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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rukinasy Apr 13. 2017

평소에도 이런 곳에서 이런 버거를 먹고 싶다

러시아 _ 07 : 블라디보스토크, БАР Drink and Burger

20100202, 점심식사, DAB «DRINKS & BURGERS»




짧은 시간 동안 블라디보스토크(블라디보스톡)를 구경하고 난 뒤 점심식사를 하고자 했다. 나는 당기는 메뉴가 없었기에 부모님께 물었더니, 육류가 있는 음식을 드시고 싶어 하셨다. 그래서 해당 조건에 맞는 근처의 음식점을 찾았는데, 여러 곳이 나왔지만 내 눈을 사로잡은 곳은 БАР «DRINKS & BURGERS»였다. 식당이 동선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은 곳에 있었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Drinks 메뉴가 충실해 보였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Drinks 메뉴가 충실한 곳을 좋아하는데, 페어링이 가능하다면 그것을 즐기고자 함도 있지만, 반주를 즐기는 성격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밥 먹을 때마다 소주를 깐다거나 하는 건 아니고, 와인이나 맥주나 위스키, 혹은 달지 않은 칵테일 등을 곁들이는 것을 선호한다. 그리고 다른 이유는, Drinks 메뉴까지 잘 신경 쓸 정도의 음식점이면 음식이 보통 이상은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DAB «DRINKS & BURGERS»의 위치. [출처 1]


※ БАР(DAB) «DRINKS & BURGERS» 관련된 링크
홈페이지(러시아어), 인스타그램구글맵 정보오픈스트리트맵(좌표)
홈페이지에서 제일 윗줄에 БЛЮДА를 클릭하고 구글 번역을 돌리면 한국어 음식 메뉴를 볼 수 있습니다. 영어로 번역하는 것이 좀 더 정확하니, 가능하다면 영어로 보는 게 좋습니다.
МЕНЮ를 클릭하면 그림으로 된 메뉴와 주류 메뉴를 볼 수 있습니다.


Drinks and Burgers 음식점 입구. ⓒ


위치는 해양공원과 혁명광장의 중간쯤이며, 주(州) 행정부의 서쪽 건너편에 있다. 간판이 생각보다 크게 눈에 띄지는 않지만, 가까이 가면 못 알아볼 정도는 아니다. 들어가면 종업원이 자리를 안내해주며 고맙게도 영어로 물어봐주었다. 입구는 천장을 높게 하였고 화려한 백 바(Back bar)를 바탕으로 한 바 테이블이 있었으며, 안쪽에는 두 층으로 나뉜 식사 공간이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바 테이블에 앉고 싶었지만, 3명씩이나 나란히 앉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테이블석으로 갔다.




식사시간이 상당히 지났지만 점내에는 손님이 상당수 있었으며, 한국인 또한 제법 있었는데, 나중에 안 것이지만 이 음식점은 한국에서도 꽤 유명한 곳이었다. 젊은 감각의 세련된 인테리어에, 음식도 예쁘게 나오고, 햄버거는 진입장벽이 낮은 음식이기도 하니 당연한 것 같기도 하다. 자리에 앉으니 소스 통과 커트러리가 담긴 바구니와 메뉴를 바로 가져다주었는데, 메뉴가 영어로 되어 있는 데다 사진과 함께 직관적인 아이콘의 표시가 있어 주문하기 상당히 편했다. 영어를 잘 몰라도 주문할 수 있을 것 같을 정도였다.


메뉴판 안을 좀 찍을 걸 했다. ⓒ


러시아의 메뉴판에는 다른 나라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특징이 있는데, 모든 음식의 무게가 명시되어 있다는 점이다. 자율적으로 표기가 된 곳은 다른 나라에서도 종종 찾을 수 있지만, 여긴 법적으로 강제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는데, 그 덕분에 양을 쉽게 알 수 있으니 주문하기 엄청 편했다. 외국에서 음식 주문할 때 어려운 점 중 하나가 포션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점인데, 특히 한 사람당 여러 음식을 주문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자칫하면 넘치거나 모자라는 일이 발생해버린다. 그러나 러시아는 무게가 표시되어 있으니 정확한 예상이 가능해, 덕분에 음식량으로 문제 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식 메뉴는 버거를 중심으로, 여러 가지 그릴을 이용한 요리와 튀김 요리가 있었고, 그 외에 스프 몇 종류와 샐러드도 있었다. 버거는 소고기 패티만 있는 것이 아닌 닭고기나 생선을 이용한 것도 있었으며, 사진에 나와있는 사이드가 포함되어 있었고, 그 분량이 버거 하나만 시켜서 먹어도 배가 충분히 부를 것 같았다. 원한다면 토핑을 추가하는 등의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것 같으므로, 취향껏 즐길 수 있어 보였다.



