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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론

*photopoem.휴*

by 김휴

설탕론


난해한 책 속으로 기어들어가

몇 줄 생을 훔쳐 먹고는


해 질 무렵까지 서러워하다가

커피에 설탕을 마구 퍼 넣는다


커피가 무섭다고 흐느낄 때

나조차도 무서울 지경이었지만


그래도 내 사모하는 것들은 달지 않았다


설탕에 재워놓은

불량했던 과거는 아직도 죽지 않았으므로

고독할 수도 없겠다


아픈 시와 불량했던 첫사랑이 부둥켜안은 밤은

숨어서 노래를 불러줘야 한다


세레나데는 진심이 아니어도 좋은 것,


밤늦도록 생에 설탕을 퍼 넣고 있는

사내는

하루에 스무 번도 더 죽는다


글&사진. 김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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