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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소하 Nov 25. 2020

2015 – 2019 케이팝 결산

       

케이팝의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대략 5년간의 순간들을 짚어보는 일은 분명 중요하고 필요한 과정일 것입니다. 케이팝이 태동한 1990년대부터 그 이후의 많은 순간들 사이에서도, 2010년대 중반을 넘어서부터 이뤄진 많은 일들은, 그러니까 케이팝의 기획과 음악적인 부분부터 산업의 성장세까지 많은 부분에서 이루어진 일들은 분명히 기록적이었고, 중요하게 다뤄져야만 했을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발매된 수많은 트랙 중에서 50개의 트랙을 꼽아 그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것은 지극히, 무척이나 개인적으로 수행된 작업이고, 그렇기에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임은 진즉에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5년간 발매된 트랙과 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것은 분명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큰 노력을 들여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많이 부족한 결산이지만, 조금이라도 독자분들께 도움이 되는, 또는 독자분들이 과거를 되짚어 볼 수 있는 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본 결산의 순위는 큰 의미를 가지지 않으며, 순위 자체에는 보다 개인적인 취향과 판단이 부여되었습니다. 따라서 글을 읽으시는 독자분들께서는 순위에 큰 의의를 두지 않았으면 좋겠으며, 리스트 역시 개인적으로 이뤄진 작업이므로 역시 부족함이 존재하니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또한 리스트 작성 과정에 도움을 주신 스큅님, 에린님, 예미님께 감사의 말을 드립니다.)       


       

새로운 세대의 케이팝이 출범하며, 그들은 때로 국내 시장보다도 해외 시장의 관심을 크게 받는 경우가 생기기도 했다. 그리고 에버글로우(EVERGLOW) 역시 국내보다는 해외 시장에서 더욱 많은 관심을 받는 그룹이기도 했다. 특히 에버글로우는 「Adios」를 통해 국내외를 통틀어 많은 관심을 받게 되기도 했지만, 그들의 시작이었던 「봉봉쇼콜라 (Bon Bon Chocolat)」는 그들의 독특함을 중심으로 국내외 팬들의 관심을 끌어올만한 요소가 가득한 트랙이다. 독특한 보컬 샘플의 난잡한 등장을 시작으로 점점 사운드를 쌓아가고, 이후 다시금 난잡한 방식으로 무너뜨리는 모습은 에버글로우만의 특징을 만들기에 충분했으며, 또한 이러한 특징은 이후 에버글로우만의 독특함으로 자리 잡으며 새로운 세대의 다양한 등장 중에서도 분명 인상 깊은 지점을 남기게 되었다.       


       

조금은 천천히, 그리고 여전히 조심스럽게 글을 써본다. 그의 자리는 거대했다. 단지 그가 속했던 그룹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그의 자리는 여전히 많은 여백을 남기고 있다. 「고블린 (Goblin)」 속에서도 그러하다. 맑은 글로켄슈필 소리가 들려오는 동시에 설리(SULLI)의 목소리는 담담하게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이어, 때로는 매혹적인 멜로디를 읊기도, 점차 상승하는 멜로디를 가냘픈 듯 강하게 내뱉는 순간도 존재한다. 그러한 순간들의 가운데에서 나는 다시 그의 여백을 느끼게 된다. 여전히 그의 공백은 크게만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이 트랙을 앞에 두고 그 공백의 의미를 찾아보게 된다. 그리고 나는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빌어본다.     

  

       

어쩌면 오마이걸(OH MY GIRL)의 커리어에서 가장 이질적인 노래일지도 모른다. 살랑이는 듯한 기타 소리와 멤버들의 보컬이 교차되고, 이는 점차 소멸되는 듯하다 뜬금없이 강렬한 소리들과 목소리로 변주하여 화려하게 나아간다. 훅에 이르러서는 이국적인 사운드와 멜로디가 달려나가면서도 앞서 등장했던 바람이 더욱 거세게 부는 듯한 느낌을 제공한다. 물론, 그러한 강렬한 변화의 중심에서도 멤버들의 보컬은 중심을 잃지 않고 곡을 단단하게 잡아 세운다. 분명 「Windy Day」는 오마이걸의 수많은 트랙 중에서도 가장 독창적이고 독특한 곡이지만, 그 안에서 들려오는 오마이걸만의 색채가 뚜렷하기에, 나는 「Windy Day」에서 전해오는 바람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첩첩이 쌓여가는 보컬과 사운드는 꾸준히 강렬함을 잃지 않는다. 몬스타엑스라는 그룹의 특징에 걸맞게, 혹은 그에 어울리는 소리들은 「DRAMARAMA」에서 그 모습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노랫말 역시 그러한 소리와 함께 강렬한 모습으로 드러나며, 이를 내뱉는 멤버들의 보컬과 랩 역시 강렬한 느낌을 제공하여 곡의 기반을 탄탄하게 다져간다. 그렇게 강렬한 모습이 이어지는 트랙 내에서도 때로는 사운드를 중심으로 미니멀한 순간을 주조하기도 하고, 그것을 효과적인 낙차의 활용을 통해 폭발적으로 터트리기도 하며 「DRAMARAMA」는 몬스타엑스의 이상적인 모습을 확연하게 만들어낸다.       


       

드림캐쳐의 독특한 소리들, 가령 독창적인 멜로디들과 억센 록-사운드들이 달려나가는 순간은 언제나 짜릿한 느낌을 선사한다. 「PIRI」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러한 사운드들에 이어 “피리를 불어라”라는 외마디에 뒤로 더욱 강렬하게 달려나가는 사운드와 보컬은 드림캐쳐만의 색채를 화려하게 채워나간다. 때로는 그 소리들은 휘파람이나 피아노의 가녀린 소리로 대체되기도 하지만, 그것은 이전에 등장한 강렬한 소리와 대비를 이뤄내며 보다 극적인 순간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PIRI」는 드림캐쳐의 강렬함과 섬세함이 동시에 드러나는 트랙이면서도, 그것이 끝을 향해 달려가는 무섭도록 강렬한 순간의 연속으로 구성된다.      

 

       

이제는 그 시작이 언제였는지도 까마득한, 소녀시대라는 그룹의 커리어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소녀시대의 10주년을 맞이해 발매된 「All Night」은 어쩌면 소녀시대의 다채로운 면모를 담아낸 곡이 될 것이다. 「All Night」은 보다 대중적인 사운드와 멜로디로 시작되지만, 그것이 후렴에 이르러서는 보다 독창적인 소리로 변모한다. 매번 그래왔듯 더욱 완숙해진 멤버들의 역량이 두드러지는 보컬과 랩이 인상적인 순간을 꾸며냄과 동시에 사뭇 대비되는 두 스타일의 소리들이 교차되는 순간은, 소녀시대라는 그룹이 지금까지 보여준 수많은 음악과 스타일이 효과적으로 함축된 순간으로 비춰진다. 그렇게 「All Night」을 통해 우리는 소녀시대의 많은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여자친구의 레퍼런스는 어쩌면 명확할 수도, 혹은 반대로 더욱 모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학교 3부작’이라는 뚜렷한 서사의 끝에 서있는 「시간을 달려서 (Rough)」는 여자친구라는 그룹의 색깔을 더욱 확고하게 자리 잡도록 한 트랙이다. 스트링을 비롯한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중심으로 웅장한 분위기를 구현함과 동시에, 멤버들의 조화로운 보컬 운용은 그 웅장함을 단지 무겁게만 느껴지지 않도록 만든다. 그리고 매 순간 매력적인 멜로디가 등장하며, 여자친구라는 그룹만의 색이 기존의 무엇과도 비슷하지 않은, 그리고 기존의 무엇만큼이나 대중과 매니아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색깔임을 다시 한 번 증명해낸다.       



이제는 러블리즈도 데뷔 7년 차에 다다르고 있지만, 그들의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으로 남는 것은 「Ah-Choo」의 존재일 것이다. 그들의 데뷔곡이었던 「Candy Jelly Love」와 「안녕 (Hi~)」을 넘어 등장한 「Ah-Choo」는 러블리즈와 울림 엔터테인먼트의 색채가 가득 들어있는 트랙이다. 특히나 이전의 러블리즈와 울림 엔터의 트랙 및 기획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했던 ‘선율’이라는 요소가 확연히 모습을 드러내는 동시에, 곡의 전개를 좌우하는 다양한 전자음들의 배치는 「Ah-Choo」라는 트랙이 가지는 완성도를 드높였다. 특히나 많은 멤버들의 목소리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동시에 곡의 중심인 선율을 이끌어나가는 보컬은 러블리즈라는 그룹이 보여주고자 하는 색채를 화려하게 뽐내는 듯했고, 그러한 모습은 이후의 커리어에서도 이어지며 보다 확고한 러블리즈만의 색깔이 되었다. 그리고 그 시작에 있던 「Ah-Choo」는 분명 러블리즈라는 그룹을 더욱 돋보일 수 있게 만들었던 트랙으로 남을 것이다.       