음료 메뉴는 알콜 음료로서 각종 증류주(위스키, 보드카 외 다수)와 와인, 그리고 맥주가 있었으며, 크래프트 비어들도 있었지만 적혀있지는 않았고 직원을 불러 물어봐야 했다. 그리고 칵테일 종류도 다양했는데, 흔하게 볼 수 있는 칵테일이 아닌 독특한 것들이 많았으며, 맥주 칵테일도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맥주에 시럽만 탄 그 따위의 물건이 아니고 제대로 된 재료가 들어간 것들이었다. 무알콜 음료는 탄산음료, 커피, 차 등이 있었고, 그 외 무알콜 칵테일이나 다양한 소프트드링크들이 있는 등 선택의 폭이 무척 넓었다.




각자 마음에 드는 버거를 하나씩 주문하고, 추가로 버섯크림스프를 주문했다. 아무래도 스프 종류가 있는 편이 먹기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음료는 아버지는 맥주, 어머니는 콜라를 주문했는데, 맥주는 알맞은 잔에 나왔고, 콜라는 잔과 함께 얼음이 따로 제공되어 원하는 만큼 넣어 마실 수 있었다. 나는 엄청 고민하다가 결국 크래프트 비어를 주문하기 위해 바 직원을 불렀는데, 친절히 설명해줘서 선택에 상당한 도움이 되었으나, 영어 리스닝 실력이 없다면 주문을 포기하거나 적어달라고 해야 될 것 같다.


음식은 제법 맛있었고, 초점은 맞지 않았다... ⓒ


잠시 기다리니 음식이 나왔는데, 역시 그 양이 대단했으며, 좋은 냄새가 나서 식욕을 돋우워주었다. 두께가 엄청 두껍지는 않아서 살짝 누르면 한꺼번에 베어 먹을 수 있을 정도였지만, 입이 작은 사람이라면 힘들 것 같다. 같이 나온 샐러드나 프라이들도 괜찮은 편이었지만, 프라이의 경우 바구니에 가득 들어있는 것이 아닌, 중간부터 밑이 비어있으므로 그 점을 감안해야 한다. 그래도 그 양이 충분하고 맛있는 데다, 메뉴판에 적혀있는 무게대로인 것 같아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엄청나게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었지만, 역시 햄버거는 깨끗하게 먹기는 힘들다. 그래도 내용물이 잘 정리된 편이라 패티가 밀려 나오는 등의 곤란한 일은 그다지 없었다. 그리고 맛있다 보니 무리해서 다 먹어버렸는데, 그래서 1~2시간 정도 속이 더부룩했다. 역시 식사량에 있어서는 과유불급이 제대로 통하는 것 같다. 혹시 식사량이 적은 사람끼리 왔다면, 버거는 적게 시키고 다른 사이드나 디저트를 추가하는 방법도 괜찮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역시 버거가 워낙 괜찮아서 남기더라도 시키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맥주 주문은 좀 실패한 것 같다... 질소 가스가 충전된 씁쓸한 초콜렛 맛이 살짝 나는 스타우트. ⓒ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여기 있는 다양한 음료 메뉴들을 메뉴판으로만 보고 그쳤다는 점이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오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면 자주 가서 다양한 칵테일들을 마셔보고 싶다. 혹시 다음에 이 도시를 방문하게 된다면, 식사는 꼭 여기서 안 하더라도, 종종 들려서 바 테이블에 앉아 음료를 즐길 것이다. 아니면 아침메뉴도 제공하는 음식점이니, 가볍게 식사하며 한 잔 해도 좋을 것 같다.


나가는 길에 볼 수 있는 방명록. 다양한 언어로 써진 쪽지들이 많이 보인다. ⓒ




식사를 마치고 장을 본 뒤, 호텔로 가서 캐리어를 챙기고 기차를 타러 갔다.




설명에 ⓒ가 붙어있는 사진과 타이틀만 직접 찍은 것입니다.
출처 1 : ⓒ OpenStreetMap contributors. https://www.openstreetmap.org/copyright 참조. 편집은 직접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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