지고 자기 이익 챙긴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내 거의 20년 직장 생활 동안 겪은 여자에 대한 편견은 정반대였다. 지 주장 잘 못 해서 호구 짓 하고, 연봉 네고 말 못 해서 적게 받고, 위에서 시키는 대로 그냥 하고, 의견 잘 안 내고, 남자애들은 지원하는 거 유리한 거 다 딱딱 따져서 찾아 먹는데 여자들은 못 하니까 그래서 진급 못 하는 거다...라는 게 평균 인식이었다(그니까 결국은 여기서도 진급 못하고 월급 적게 받는 건 여자 잘못이라고 떠넘김 ㅋㅋㅋ). 아, 그리고 한국에서 여자들은 사회생활 못한다는 거 듣고 진실 레알 세상은 넓고 개소리는 많구나 싶었다. 내가 익숙한 편견은, 여자들은 사회적이라 어울리는 거 잘 하고, 그러니까 사람들 도와주는 것도 잘 하고 사람들 의견 조정하고 이런 것도 잘 하니까 서포트 역이 맞고 (...) 남자들은 사회적 성향이 모자라고 리더 성향이 강하니까 뭐 잘 어울리려는 노력 이런 것보다는 일만 시키면 된다 - 이왕이면 리더로 공격적으로 쭉쭉 나가면 '부드러운' 여자들이 자잘한 일 다 끝내고 마무리 짓고 수습하는 거지. 왜냐면 여자들은 까라면 까고 자기주장 없으나 주위 사람들 배려는 잘 하니까 팀원으로 좋다 뭐 이런 엄청 성차별적인 편견이 흔하니까. 근데 한국에서는 여자들이 자기주장 세고 남자들은 사회생활 잘 하고 까라면 까서 좋다면서 ㅋㅋㅋㅋ 하나만 해 하나만.
그니까 결론.
뭐 어쨌든 다 여자 탓임. 그냥 겉으로만 보이는 걸로 아무 데나 갖다 붙이는 거임. 절대로 남자 중심의 사회가 문제란 생각 안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