       

나는 세븐틴(SEVENTEEN)이라는 그룹이 가지는 특색이 무엇보다도 ‘흥’과 ‘생기’에 가깝다고 느껴왔다. 데뷔곡인 「아낀다」에서부터 「아주 Nice」, 「박수」를 넘어 이후의 「울고 싶지 않아」, 「Home」, 최근의 「Left & Right」에 다다르기까지 세븐틴의 음악에는 그만의 흥과 생기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만세」는 당시의 세븐틴만이 그려낼 수 있는 흥과 생기로 가득한 트랙이다. 전반적으로 청량하면서도 활기찬 「만세」의 ‘흥’은 많은 이들이 쉽게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주조했으며, 보다 생동감 넘치는 순간들의 연속은 트랙을 보다 세븐틴스럽게 만들었다. 또한 “잠깐 소녀야”라는 노랫말에 이어지는 활기찬 멜로디는 계속해서 쾌활한 순간을 그려내며, 세븐틴의 커리어 중에서도 「만세」라는 트랙이 가지게 되는 특별한 자리를 만들어냈다.     

  

       

종현의 음악적 능력에 대해서는 내가 굳이 무슨 말을 덧붙이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의 작사/작곡 실력은 이미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았고, 그의 그룹 및 솔로 활동을 통해 엿볼 수 있는 보컬과 퍼포먼스 등의 역량 역시 무척이나 훌륭한 실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특히나 「좋아 (She is)」는 종현의 음악적 역량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트랙이다. 이전 샤이니의 음악을 떠오르게 하는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종현 특유의 알앤비적인 보컬이 효과적으로 융합하는 순간들이 연속되는, 가령 「좋아 (She is)」의 프리코러스-후렴으로 이어지는 순간에서는 많은 팬들이 종현의 음악에서 많은 매력을 느낄 수 있던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한다. 그리고 종현의 음악적 역량이 그 모든 것을 훌륭하게 수행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되새기며, 고인을 다시 한 번 기억해본다.  

    

       

NCT라는 거대한 플랫폼이 케이팝 시장에 새로운 모델로 대두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로 남아있다. 물론 NCT 내의 다양한 그룹들, NCT 127, NCT DREAM, WayV 와 많은 멤버들이 다방면으로 열띤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들 전체를 아우르는 NCT라는 플랫폼 자체가 좋은 기획으로 남게 될지는 조금 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하나의 플랫폼이 거대한 형태로 드러난 경우가 있고, 그것은 「Black On Black」이라는 트랙 내에서 18명의 멤버가 한꺼번에 무대에 올라 퍼포먼스와 가창을 선보이는 사례로 증명되었다. 분명 「Black On Black」은 기존의 케이팝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형태의 기획이자 음악이었고, 이는 현재에도 NCT를 제외한 어느 그룹도 실행할 수 없는 방식이다. 18명의 멤버가 하나로 뭉쳐 하나의 무대를 꾸미는 것, 그것의 시작이었던 「Black On Black」은 케이팝의 역사에서 분명 하나의 기록적인 순간을 남긴 트랙으로 기억될 것이다.       


       

현재에 와서 그들의 기획을 이야기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냐마는, 분명 <프로듀스>는 케이팝 시장에 커다란 충격을 안겼던 일종의 사건이었다. 101명의 연습생이 나와 “나를 뽑아달라”고 외치는 「PICK ME」는 그 당시에도, 현재에도 명백한 충격으로 다가오며, 그러한 충격은 팬덤이 케이팝 시장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다양한 방식 중에서도, 하나의 팬을 넘어 하나의 기획자로서 시장에 참여하게 되는 <프로듀스>의 시스템이 케이팝 시장에 선사했던 어마어마한 파급력을 가질 수 있던 이유를 깨닫게 한다. 그리고 그 시작에 있던 「PICK ME」는 분명 그 이전과 이후의 케이팝 산업에 중요하게 기록될 분기점으로 남을 것이다.     

 

       

물론 이전에도 ‘실력파 그룹’이라는 단어는 존재했고, 이를 완벽하게 수행해내는 그룹도 존재했지만, 2010년대 중반 이후의 케이팝 시장에서 마마무(Mamamoo)만큼이나 해당 키워드를 온전히 이룩한 그룹은 없을 것이다. 매혹적인 멜로디를 확실하게 그려내는 보컬과 그 사이를 완벽하게 채워내는 랩까지, 마마무 멤버들의 가창 역량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실력파’임이 확실했다. 그리고 「음오아예(Um Oh Ah Yeah)」는 여타의 곡 보다 멤버들의 역량이 두드러지는 동시에 보다 매끈한 소리와 화려한 멜로디로 꾸며진, 그리고 ‘실력파’ 멤버들의 완벽한 가창으로 완성된 훌륭한 케이팝 넘버이다.       


       

현재의 시점에서 워너원(Wanna One)과 <프로듀스>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꽤나 위험한 작업이 될 수 있지만, 그들이 당시 가졌던 파급력과 영향력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당시의 워너원은 단순히 하나의 그룹으로서 존재했다기보다는, 하나의 현상이 작용하여 기획된 그룹으로 존재했으며, 워너원과 그들의 팬덤이 기존의 형식을 넘어 새로운 방법으로 운동했던 사례는 분명 케이팝 시장의 전반적인 역사를 통틀어서 무척이나 독특한 형태로 기록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데뷔곡인 「에너제틱 (Energetic)」은 그들이 ‘국민의 그룹’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활력과 청량함이 완성도 높은 모습으로 드러나며, 그들의 팬을 넘어 모든 케이팝 팬이 기대하고 있던 ‘국민이 선택한 그룹’으로서의 모습을 훌륭하게 구현해 낸 트랙이었다.      

 

       

케이팝 시장이 캐릭터 시장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그렇기에 모든 아티스트는 특정 시기에만 해낼 수 있는 음악들이 있다. 그러나 「D.D.D」는 더보이즈(THE BOYZ)가 데뷔 3년 차에 그려낸, 데뷔 초기의 모습을 되새기는 트랙이다. 그러한 ‘데뷔 초기의 모습’이란 보편적으로 ‘청량함’과 연결될 것이며, 「D.D.D」의 분위기 역시 청량함과 비슷하다. 하지만 3년차의 더보이즈는 해당 음악을 단순히 청량함만으로 채워내기보다는 때로는 강렬하게, 때로는 숙련된 매혹적인 모습으로 채워나갔다. 그렇게 뒤섞이는 청량함과 다채로운 스타일의 혼합은 충분히 매력적이었고, 그렇기에 「D.D.D」는 더보이즈라는 그룹이 그려낼 수 있는 음악의 다양함이 무한함을 효과적으로 증명하는 트랙이 되었다.       


       

갓세븐(GOT7)은 데뷔 이후로 꾸준히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해왔다. 그것은 「딱 좋아 (Just Right)」의 독특함일 수도, 「하드캐리」의 강렬함일 수도 있지만, 「Lullaby」에 들어 갓세븐은 확실한 그들만의 색깔을 지니게 되었다. 매끈하게 흘러가는 소리들 사이에서 멤버들의 역량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또한 그것이 세련되게 그려지면서 갓세븐이 선보였던 수많은 콘셉트와 스타일 사이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순간으로 남는다. 그렇게 「Lullaby」는 많은 팬들이 기대한 갓세븐의 매력을 뚜렷하고 강렬하게 내세운, 또한 그것을 중심으로 많은 리스너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트랙으로 남는다.       


       

2010년대 중반 이후에 더욱 커다란 입지를 가지게 된 솔로 시장에 있어서, 가인은 그 이전부터 토대를 다져온 선구자에 가까울 것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솔로 시장은 많은 아티스트에 의해 그 뿌리를 다져왔지만, ‘케이팝 솔로 시장’에 있어서 가인은 분명히 드높은 위상을 가져야만 하는 아티스트이다. 그리고 「PARADISE LOST」는 가인이 거쳐온 커리어와 세월을 따라, 더욱 드높은 곳에서 등장했다. 어둡고 질척한 소리들의 사이에서도 가인의 목소리는 매 순간 매혹적인 느낌을 잃지 않으며, 그것이 후렴에 들어가며 보다 매력적이고 극적인 순간으로 탄생하여 가인이라는 아티스트가 가지는 힘을 강렬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그런 순간들의 가운데에서 가인의 역량은 빛을 내며 트랙을 더욱 완성도 있게 마무리해낸다.       


