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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과 어떤 사이였을까

*photopoem.휴*

by 김휴

구름과 어떤 사이였을까


마침내 구름을 퍼먹고 있는 나는

비의 사생아,

내 이름마저 새가 물고 갔으므로


내 뒷면은 흐느끼지도 못하는 어둠만 차있고

새는 검은 안경을 쓴 채 나를 미행 중이었다


나와 사귀었던 것들은 다 모호해졌다

파고드는 바람은 바람 이상의 감정이었고


내 심리학은

숨어 흐느끼는 비에 맞춰져 있었지만

나를 기피하려는 구름의 표정,

단 한 번의 오해는 너무나 치명적이었다


먼지의 과거처럼,

수천 번 허공에서 사라지고 나면

구름을 설득할 수 있겠다


목적 없이 떠다녀야 하는 나는

구름과 어떤 사이였을까?


글&사진. 김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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