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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Nov 22. 2024

미국 생활 두 달

고향의 의미

미국 생활이 세 달째로 접어드니 예로스톤 여행의 여운도 가시고 두고 온 캥거루 자식들 생각도 서서히 고개를 든다.


손주들 등교를 시키고 오니 아내가 수비드 요리를 하고 있다. 물론 말은 들었지만 처음 보는 요리법에 아내에게 물어서 요리법. 물속의 저온 숙성법이란다.


요리에 신경을 쓰고 가보고 싶은 곳을 묻는다면 귀국일이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갑자기 순댓국 생각이 난다. 귀국해서 사흘간 하루 한 끼는 순댓국을 먹었다. 그만큼 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다. 사실 고급 요리는 한국에서 찾아가며 먹은 기억이 없다. 나는 절대로 미식가는 될 수 없는 사람이다.

후각이 퇴화되었다나 뭐라나...


한인촌에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K팝 상점


저번 미국 생활 중 한인 타운에서 순댓국 대신 곰탕을 먹은 추억이 있다. 순댓국을 좋아한다는 것은 국물 요리를 좋아한다는 말이다. 딸이 외손주들이 할아버지를 닮아 국물 요리를 좋아한다며 데려간 한국 음식점이다.


손주들 모습은 어떤 것도 사랑스럽다. 고사리 손으로 쉴 새 없이 하는 숟가락질을 흐뭇하게 바라보시는 분이 우리 말고 또 한 분 계신다. 머리 희끗하신 전형적인 동양인 모습. 

"손주들이 잘 컸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대화. 당연히 대화는 같은 연배인 나와.

요약하면 "코리아 타운에서 사시다 자식들 다 키우고 지금은 여기서 두 시간 거리인 곳에 사신다는데 지명은 기억 밖이다. 오늘은 일도 없고 해서 곰탕 생각이 나서 이곳에 들렀다는 말씀."


두 시간이면 왕복 네 시간이다. 네 시간을 작정하고 오신 그분의 목적이 곰탕 한 그릇일까?

 라떼의 표현으로 수구초심이란 말이 있다. 여우가 죽을 때 머리를 고향 쪽으로 둔다는 말이다.

고향? 그분의 고향은? 태어난 한국? 아니면 고생하며 자식들 이곳 코리아 타운? 


사위와 딸 손주들의 고향은? 손주들은 미국에서 태어나고 미국서 자랐다. 

우리들에게 고향의 의미는?


LA의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의 BTS


내 고향은 대구다. 지금 사는 곳에서 두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곳이다. 직장 생활하며 한 두 번은 찾은 적도 있다. 지금의 고향은 주소만 고향이지 옛 모습은 전혀 없다. 어디나 같은 아파트 단지.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다.

과연 내가 그리워한 것은 집의 모습일까, 같이 자란 속된 말로 알 친구들일까?

어느 것 하나 내 그리워하는 것은 없다. 디지털 시대인 현재 내가 그 모습을 모르고 찾은 것도 아니다.

고향은 과거의 변형된 내 그리움이다. 걱정 없던 시절이라 생각되는 과거의 내 모습들.

어디에도 없는 어린 시절의 내 모습들. 별 스트레스가 없는 백수의 나는 고향 생각이 별로 나지 않는다.


TV 어느 프로에서 고향이 산부인과 병원이라 하던 우스개 소리가 생각난다.

LA의 산부인과에서 태어나고 미국서 자란 손주들은 한국에 고향이 없다.

아니 지금은 LA의 한 핫한 곳에 K팝만 취급하는 음악 가게도 있다. 물론 한인촌은 아니다.

코리아 타운에 K팝 가게가 있는 것은 당연지사다.


글로벌 시대에 미국시민권인 손주들이 한국 생각 않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고 미국에 뿌리를 단단히 내리고 힘차게 살아가기만 비는 할애비 마음이다 고향 생각 따위는 하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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