       

카드(KARD)가 케이팝 시장 내에서 가지고 있는 독특한 입지는 크게 ‘혼성 그룹’과 ‘라틴’이라는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기획의 시작에 있어서 가지게 되었던 혼성 그룹이라는 정체성은 그 당시에도, 현재에도 독특한 입지로 자리하고 있지만, 그 이외에도 ‘라틴’이라는 키워드는 그 이후에 정립된 카드만의 새로운 입지와도 같았다. 2010년대 중반 이후 많은 그룹이 시도한 여러 요소 중 ‘뭄바톤’과 같은 요소는 그 어떤 그룹보다도 카드와 잘 어울리는 요소가 되었다. 「Don’t Recall」에서도 마찬가지로 매력적인 뭄바톤 리듬이 이어지는 동시에 멤버들의 가창이 리듬에 매끄럽게 녹아들고, 그러한 리듬과 목소리의 조화가 매혹적인 스타일을 만들어내며 카드만의 색채를 더욱 짙게 한다. 그리고 분명 「Don’t Recall」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카드의 스타일은 계속해서 독창적인 입지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WM 엔터테인먼트라는 기획사만의 독특한 색채 속에서도, 온앤오프는 계속해서 색다른 모습을 선보임으로써 케이팝 시장 내에서 자신만의 입지를 굳혀 나갔다. 그리고 「사랑하게 될 거야 (We Must Love)」는 그것이 가지는 ‘타임리프’라는 독특한 소재를 중심으로 나아가는 듯하면서도, 멤버들의 보컬이 선사하는 긴장감의 조절, 그것을 마무리하는 기타, 신디사이저등의 사운드를 통해 완성도 높은 케이팝 넘버를 완성해냈다. 특히 다양한 멤버들의 독창적인 스타일이 드러나는 보컬의 활용이 눈에 띄는 동시에, 이를 효과적으로 배치하여 곡의 긴장감을 이끌어가는 순간들은 「사랑하게 될 거야 (We Must Love)」를 넘어 당시의 케이팝에서도 분명히 인상적인 순간을 남겼다.       


       

시작부터 음역의 최하층에서 들려오는 랩을 지나 점차 강세되는 보컬과 랩을 다시 한번 넘어, 강렬하게 울려 퍼지는 신디사이저와 “스트레이 키즈”라는 외침을 듣게 된다면, 아마 우리는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의 매력에 한 층 더 다가간 상태일 것이다. 단지 그들이 내뱉는 강렬함이 스스로의 만듦에서 왔다는 것을 빼놓더라도, 스트레이 키즈의 외침은 분명 그 힘을 내포하고 있음에 특별하다. 그리고 특히 「MIROH」에서의 외침들, 멤버들의 각오가 확실하게 드러나는 순간들은, 그들이 미래에 그려낼 강렬한 스트레이 키즈만의 매력적인 색채들을 미리 맛볼 수 있도록 한다.       


       

누구나 알 수 있겠지만, 「I Feel You」에 들어서며 원더걸스가 밴드 형식으로 스타일을 변주했던 결심은 무척이나 힘든 과정을 내포했을 것이다. 게다가 원더걸스라는 그룹이 이전에 가졌던 엄청난 파급력과 인기를 떠올린다면, 그러한 변화의 시작이 얼마나 힘든 결정이었을지는 쉽게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이다. 하지만 그러한 변화가 점차 숙련되며 보다 확실한 매력을 가진 채 등장한 「Why So Lonely」는 그들의 결심이 절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보다 매혹적인 멜로디와 사운드, 더욱 훌륭한 멤버들의 역량까지, 「Why So Lonely」의 것들은 쉽지 않은 변화를 택한 원더걸스의 결심과 그 이후의 과정이 성공적임을 확연하게 증명해낸 트랙이다.     

  

       

루나(LUNA)의 역량은 이미 f(x)의 많은 음악을 통해 증명되었던 사실이고, 그것이 솔로 아티스트로서 반영될 순간은 많은 이들이 기다렸던 것이었다. 그리고 「Free Somebody」는 그러한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키는 트랙이다. 여전히 강렬하고 매혹적인 루나의 보컬, 그리고 그를 감싸는 매력적이고 세련된 사운드는 루나의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발걸음을 보다 확고하게 지탱한다. 트랙이 진행되는 내내 유려하고 매끈하게 전개되는 소리들의 움직임과 그 사이를 여유롭게 활보하는 루나의 보컬은 많은 이들의 기대를 충족함과 동시에 루나라는 아티스트가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음악의 폭을 확실하게 구현해낸다.       


       

이제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전 세계적 아티스트가 된 방탄소년단이지만, 그들의 전 세계로 손을 뻗칠 수 있었던 기반에는 「DNA」가 있었다. 『LOVE YOURSELF』라는 거대한 내러티브의 시작으로서, 혹은 방탄소년단의 글로벌화를 앞장서서 이끌어간 「DNA」는 그만의 세련되고 매력적인 소리들을 중심으로 나아간다. 메인으로 등장하는 휘파람 소리를 기저에 둔 채 그 위를 마음껏 누비는 멤버들의 보컬과 기타, 신디사이저 사운드는 곡의 탄탄한 기반을 다져가며, 이들이 잠시 모습을 숨기거나 다른 소리들이 등장하여 공간을 꾸며낼 때도 「DNA」의 소리들은 그 매끈함을 잃지 않는다. 그리고 그러한 ‘매끈함’이야말로 방탄소년단이 글로벌한 그룹이 될 수 있었던 중요한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2010년대 중반 이후의 케이팝을 짚어나감에 있어서 트와이스(TWICE)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그룹이다. 그들이 이뤄낸 다양한 기록과 그로 인해 가지게 된 위상은 그 어떤 그룹보다도 뒤처지지 않는 수준에 이르렀고, 그들이 발매한 수많은 곡들은 매번 대중과 매니아에게 사랑받았다. 그러나 그들이 「FANCY」에 이르러 취한 선택의 변곡점은 분명 이질적이었고, 그럼에도 그들의 음악은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았다. 뚜렷한 콘셉트와 매력적인 멜로디는 여전히 트와이스의 음악에서 중요한 축으로 자리했으며, 중독적인 후렴 또한 자리를 지킨 채 커다란 변화의 사이에서도 트와이스의 색을 꾸준히 드러낼 수 있도록 도왔다. 그 이전과 이후의 트와이스가 선보인 행보를 생각했을 때, 「FANCY」는 분명 음악적으로도, 기획적으로도 트와이스의 커리어에서 중요한 순간으로 남을 것이다.       


       

케이팝 솔로 시장에 다양한 유형의 아티스트가 있지만, 분명 태연은 그 어떤 아티스트보다도 훌륭한 실력을 가진, 그리고 매번 좋은 음악을 선보이는 보컬리스트이다. 그의 솔로 시작에 있었던 「I」를 필두로 수많은 트랙에서, 그리고 기존의 그룹에서도 보여주었던 그의 보컬 역량은 계속해서 뚜렷한 인상을 남겼고, 그것은 「Fine」에 이르러서도 계속되었다. 특히 「Fine」에서 태연의 보컬은 많은 팬들이 기대했던 시원한, 그리고 강렬한 모습으로 등장하며, 그것은 매력적인 기타, 서정적인 노랫말과 섞이며 더욱 훌륭한 순간을 그려낸다. 그렇게 매번 뛰어난 역량을 드러내는 태연의 보컬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는 사실은, 케이팝 시장에 훌륭한 보컬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동일하게 여겨질 것이다.       


       

이제는 당당히 ‘보컬 명가’라고 불릴 우주소녀는 수많은 케이팝 그룹 사이에서도 독창적인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특히 「꿈꾸는 마음으로」 이후 더욱 짙어진 ‘신비로움’의 색채는 우주소녀라는 그룹의 커리어에서도 중요한 분기점으로 자리했는데, 이는 결국 「부탁해」를 통해 더욱 완성도 높은 형태로서 발현되었다. 「부탁해」는 기존 우주소녀의 음악에서 중요한 입지를 가졌던 스트링과 신비로운 신디사이저 사운드를 중심으로 나아가는 동시에 멤버들의 뛰어난 보컬을 앞세워 곡을 전개해 나간다. 곡이 진행되는 내내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사운드와 이를 바탕으로 화려하게 솜씨를 뽐내는 멤버들의 가창 능력은 우주소녀라는 그룹만이 낼 수 있는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동시에, 이들이 확실한 콘셉트를 바탕으로 활약하는 모습을 그려내며 우주소녀의 한 분기의 마침표를 확실하게 찍어냈다.       


