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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아보카도 May 22. 2022

직장 내 눈치게임

제주도에도 나이키는 있다. -4화-

눈치게임. 하나!, 둘!, 셋! 학창시절 친구들끼리 또는 술자리에서 한번쯤은 해봤을 게임이다. 게임이 시작되면 다들 눈치를 보기시작하고 숫자를 외친다. 이러한 눈치게임은 친구들과의 내기, 술자리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직장생활에서도 눈치게임은 존재했다. 점심시간 누가 밥값을 계산하는가, 시계바늘이 가리키는 숫자가 6이 되었을 때 누가 퇴근을 먼저 하는가 등이다. 어디 회사든 저마다의 눈치게임이 존재하겠지만 제주도의 직장에서는 눈치게임 장르가 하나 추가된다. 바로 면세품 눈치게임이다.

      

제주도에는 나처럼 타지(육지)에서 직장생활을 하러 온 사람들이 꽤 많다. 이에 고향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비행기나 배를 타고 가야하는데 이때 면세점을 이용할 수가있다. 그리고 고향집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은밀한 거래가 들어오기도 한다.

     

“철수씨 혹시....”     


“네? 무슨일이신가요?” (hoxy..사랑고백? 데이트 신청??)     


“이번에 인천가시죠?? 혹시 담배 한보루 부탁드려도 될까요?”

     

“아.. 죄송합니다. 계장님이 이미 부탁하셔서..”

     

“아쉽네요. 조심히 다녀오세요!”     


눈치게임의 실패로 거래는 성사되지 못했다. 면세담배는 1보루에 32,000원~36,000정도로 시중가보다 약13,000원 정도 싸다. 8개를 사면 2개가 무료로 증정되는 효과를 얻기 때문에 흡연자들은 육지가 고향인 직원들에게 종종 부탁을 하고는 한다. 나도 한달에 1~2번 육지에 올라가기 때문에 종종 부탁을 받는 편이다. 사실, 담배 이외에도 선글라스, 화장품 등 부탁받는 품목의 종류가 다양하다. 제주공항의 면세점에는 생각보다 품목들이 많다. 작년(2021년) 제주공항 내 면세점이 리뉴얼 되면서 동측매장이 새로 생긴효과가 큰듯하다. H, C로 시작하는 브랜드들이 향수나 파우치 등 쇼핑의 즐거움을 더해주고있다.

    

때로는 가족들도 면세점 구매를 부탁하기도 하는데 대부분 카카오 굿즈 판매점의 물품들이다. 카카오 굿즈 판매점에는 어피치가 해녀복장을 하고있고 라이언이 돌하루방 모습을 하고 있는 인형을 비롯하여 감귤라이언 에어팟케이스 등 굿즈가 다양하다. 귀여운 캐릭터들이 제주의 특색에 맞는 옷을 입고 있는 것이다. 거기다 리미티드 에디션이라는 칭호가 더해지니 동생이 정신을 못차리고 매번 부탁을 한다. 아마 내 기억이 맞다면 면세담배 판매점 다음으로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장소가 카카오 굿즈 판매점이었다. 제주에서만 파는 굿즈가 있다니 안 볼 수가 없는 듯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귀엽다.


사진 1. 카카오 굿즈 판매점 (솔직히 너무 귀엽지 않은가?)

사진 2. 면세담배 판매점 (저들도 부탁을 받은 것일까?)



기브엔 테이크.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고 카카오 굿즈도 사고 담배도 사고 모두 부탁을 들어주면 좋지만 불가능하다. 구매 한도가 있기 때문이다. 1회 600불까지, 연간 6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담배의 경우 예외적으로 총 10회, 1회 1보루 구입이 가능하다. 그리고 면세점이 운영이 24시간이 아니다. 아침 6시부터 저녁 9시까지 문을 열기 때문에 늦은 시간 비행기를 이용한다면 면세점이용이 불가능하다. 인천공항 면세점의 경우 24시간이어서 제주공항 면세점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착각을 하기 쉽다. 나도 늦은 저녁 비행기를 예약했을 때 면세점 쇼핑이나 가야지 하고 갔다가 면세점 문이 닫인 것을 것을 보고 당황했었다.  

    

글을 쓰다보니 문득 육지에서 일할 때도 면세품 부탁을 받았었나? 생각이든다. 육지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는 실제 부탁을 받은 적은 없지만, 해외여행을 가는 직원에게 면세품 구매를 부탁을 하는 모습이 보이긴 했는데 흔치는 않았다. 하지만 제주의 직장생활에서는 자주 부탁하는 모습이 보이곤 한다. 왜일까? 육지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는 인근 백화점에 가서 쇼핑을 하거나 주말에 아웃렛에서 저렴하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반면, 제주도의 직장생활에서는 쇼핑공간이 많지 않아 면세품 부탁을 하게 된게 아닐까? 생각이든다.  싸게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누가 싫어하랴? 부탁하는 입장도 어느정도 이해는 간다. 나도 금요일 저녁비행기를 타고 고향집을 가곤하는데 그때 면세점에서 쇼핑을 하곤 한다. 만년필도 써보고 화장품도 고르고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구매하는 순간 그 기분은 그냥 마냥 좋다!     


사실 부탁받는 입장에서 번거로운 면이 꽤 있다. 면세점이 제주공항 출국장에 위치하기 때문에 집에 갈 때 물건을 사고 보관하고 있다가 제주도에 입도할 때 가져와야하기 때문이다. 제주도 입도할 때 공항에 면세점이 있으면 제주도에 입도하면서 물건을 구매하면 참 좋을 텐데 말이다. 내가 구매를 해준 선글라스를 싸게 샀다며 밝은 미소로 끼고 다니는 직장동료를 보고있으면 내심 뿌듯하면서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이래서 불편하더라도 부탁을 들어주고는 한다.


자! 그럼, 육지로 가는 직원에게 누가 먼저 `1`을 외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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