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poem.휴*
참 지랄 같습니다
책장에 꽂힌 헤겔이 너무 말랐다는 이유로
논리의 무게에 대해 의심합니다
철학도 제 논리를 파먹다
병들어간다는 말은 맞는 것일까요?
끼니를 위해 몸을 일으키는 나는
너무나 본능적입니다
고립을 재촉하는 비가 내립니다
겨울새의 고도에 갇힌 나는
맙소사를 연발하다 얼어붙고 맙니다
밤새 늙어버린 거울은 내 탓을 하면서
마주서기를 거부합니다
나와 눈 맞추려는 것들은 없고
아는 이름들이 호명을 거부하면서
상심한 헤겔이 머리를 싸매고
철학은 고통이라며
제 논리에 악성댓글을 답니다
그리고 마침내
배고픔과 춥다의 구분이 없어집니다
참 지랄 같습니다
글&사진. 김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