       

<프로듀스 48>이 그 이전의 시즌보다 관심과 인기가 부족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이 결과적으로 내놓은 아이즈원(IZ*ONE)은 이전의 그룹만큼이나 큰 관심을 받았다. 물론 그 관심은 대중보다는 대부분 케이팝 팬과 매니아 층에서 온 것이지만, 그들을 향한 관심도는 이전의 그룹보다도 어쩌면 커다란 형태로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의 데뷔곡인 「라비앙로즈 (La Vie en Rose)」가 등장하자, 이러한 관심과 그들을 향한 기대는 곧바로 충족되었다. 보다 웅장한 분위기와 함께 세련된 소리들이 연달아 등장하며 아이즈원이라는 그룹의 색을 그려나가는 동시에, 조금은 미숙한 멤버들의 가창 역시 순수한 느낌을 중심으로 곡을 꾸며내며 그들의 데뷔를 성공적으로 장식했다. 단지 하나의 곡만으로 아이즈원의 이후 행보와 그 의의를 담아낼 수 없지만, 「라비앙로즈 (La Vie en Rose)」는 분명 <프로듀스> 시리즈의 화려한 불꽃을 만개할 수 있는 씨앗을 틔운, 그 시작을 다시금 알린 트랙으로 남을 것이다.       


       

이전에도 이야기 한 적 있지만, 있지(ITZY)가 주목을 받은 데에는 그들이 JYP 엔터테인먼트의 신인 걸그룹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물론 「달라달라」에 대한 이전의 내 견해는 부정적인 요소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었지만, 현재의 내가 펼치고자 하는 견해는 그와는 반대되는 경향을 띌 것이다. 첫 시작이라는 게 무색하게도 계속해서 변주하는 드럼 리듬 사이에서 멤버들의 보컬은 능숙하게 역량을 펼쳐내고, 그들이 당당하게 내뱉는 “난 달라”라는 메세지는 있지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그 순간을 더욱 빛나게 꾸민다. 그리고 「달라달라」와 있지의 데뷔는 단순히 한 그룹의 데뷔라고 보기보다는, 케이팝 시장 내에 새로운 세대의 등장이자 보다 높은 곳으로의 도약으로 볼 수 있을 것이며, 그러한 「달라달라」의 당차고 역동적인 움직임은 분명 가까운 미래에 더욱 커다란 영향력으로 다가올 것이다.       


       

새로운 세대의 케이팝이 등장함에 있어서, 투모로우바이투게더라는 존재는 그 어떤 그룹보다도 케이팝의 새로운 세대를 확연하게 드러내는 그룹이다. 독특한 콘셉트를 비롯하여 확연한 메세지와 캐릭터, 뚜렷한 음악적 색채 등 기존의 것보다도 다방면으로 발전한 요소들을 들고 온 새로운 세대의 시작은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등장으로써 완성되었다. 「어느 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 (CROWN)」라는 독특한 작명의 제목부터 그 안에 내재된 독창적인 사운드들, 그러나 그것들이 매끄럽게 연결되는 순간의 연속은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확연하게 잘 만들어진 그룹임을 증명하는듯하며, 독특한 제목에 걸맞게 계속하여 특이한 서사의 노랫말이 전개되는 과정은 그들만의 새로운 콘셉트의 진행을 예견하는 듯했다. 그렇게 「어느 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 (CROWN)」와 함께 등장한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데뷔는 새로운 세대의 등장을 완성하는 순간으로써, 미래의 케이팝 시장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이달의 소녀가 특이하면서도 특별한 이유 중 가장 큰 근거는 그들이 매우 다채로운 음악과 기획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기인할 것이다. 특히 한 그룹 내에서 3개의 유닛으로 나누어져 활동을 이어가고, 이와 함께 12명의 멤버가 모두 솔로 싱글을 가지고 있다는 점 역시 그러한 특이하고 특별한 기획의 일원이 될 것이다. 또한, 그러한 12개의 솔로 싱글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츄의 「Heart Attack」은 신생 기획사의 기획과 음악이라고는 쉽게 믿기지 않는 완성도 높은 모습으로 드러난다. 츄라는 멤버의 특성을 완벽하게 파악하여 만들어진 독특한 내러티브와 역동적이면서도 통통 튀는 사운드의 전개는 멤버에게 딱 맞는 음악과 기획의 산물이라고밖에는 볼 수 없으며, 그러한 음악과 기획 사이에서 자신의 역량을 뚜렷하게 뽐내는 츄의 보컬 역시 「Heart Attack」의 높은 완성도를 꾸며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 이전과 이후의 이달의 소녀가 지나 온 커리어를 짚는 과정에서도, 츄의 「Heart Attack」은 손에 꼽을 만큼 높은 완성도로 완성된 트랙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샤이니(SHINee)의 음악 커리어를 짚어보는 일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케이팝의 음악 역사를 짚어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이나 샤이니의 음악은 케이팝 시장에 많은 영향력을 선사했으며, 그들은 매번 새롭고 세련된 음악을 들고 와 케이팝에 새로운 활로를 개척했다. 그리고 「View」 역시 그러한 사례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같은 해에 발매된 f(x)의 「4 Walls」와 마찬가지로 딥하우스를 적극적으로 차용하는 동시에, 그와는 사뭇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전개해나가는데, 가령 보다 시원한 느낌의 악기들을 사용하는 동시에 멤버들의 보컬 역시 그러한 ‘청량함’에 보다 초점을 맞춰 트랙 전반을 깔끔하고 쾌활한 분위기로 이끌어간다. 또한 기존 샤이니의 음악과는 달리 미니멀한 사운드로 시작하는 「View」는 점차 그 소리들을 쌓아가다가 무거운 베이스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함께 그 소리들을 무너뜨리며 낙차를 만드는데, 그러한 순간들의 연속과 앞서 언급한 ‘청량함’의 조화는 예상보다도 더욱 인상적인 순간을 만들어내며, 그들이 매번 그래왔듯, 역시나 새로우면서도 세련된 음악을 그려내는 샤이니의 음악으로서 존재하게 되었다.      

 

       

아이오아이(I.O.I)의 해체 이후 많은 이들이 가졌던 우려와는 달리, 청하는 솔로 아티스트로서 점점 더 높은 입지를 향해 올라서고 있었다. 솔로 아티스트로 출발한 청하는 많은 이들이 케이팝 아티스트에게 바라는 모든 능력치를 가진 채 등장했다. 특히 노래와 퍼포먼스라는 케이팝의 음악적 측면에서 가장 주요한 두 요소를 뛰어난 능력으로 수행할 수 있는 청하의 역량은 「Roller Coaster」를 통하여 더욱 확고하게 만들어진 자신만의 색채와 함께 더욱 빛나기 시작했다. 보다 상쾌한 느낌의 신디사이저 사운드와 드럼 비트는 청하의 목소리와 함께 생동감 있는 분위기를 제대로 그려냈으며, 이는 음악과 동시에 청하의 강점인 퍼포먼스 역시 확실하게 살려낼 수 있는 지점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Roller Coaster」이후 청하는 더욱더 뛰어난 역량과 그에 따른 작품을 선사했으며, 케이팝 시장 내에서 솔로 아티스트라는 독특한 지위를 더욱 드높은 위상으로 끌어 올리며 현재에는 케이팝 시장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아티스트가 되었다.       


       

12명의 멤버, 3개의 유닛, 그리고 하나의 팀으로 완성된 이달의 소녀는 「Butterfly」를 통해 한 번 더 온전한 모습으로 거듭난다. 매우 높은 위치에서 날갯짓을 하는 듯한 목소리와 그에서 멀찍이 떨어져 낮은 음역대를 채우는 베이스가 공존하고, 그 사이 어딘가에서 부유하는 듯한 스타일로 가창하는 멤버들의 보컬은 「Butterfly」라는 트랙을 완전하게 여백을 남기지 않는, 곧 모든 공간이 가득 찬 트랙으로 만든다. 또한 드랍 파트에 들어서며 중구난방하게 움직이는 보컬 샘플과, 보다 가녀린 느낌으로 들려오는 멤버들의 목소리는 또 다른 공간을 만드는 듯하며, 그러한 목소리들의 조화는 그 어떤 그룹보다도 뒤처지지 않는 효과적인 융합의 순간으로 드러난다. 「Butterfly」는 곡을 감싸는 전반적인 소리들, 그리고 그 사이를 부유하며 곡을 이끌어가는 멤버들의 보컬이 훌륭하게 융합하며 매 순간 깊은 인상을 남기는, 분명 매력적으로 만들어진 웰-메이드 케이팝 넘버이다.       


       

YG 엔터테인먼트의 음악을 이야기함에 있어서는 항상 그 특유의 ‘뽕끼’, 혹은 ‘쪼’에 대한 이야기를 떼어놓을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은 블랙핑크(BLACKPINK)의 음악에서 역시 존재하며, 물론 그러한 특유의 것이 매번 부정적인 의미로만 사용되지는 않는다. 가령 「뚜두뚜두 (DDU-DU-DDU-DU)」의 경우 그러한 특유의 뽕끼가 존재하는 동시에, 멤버들의 수준 높은 가창과 랩을 통해 그것을 세련되어 보이게 만들었고, 보다 매력적인 멜로디와 중독적인 훅을 통해 블랙핑크만의 색을 조금 더 강하게 가미했다. 결국 블랙핑크의 색이 가미된 결과 「뚜두뚜두 (DDU-DU-DDU-DU)」는 YG 엔터의 기존 음악과는 다른 지점들을 만들어냈는데, 색다르면서도 뛰어난 보컬의 융합과 계속해서 변주하는 소리들의 전개는 이후 블랙핑크 특유의 스타일로 자리 잡았으며, 이는 기존 YG 엔터의 음악이 뛰어넘지 못한 ‘하나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구축하는 결과로 귀결되었다. 그렇게 「뚜두뚜두 (DDU-DU-DDU-DU)」는 블랙핑크만의 색채를 확연하게 그려냄과 동시에 기존의 한계를 한 층 뛰어넘는 결과로 등장하며, 그들이 음악을 넘어 다방면에서 한 층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때로 시장 전반을 사로잡아 버리는 등장이 있으며, (여자)아이들의 등장은 그러한 경우의 좋은 예시가 되었다. 물론 그 등장에는 큐브 엔터테인먼트라는 기획사에 대한 기대 역시 작용했으나, 전소연의 자체 프로듀싱이라는 특별한 요소를 포함해 멤버 구성, 독창적인 음악 등의 요인들을 통해 (여자)아이들은 기존의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모습으로 등장했다. 그리고 그러한 많은 요소들, 전소연의 작편곡 및 작사 역량과 더욱 성장한 멤버들의 역량, 보다 특별한 음악이라는 다양한 요소가 응집된 트랙으로써 「LION」이 존재한다. 웅장한 드럼 소리와 사운드가 전개되는 동시에 이와 걸맞는 멤버들의 비장한 보컬이 이어지며, 그러한 분위기에 어울리는 강렬한 노랫말이 이어진다. 특히 「LION」에서는 기존 많은 찬사를 받았던 전소연의 프로듀싱에 못지않게 다른 멤버들의 뛰어난 역량 역시 두드러지는데, 매번 아이들만의 특별한 순간을 주조했던 미연과 민니의 보컬은 「LION」에서 역시 인상적인 지점을 남기며, 전소연의 랩과 우기의 허스키한 보이스, 슈화와 수진의 매끄러운 목소리까지, 「LION」은 많은 이들이 기존에 (여자)아이들에게 가지고 있던 매력적인 요소를 한 곡 안에 응집시켜 터트린 트랙으로 남았다.       


       

2010년대 중반 이후의 케이팝 시장에서 솔로 아티스트들의 활약은 분명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특히나 그것이 단순 보컬리스트나 퍼포먼스 등 한 요소에 치중된 아티스트가 아닌, 두 요소를 모두 사로잡아 다방면에서 활약을 할 수 있는 아티스트들이 눈에 띄었고, 그 중심에는 분명히 선미라는 존재가 있었다. 그가 첫 솔로 작품으로 발을 내디딘 「24시간이 모자라」에서부터 이어져, 보다 큰 파급력으로 인상적인 순간을 만들어낸 「가시나」를 넘어, 선미의 프로듀싱과 가창, 퍼포먼스가 명백한 고점을 기록해 낸 「사이렌 (Siren)」에 들어서는 선미라는 아티스트의 입지는 더욱 높아질 수 있었다. 「사이렌 (Siren)」은 정박에 울려 퍼지는 드럼으로 주조되는 리듬과, 그 주위를 둘러싸는 베이스의 그루브를 중심으로 이를 때로는 변주하면서 나아가고, 그 위에서 매혹적으로 리듬을 활보하는 선미의 가창과 신디사이저가 남은 공간을 메우며 곡을 완성시킨다. 또한 브릿지에 들어 한 번, 이후 후렴에서 다시금 변주하는 순간에 이르러서는 보다 중독적인 멜로디를 한 번 더 상기시킨다. 그렇게 「사이렌 (Siren)」이라는 곡을 통해 우리는 다시 한번 선미라는 솔로 아티스트의 역량을, 그리고 선미가 어떻게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여 최고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는지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분명 오마이걸(OH MY GIRL)은 현재의 케이팝 시장에서 선율을 가장 잘 활용하는 그룹이다. 「Closer」를 시작으로 최근의 「다섯 번째 계절 (SSFWL)」까지, 오마이걸의 선율은 매번 아련하고 애절한 느낌을 선사하는 동시에 그것은 오마이걸만의 색깔로 정의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오마이걸만의 색을 더욱 확실하게 드러낸 「비밀정원」은 분명 오마이걸에게도, 케이팝 시장 내에도 뚜렷한 분기점으로 기록될 트랙이다. 신디사이저와 스트링을 적절히 활용한 멜로디를 중심으로 멤버들의 보컬은 각자의 구역에서 확실한 역할을 수행해내며 보다 선율적인 순간을 그려내며, 이는 또다시 서정적인 노랫말과 섞여 오마이걸 특유의 ‘선율’을 명백하게 그려낸다. 어쩌면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듯 보이기도 하지만, 「비밀정원」의 분위기는 기존의 것보다도 한 층 성장한 모습으로, 보다 정돈된 사운드와 아련한 느낌을 확고하게 그려내는 멜로디의 조화가 잘 이루어지며 확실한 오마이걸의 색채를 드러낸 결과물로 남았다. 그리고 오마이걸은 「비밀정원」을 하나의 분기점으로 더욱 중요한 입지를 맡게 되었으며, 그러한 오마이걸의 전진이 지금까지도 계속된다는 점에서 「비밀정원」은 분명 케이팝 시장의 역사에서 중요하게 기록되어야 할 것이다.       


       

곡의 시작부터 두드러지는 엑소의 보컬 운용은 매번 그들의 음악에서 핵심에 자리했다. 어쩌면 엑소의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았었던 보컬의 활용이 가장 독창적이고 다양한 형태로 드러난다는 점에서, 「Tempo」는 엑소의 커리어에서 특별히 다뤄져야 할 트랙일 것이다. 곡의 시작부와 브릿지에서 섬세하게 드러나는 아카펠라 형식의 보컬, 후렴에서 화음을 이루어내는 목소리의 조합과 벌스에서 등장하는 왜곡된 목소리, 쏟아지는 랩의 위로 쌓아 올려지는 보컬까지, 「Tempo」에서 엑소의 보컬은 매우 다채로운 방식으로 매번 다른 형태의 모습을 드러내며, 이는 곧 엑소가 지금까지 보여온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대변하는 듯하기도 하다. 그리고 「Tempo」는 다시 한번, 엑소의 보컬을 다채롭게, 그리고 그것을 독창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많은 팬과 리스너들이 엑소의 음악에서 느끼는 희열, 곧 다채롭고 화려한 보컬의 운용이 두드러지는 순간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매 등장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하는 「Tempo」의 전개는 엑소의 모든 커리어를 통틀어서도 중요하게 다뤄야 할 지점으로 남을 것이다.       


       

레드벨벳이 두 개의 콘셉트를 나누어 커리어를 전개해 나갔다고 하더라도, 그것에 묶이지 않은 채 매끄러운 트랙을 만들어낸다면 그것은 분명 「러시안 룰렛 (Russian Roulette)」의 형태를 띠고 있을 것이다. 흥미로운 리듬을 만들어내는 드럼과 그 위를 매끄럽게 지나가는 신디사이저, 곳곳에서 등장해 독특한 순간을 주조해내는 샘플과 8 비트 풍의 사운드,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휘어잡은 채 곡을 채우는 멤버들의 보컬까지, 「러시안 룰렛 (Russian Roulette)」은 분명 레드벨벳의 모든 커리어를 통틀어서도 가장 매력적인, 그리고 가장 매끈하게 뽑아져 나온 케이팝 트랙이다. 특히 중독성 있는 훅과 매력적인 후렴의 멜로디, 브릿지 이후 강렬하게 달려가는 신디사이저의 독주까지, 「러시안 룰렛 (Russian Roulette)」은 매 순간 레드벨벳의 경계를 훌쩍 넘어 매력적인 순간들을 제공하는 트랙이다. 그리고 그러한 매혹적인 케이팝 넘버로서의 「러시안 룰렛 (Russian Roulette)」은 서사와 콘셉트 등의 기획적 측면을 제외하고서도 분명 대중에게도, 매니아에게도 충분한 매력을 선사하는 트랙으로 남았다.       


       

보아라는 입지전적인 인물을 대함에 있어서, 그가 2010년대 중반을 넘어서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케이팝을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선물 같은 순간들로 다가올 것이다. 특히나 그의 데뷔에서부터 20년 가까이 흘러 발매된 「Woman」은 보아라는 인물이 한 명의 아티스트이자 한 명의 사람으로서 드러낼 수 있는 확실한 메세지를 담은 동시에 그의 아티스트적 면모 역시 돋보이는 트랙으로 남는다. 벌스에서 사뭇 간결한 베이스의 위에서 여유롭게, 때로는 섬세하게 가창을 이어가는 보아의 보컬은 후렴에서 “Woman”이라는 외마디와 함께 더욱 화려하고 강렬하게 등장하며, 이는 그의 다채롭고 뛰어난 보컬 역량과 함께 보다 간결하지만 세련된, 그리고 더욱 섬세하게 만져진 사운드의 사이에서 이루어지며 왜 보아라는 인물이 무척이나 긴 시간 동안 계속해서 높은 위치에 자리할 수 있었는지를 입증해낸다. 그리고 다시 한번, 나는 보아라는 인물이 지금에도 꾸준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를 표한다.       


       

「Wow Thing」은 케이팝 시장의 다양한 기획과 음악적 발전을 내포하고 있다. SM 엔터테인먼트가 자사에 소속된 슬기를 필두로 타 기획사의 청하, 신비, 소연을 한 데 뭉쳐 만들어낸 「Wow Thing」이란 트랙은 어쩌면 이후 시행된 다양한 케이팝 유닛에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 「Wow Thing」에서 돋보이는 지점은 트랙에 참여한 네 멤버의 역량이 모두 뚜렷하게 드러난다는 점에 있다. 화려한 보컬을 선보이는 청하와 슬기를 중심으로 강렬한 랩을 내뱉는 소연, 그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 탄탄한 신비의 보컬까지, 네 멤버의 가창은 곡의 완성도를 드높이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며, 이와 동시에 그들의 퍼포먼스는 두 말할 것 없이 완벽한 형태로 구현된다. 또한 그들의 가창을 뒤받치는 사운드는 때에 맞추어 간결한 모습으로도, 때로는 화려한 모습으로도 드러나며, 곡의 기반을 형성하는 리듬은 사뭇 단순해 보이지만 보다 탄탄한 느낌으로 자리하며 곡의 중심을 잡아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Wow Thing」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네 멤버의 조화로움에 있다. 다시 한번 언급하자면 「Wow Thing」에 참여한 네 멤버는 모두 다른 기획사에 소속된, 그리고 모두 다른 그룹, 혹은 솔로 활동을 이어나가는 멤버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Wow Thing」이라는 하나의 트랙에 참여하여 기존의 어느 그룹에도 뒤처지지 않는 조화를 보여준다. 각 멤버들의 가창적 역량이 드러나는 것은 물론이며, 후렴과 브릿지 부분에서 네 멤버의 목소리가 합쳐지는 순간에는 그 목소리들이 전혀 흐트러지지 않은채 마치 하나의 목소리인 것처럼 들려온다. 또한 각 멤버의 가창이 이어질 때도 화려한 화성을 이루어내거나 매력적인 화합을 만들어내는 순간은 SM 엔터가 보유하고 있는 보컬 운용 실력을 증명하는 듯하기도 하다. 이렇게 어쩌면 이질적일 수도 있던 네 명의 아티스트를 한 데 뭉쳐, 마치 하나의 잘 만들어진 그룹처럼 기획해 낸 SM 엔터의 역량도, 그 모든 것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동시에 자신의 역할을 부족함 없이 수행한 멤버들의 역량도 모두 눈에 띄는 「Wow Thing」은 분명히 2010년대의 케이팝 시장에서 가장 눈부신 순간을 만들어낸 트랙 중 하나로 남을 것이다.      


       

앞서 2010년대 중반 이후의 케이팝 시장에서 큰 활약을 한 솔로 아티스트들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그들은 대부분 여성 아티스트에 치중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들에 전혀 뒤처지지 않는 단 한 명의 남성 솔로 아티스트가 있다면, 그건 분명 태민의 자리일 것이다.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듯 SM 엔터의 중대한 시작이자 태민이라는 사람의 중요한 분기점이 된 솔로 데뷔 이후, 그의 모든 것이 응축되어 완성된 모습은 「MOVE」를 필두로 시작되었다. 꾸물대는 베이스의 위로 매혹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태민의 보컬은 흔히 말하는 ‘무브병’을 창궐시키기에 충분했고, 여기에 더해지는 태민의 퍼포먼스는 앞서 언급한 가장 뛰어난 남성 솔로 아티스트의 자리를 그가 차지할 수 있는 근거를 충분히 제시한다.


태민이라는 아티스트는 「MOVE」를 통해 다시 한번 비상하기 시작했다. 이전의 솔로 활동 곡들이 다소 샤이니의 색채를 띠고 있던 것과 달리, 「MOVE」는 분명 이전의 샤이니의 음악에서는 볼 수 없었던, 보다 관능적인 분위기를 띠고 있었다. 특히 그것을 완성시키는 주된 요소는 베이스와 태민의 보컬이었고, 두 요소는 이후의 태민의 음악에서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도맡았다. 그렇게 보다 관능적이고 매혹적인 노랫말과 사운드, 퍼포먼스가 응축된 「MOVE」는 분명 태민이라는 아티스트에게도, 이를 기획한 SM 엔터에게도, 그리고 결정적으로 케이팝 시장 전반에도 중요한 트랙으로 자리할 것이다.      


       

K/DA가 등장하며 케이팝 시장에 남긴 파급력은 무척 강렬했다. 단지 구성 멤버와 노랫말이 기존의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넘어, 하나의 게임 기획 회사가 만들어낸 케이팝 그룹이라는 사실은 K/DA라는 그룹에 많은 관심이 쏠리는 것이 당연하게끔 만들었다. 그러나 많은 우려와는 달리 K/DA의 음악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케이팝의 모습을 띄고 있었다. 뚜렷한 낙차, 멤버들의 보컬 운용, 화려한 퍼포먼스와 다양한 콘셉트 기획까지, 그들은 단지 많은 우려와 같이 케이팝을 흉내 내는 게 아닌, 어쩌면 케이팝보다도 케이팝스러운 모습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렇기에 그들이 케이팝 시장에 남긴 의문점들은 많은 이들에게 큰 고민거리를 남겼다.


그리고 다른 이들의 반응이 어떻더라도, 나는 K/DA와 그들의 데뷔곡인 「POP/STARS」가 무척이나 잘 만들어진 케이팝 넘버임에 틀림없다는 의견을 견지한다. 그들의 가사에서 언어의 비중이 영어에 크게 치우쳐져 있는 점도, 그들을 기획한 기획사가 음악 기획사가 아닌 게임 기획사라는 점도 그들의 음악이 케이팝이라는 사실을 가리지는 못한다. 벌스-프리코러스-후렴의 낙차는 그 사운드의 고저를 오가며 생성되고, 또한 그 낙차의 중심에서 확실한 인상을 남기는 멤버들의 가창이 두드러지며, 그들은 가창을 하는 동시에 뛰어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그리고 그들은 그러한 낙차의 중심에서도 두 번째 벌스에서 트랩으로의 변주를 빼놓지 않으며, 이어지는 프리코러스는 더욱 화려한 보컬로 연결되어 우리가 기존에 즐겨왔던 케이팝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형태로 다가온다. 그렇게 K/DA는 분명 케이팝 시장에 많은 의의를 선사했으며, 그 의의와 그들이 남긴 의문은 케이팝 시장의 역사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문제로 남을 것이다.      


       

“빨리 빨리 피해 right cherry bomb feel it yum”이라는 무감각한 랩이 반복되는 동시에 “I’m the biggest hit on the stage”라는 당당한 외침 역시 계속해서 반복된다. NCT가 그 거대한 플랫폼 아래에서 공들여 만들어낸 NCT 127의 「Cherry Bomb」은 그러한 반복의 사이에서 새로움을 만들어낸다. 기본적으로 힙합을 베이스로 한 NCT 127의 음악을 따라 「Cherry Bomb」 역시 잘게 쪼개지는 하이햇과 둔탁한 베이스를 중심으로 이어가지만, 그 위에서 반복되는, 계속해서 반복되는 랩들은 분명 트랙을 이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서 작용한다. 그리고 그러한 반복과 동시에 곳곳에서 등장하는 샘플들은 뜬금없는 재미를 만들어내곤 하며, “끝이 어디인지”로 시작되는 섬세한 보컬의 갑작스러운 등장은 예상치 못한 낙차를 만들어내어 그들이 케이팝의 일원임을 다시금 각인시킨다.


그렇게 반복과 예상치 못함을 중심에 두는 「Cherry Bomb」은 두 요소를 중심으로 케이팝스러운 쾌감을 선사하는 트랙이다. 곡이 진행되는 내내 울려 퍼지는 두 마디 랩의 반복과 그 사이에서 뜬금없는 등장으로 예상치 못한 재미를 주는 샘플과 보컬, 그리고 때때로 리듬을 변주하며 나아가는 드럼과 곡 전반을 휘감으며 세련된 분위기를 주조해내는 신디사이저까지, 「Cherry Bomb」은 그 모든 요소가 하나의 잘 만들어진 케이팝 넘버를 향하여 전진하는 트랙이다.      


       

샤이니(SHINee)라는 그룹의 최대 강점이 있다면, 그것은 무척이나 다채로운 스타일을 매번 자신의 옷처럼 소화한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가령, 데뷔곡인 「누난 너무 예뻐 (Replay)」와 「산소 같은 너 (Love Like Oxygen)」의 청량함을 넘어 「Ring Ding Dong」의 강렬함으로, 「Sherlockㆍ셜록 (Clue + Note)」의 극적인 쾌감, 「Dream Girl」과 「Why So Serious?」의 펑키함, 「Everybody」의 강력한 일렉트로닉 사운드 등 샤이니는 매번 극과 극을 달리는 듯한 콘셉트와 스타일의 변화를 제 옷처럼 소화해내며 그룹만의 특색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것이 더욱 완벽하게 수행된 「1 of 1」은 샤이니의 이전 커리어와 음악적 스타일이 꽤나 효과적으로 융합된 형태로 드러난다. 「1 of 1」은 기본적으로 뉴잭스윙의 느낌을 가미하고 있지만, 이와 동시에 세련된 플럭 사운드가 곡의 상층부를 감싸며 단지 해당 트랙이 레트로함만을 추구하지 않음을 공표한다. 또한, 멤버들의 보컬은 보다 정교하고 간결한 가창을 이어가는 동시에 세련된 화성을 그려내며 앞서 등장한 세련된 사운드에 힘을 보탠다.


물론 이것만으로 샤이니의 모든 강점을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채로운 스타일을 소화할 수 있는 점을 제외하고도, 샤이니는 모든 멤버의 역량을 토대로 화려한 보컬 운용이 가능하다는 점 역시 강점으로 둘 수 있을 것이다. 「1 of 1」에서 역시 그러한 점이 두드러지는데, 앞서 언급했듯 멤버들의 보컬은 때로는 자신의 구역에서 확실한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다른 목소리와 함께 어우러지며 화성을 만들어내 곡의 공간을 더욱 다채롭게 채워나간다. 그리고 그러한 목소리에 다채로운 활용은 샤이니의 또 다른 강점으로서, 「1 of 1」이라는 곡을 더욱 화려하게 만들어낸다. 그렇게 「1 of 1」은 샤이니의 다양한 강점이 뚜렷하게 발현된 곡으로서, 또한 레트로와 세련됨이 공존하는 곡으로서 무척이나 매력적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트랙이다.      


       

앞서 언급했듯, 「DNA」가 방탄소년단의 글로벌화에 불씨를 지폈다면, 방탄소년단의 본격적인 진전에 불씨를 지핀 트랙은 「피 땀 눈물」일 것이다. 이전까지 쌓아왔던 다양한 방탄소년단의 스타일은 「피 땀 눈물」을 통해 더욱 정교하게 완성되었는데, 그것은 「DNA」의 경우에서 설명한 ‘매끈함’과 연관된 요소일 것이다. 그러한 매끈함은 케이팝적인 낙차와 관련되어 이야기할 수 있을 텐데, 방탄소년단의 경우에는 기존에 존재한 케이팝의 낙차를 보다 매끈하게 이어감으로써, 가령 팝적인 매끈함으로 주조함으로써 보다 방탄소년단스러운 색채를 만들어갔으며, 그것은 그들을 보다 글로벌한 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으로 자리했다.


「피 땀 눈물」은 뭄바톤과 댄스홀의 방법론을 차용함과 동시에 그것을 매끄럽게 연결하는 다양한 사운드와 멤버들의 보컬로서 완성된다. 보다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두 가지의 상반되는 요소가 공존하는 멤버들의 보컬이 곡을 이끌어가며, 그를 감싸는 다양한 사운드는 곡의 매끄러운 연결을 돕는다. 또한 보컬과 사운드 사이를 연결하며 또 다른 재미를 제공하는 랩 역시 그들의 역할을 확실하게 수행해내며, 이는 이후 후렴과 훅에서의 중독적인 노랫말들을 다시 한번 매력적인 요소로 만들도록 돕는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방탄소년단의 색채에 걸맞은 ‘매끈함’으로 연결되며 그들만의 음악으로 다시금 탄생한다. 「피 땀 눈물」은 그렇게 방탄소년단의 성장에 따른, 그리고 그들의 이후 성장을 이끄는 ‘매끈함’을 본격적으로 구현한 첫 시작이자 발단으로서 자리하며, 그렇기에 이는 방탄소년단의 커리어에서도, 케이팝의 역사에서도 중요하게 자리하는 트랙으로서 남을 것이다.     

 

       

f(x)에게 매번 따라오는 수식어가 있다면 그것은 ‘세련됨’일 것이다. f(x)는 매번 독특한 일렉트로닉 장르를 활용해내며 새로운 시도를 이어왔고, 이는 곧 당시의 세련된 음악으로 표현되었다. 「NU 예삐오 (NU ABO)」와 「피노키오 (Danger)」, 「Electric Shock」와 이후에 「Red Light」은 그러한 사례로서 명백히 자리하고 있으며, 그들의 두 번째 정규 앨범 「Pink Tape」은 단순히 평단과 매니아층을 통해 증명된 것뿐만 아니라 기획과 음악의 다양한 측면에서 현재까지도 활용되는 다양한 방법론들을 차용했음에 더욱 특별한 위치를 점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가장 최근작이자 네 번째 정규앨범 「4 Walls」는 f(x)의 모든 강점들을 집약한 결정체와 같은 모습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이는 해당 앨범의 타이틀곡인 「4 Walls」에서 역시 마찬가지로 드러난다.


딥하우스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4 Walls」는 트랙 내에서 f(x)의 다양한 강점이 드러난다. 가장 먼저 다가오는 것은 그들의 가사에 있다. “감정이란 꽃은 짧은 순간 피어나는걸”이라는 서정적인 가사와 함께 독특한 표현으로 사랑을 다루는 것은 기존 f(x)의 음악에서 느낄 수 있는 강점 중 하나이며, 또한 이는 앞서 언급했듯 새로운 일렉트로닉 장르인 딥하우스의 세련된 느낌과 어우러지며 더욱 세련된 케이팝 넘버로서 「4 Walls」가 자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이전의 것보다는 조금 더 정돈되고 간결한 사운드들이 중추로 자리하지만, 이와 동시에 기존의 것과 같이 재기 발랄한 사운드들이 존재한다는 점은 우리가 f(x)의 음악에서 느낄 수 있는 독특함을 생경하게 볼 수 있도록 한다. 이렇듯 f(x)의 다양한 요소, 색채, 특징이 모두 담겨 나온 「4 Walls」는 지난 2010년대뿐만 아니라 케이팝 역사를 통틀어 가장 세련되고 독특한 요소로 점철된 트랙으로 자리 잡고 기억될 것임에 틀림없다.      

       

이달의 소녀는 정말 독특한 기획과 음악으로 커리어를 전개했다. 12명의 멤버를 순서대로 발표하는 방식, 그 발표와 함께 솔로 싱글을 발매하며, 이는 곧 3개의 유닛으로 발전하며, 3개의 유닛은 결국 하나의 완전체적인 팀으로 결성되는 방식은 이전의 어떤 그룹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그들만의 독특한 방식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이달의 소녀의 커리어에서도 이달의 소녀 오드아이써클은 가장 독특하면서도 이달의 소녀의 정수를 담아낸 듯한 형태로 등장했다. 특히나 그러한 형태는 음악에서 가장 확실하게 표현되는데, 이달의 소녀 오드아이써클의 독특한 신스팝적인 요소가 두드러지는 「Girl Front」는 그러한 예시에 적합할 것이다.


시작부터 활기차게 다가오던 신디사이저는 보다 확실한 리듬을 만들어내는 드럼과 어우러지고, 이는 곧 멤버들의 조금은 미숙해 보이는 보컬과 함께 공간을 채워나간다. 하지만 이 역시 후렴에 들어서 세 멤버의 목소리가 효과적으로 겹쳐지는, 동시에 다채로운 소리들로 공간이 채워지는 그 순간에 다다라 보다 완숙된 형태로 완성된다. 이달의 소녀, 그리고 이달의 소녀 오드아이써클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점은 보컬의 효과적인 운용에 있다. 케이팝 그룹이라면 모두가 수행해야 하는 다양한 목소리의 활용은 케이팝 음악을 즐김에 있어서도, 이를 기획함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요소이다. 그리고 그것은 대체로 이미 시장 내에서 어느 정도 숙련된 형태로 거듭난 대형 기획사만이 해낼 수 있는 것으로 비춰졌지만, 이달의 소녀와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가 이렇게 어려운 일을 손쉽게 해내는 모습은 가히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Girl Front」에서 역시 미숙해 보이던 멤버들의 보컬이 후렴에 들어, 혹은 브릿지에 들어 서로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완성도 높은 보컬로서 활용되는 순간은 케이팝 역사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훌륭한 목소리의 활용 방안일 것이다. 또한 멤버들의 목소리와 대조되는 어둡고 무거운 보이스 샘플의 존재를 통해 보컬을 두드러지게 하는 방식은 그들의 기획을 더욱 훌륭해 보이도록 만든다. 이렇게 다채로운 방식으로 목소리를 활용해내는 「Girl Front」와 이달의 소녀 오드아이써클은, 이달의 소녀가, 아니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와 케이팝 시장이 만들어낸 손에 꼽을 만큼 확실한 케이팝 넘버로서 자리하게 될 것이다.      


       

이전 글에서도, 앞선 문단에서도 언급했듯 거대한 플랫폼으로서의 NCT는 분명 중대한 사안으로 케이팝 시장에 의의를 남겼다. 그리고 그 시작인 「일곱 번째 감각 (The 7th Sense)」은 분명 모든 이를 다양한 이유로 충격받게 한 트랙이었다. 먼저 기획적인 측면에서, NCT U라는 새로운 형식의 그룹은 그 당시에도, 현재에도 무척이나 독특한 모습이다. 멤버 구성이 무한하게 변형 가능하고, 개방되어 있다는 점은 NCT의 목표와도 근접해 있으며, 특히 무거운 PBR&B와 트랩이 그 기저에 존재하는 「일곱 번째 감각 (The 7th Sense)」을 가창하는 멤버들의 구성이 그러한 분위기를 확실하게 살려낼 수 있다는 점은 NCT U의 기획이 다시 한번 성공적임을 암시하는 듯했다.


그리고 음악적인 측면에서 역시, 「일곱 번째 감각 (The 7th Sense)」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무거운 베이스를 중심으로 그를 감싸는 공간감 가득한 보컬, 건조하고 무뚝뚝한 래핑이 이어지는 순간들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일곱 번째 감각 (The 7th Sense)」은 기존 케이팝에서 보기 힘들었던 완성도 높은 PBR&B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며, 그 속에 내재된 트랩 형식 또한 보다 확실한 인상을 남긴다. 이어, PBR&B의 무거운 분위기에서는 만들어내기 힘들 것이라 여겨졌던 케이팝의 낙차 역시 보컬과 래핑의 교차를 통해 만들어냈으며, 그러한 낙차는 이전까지 같은 공간에 존재했던 보컬과 랩의 스타일이 서로 위치를 변환하며 만들어지기에, 곧 아주 간단하면서도 독특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특별한 낙차로 거듭난다. 단순히 「일곱 번째 감각 (The 7th Sense)」을 잘 만들어진 트랙이라고 평하기에는 그것을 위해 수행된 수많은 노력의 과정이 트랙 안에 담겨있기에 이를 포함한 수많은 요소들의 집약체로서의 완성도 높은 트랙인 「일곱 번째 감각 (The 7th Sense)」을 나는 치켜세울 수밖에 없다.      


       

케이팝을 구성하는 주된 요소는 무엇일까. 단지 그 본질을 넘어서 ‘케이팝’이라는 음악을 구성하는 요소에는 크게 낙차, 콘셉트, 보컬의 활용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피카부 (Peek-A-Boo)」는 그 모든 요소를 지난 2010년대 중반 이후 가장 완성도 높게 이루어 낸 곡이다. 단지 하나의 요소에만 치중되지 않은 채 모든 요소는 균형을 이루어 높은 완성도를 지니고 있으며, 각각의 것을 떼놓고 보더라도 「피카부 (Peek-A-Boo)」의 세 요소는 모두 아주 드높은 입지를 가지고 있다.


먼저 기획적 측면에서의 콘셉트를 살펴보자. 레드벨벳(Red Velvet)은 그들이 표방했듯 강렬한 ‘레드’ 콘셉트와 부드러운 ‘벨벳’ 콘셉트로 커리어를 전개해 나갔다. 그러한 두 콘셉트를 조금 더 깊게 파고들어본다면, ‘레드’ 콘셉트는 더욱 정신없고, 난잡한 일렉트로닉 장르에 가까울 것이며, ‘벨벳’ 콘셉트는 섬세하고 정교한, 때로는 음산하기도 한 알앤비 장르에 가까웠다. 그리고 이러한 두 콘셉트는 주로 분할되어 각자 고유의 영역을 지킨 채 레드벨벳 커리어에서 구현되었지만, 「피카부 (Peek-A-Boo)」에 이르러서는 이 두 콘셉트가 본격적으로 융합하기 시작했다. 정신없고 난잡한 일렉트로닉 사운드, 그리고 그것을 이끌어가는 음산하고 섬세한 알앤비 풍의 사운드가 서로 조화롭게 결합하고, 멤버들의 보컬 역시 때에 맞게 모습을 변형하며 때로는 난잡하게, 때로는 섬세하게 목소리를 활용해낸다. 그렇게 케이팝에서의 ‘콘셉트’는 레드벨벳의 두 콘셉트가 확실하게 결합하는 「피카부 (Peek-A-Boo)」의 순간에서 한 발짝 성장한다.


그렇다면 음악적 측면에서의 낙차와 보컬 운용은 어떨까. 먼저 낙차는 앞서 설명한 레드 콘셉트와 벨벳 콘셉트의 교차점에서 발생한다. 벌스와 프리코러스의 알앤비스러운 드럼 사운드와 플럭 신디사이저가 후렴의 정신없는 사운드로 변화하는 그 순간, 레드벨벳이 「피카부 (Peek-A-Boo)」에서 전시하는 낙차는 그 모습을 드러낸다. 특히 후렴에서 등장하는 박수 소리와 추가되어 위에 쌓이는 신디사이저는 그러한 낙차를 보다 확연하게 그려낸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레드벨벳의 보컬 운용은 「피카부 (Peek-A-Boo)」에서도 빛난다. 멤버들의 보컬은 각자의 특색을 가진 채 자신의 파트에서 확실한 인상을 남기는 동시에, 그 목소리들이 겹치는 순간에는 그 특색이 한 데 버무려져 하나의 완전한 목소리로 다시금 탄생한다. 그 목소리의 겹침은 때로는 단순히 목소리의 여러 겹으로도, 때로는 온전한 화성으로도 드러나지만 그 모든 순간에서 그들의 목소리는 확연한 하나의 목소리로 구현되며, 그 어떤 그룹도 따라 하지 못할 레드벨벳만의 목소리로 거듭난다.


이렇게 「피카부 (Peek-A-Boo)」는 케이팝의 주요한 두 요소, 기획과 음악적인 측면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모습으로 발현된다. 낙차, 콘셉트, 보컬 운용은 모두 레드벨벳이라는 아티스트에 의해서도, 이를 기획한 SM 엔터에 의해서도 매우 완성도 높게 구현되며, 그 모든 요소는 지난 5년간의 케이팝 시장에서 가장 뛰어난 모습의 트랙으로 완성된다. 그렇게 나는 「피카부 (Peek-A-Boo)」의 모든 요소가 케이팝의 모든 요소의 최고치를 뛰어넘음과 동시에 이를 한 층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음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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