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지구온난화로 인한 작물 피해를 예측하기 위해 다양한 고온 피해 기작 구명 연구가 진행됨
b. 구명된 피해 기작을 정량화하는 작물 모델 연구도 진행됨
c. 작물 모델에 따라 고온 피해 기작을 묘사하는 수준이 상이함
d. 대부분의 작물 모델은 기온을 이용하여 고온 피해를 모의함
e. 하지만 작물은 기온이 아닌 군라 온도(식물 체온)에 반응함
f. 군락 온도는 기온, 수증기압차, 풍속, 상대습도 등에 영향 받음
g. 위 요소를 고려한 군락 온도 추정 모듈을 개발하고, 이를 작물 모델에 적용할 필요가 있음
h. 2022년 현재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위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함
i. 가뭄, 폭우, 이상저온 등 다른 이상기상에 대한 모델 연구도 활발해지고 있음
1. 서론
기후변화가 진행됨에 따라 평균적인 기온뿐만 아니라 극한기상의 빈도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작물의 생산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자료를 이용한 통계분석 결과, 이미 대부분의 지역에서 주요 작물 수량이 온도가 증가함에 따라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도에 대한 작물의 반응은 고유한 온도 반응을 지닌 여러 가지 세포 혹은 기관 단위 반응이 종합된 결과물이다. 각 반응들은 연구실에서 다른 환경변수를 고정하고 온도만 변화를 주는 방식으로 연구되고 있지만, 노지 수준에서의 온도 반응은 연구실 수준의 것과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 원인에 대해서는 이후 챕터에서). 또한 환경조건을 조절하기 어려운 노지에서 각 반응을 정밀하게 살펴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고온의 시점&강도&기간, 품종, 기타 환경요인(토양수분, 일사량 등)에 따라서 온도 반응이 모두 다르게 나타나는데, 모든 조합에 대한 노지 실험을 수행하기에는 경제적 자원과 인적 자원이 턱 없이 부족하다.
작물 모델은 온도에 대한 각 반응을 수치적으로 해석하고 여러 반응을 종합하여 작물 수준에서의 반응을 모사하는 시뮬레이션 기법으로, 생리반응의 복잡성을 고려할 수 있는 유용한 연구 도구이다. 지금까지 개발된 대부분의 작물 모델은 고온으로 인한 수량 피해 기작 중 노화 속도 촉진과 수분 요구도 증가에 포커스를 두고 있지만, 또 다른 주요 고온 피해 기작인 종실수 감소에 대한 모델링 연구는 미비한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서 작물 모델은 특정 지역에서의 수량 변화는 잘 설명할 수 있지만, 종실수 감소가 주된 수량 피해 원인인 지역에서의 수량 변화는 잘 설명하지 못하였다.
본 논문에서는 (i) 화본과 작물의 고온 피해 기작을 리뷰하고, (ii) 현재 작물 모델이 어떠한 피해 기작들을 반영하고 있는지 검토하여, (iii) 고온 피해 기작을 더 잘 모의하기 위한 모델 개선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2. 작물 생육의 온도 반응
광합성 속도는 최저 한계온도부터 최적 온도 부근까지 직선적으로 증가하고, 최적 온도 구간을 넘어서면 빠르게 감소한다. 작물에 따라 상이한 주요 온도를 지니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추운 고위도 지역에 적응한 C3 작물은 0-30℃, 여름작물 혹은 C4 작물은 7-40℃ 범위에서 광합성이 일어나게 된다. C3 작물의 경우 저온에서는 광인산화 과정이, 적온 범위에서는 루비스코 활성이 광합성 속도를 지배한다. C4 작물의 경우 저온에서는 루비스코 활성이 광합성 속도를 지배하고, 적온 범위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고온 조건에서 광합성 속도는 빠르게 감소하게 되는데, 틸라코이드 막의 불안정화(활성산소 증가 -> 지방산 이중결합 감소 -> 틸라코이드 막 단백질 변성 증가 -> 전자 누수 증가)와 루비스코 제한 등으로 인한 광계2의 효율 감소가 주요 원인이다.
순동화율은 광합성에서 호흡량을 뺀 값으로 유지 호흡(식물체 유지)과 생장 호흡(식물체 생장)으로 나뉘게 되고, 유지 호흡은 온도가 올라감에 따라 상승하게 된다. 즉, 저온-적온 범위에서는 온도가 증가함에 따라 광합성과 호흡이 모두 증가하지만 광합성 속도가 더 빠르게 증가하여 순동화율이 높아지지만, 적온-고온 범위에서는 광합성의 증가 속도가 둔화되거나 감소하는 반면, 호흡은 빠르게 증가하면서 순동화율이 감소하게 된다.
증산(식물 내부의 물이 기공을 통해 대기 중으로 날아감)은 식물이 일사로 인한 열을 식히는 기작이며, 증산 속도는 엽과 대기의 증기압차, 일사, 엽온, 풍속, 상대습도 등에 의해 결정된다. 기온이 높아짐에 따라 증기압차가 커지게 되면서 증산 속도가 빨라지게 되는데, 식물이 토양으로부터 충분한 수분을 공급받지 못하게 되면 기공이 닫히면서 증산 속도가 감소하게 된다. 고온 조건에서 수분 부족으로 증산 속도가 감소하게 되면 엽온이 기온보다 높아지며 고온 피해가 더 심각해진다. 또한 토양에서의 수분 공급이 원활하더라도 대기의 수증기가 포화되면(습도가 높으면) 증산이 잘 일어나지 않아 고온 피해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작물의 발육(발아 -> 출아 -> 영양생장 -> 생식생장 -> 등숙 등 일련의 과정) 속도는 온도와 일장에 의해 지배된다. 적온 범위 이하에서는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발육 속도가 빨라지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발육 속도가 빨라지게 되면 생육기간이 단축되면서 작물의 군락이 흡수하는 일사량이 감소하여 작물의 수량이 감소하게 된다. 또한 고온에 의해 잎의 노화가 촉진되게 되는데, 잎의 노화가 촉진되면서 생육후기 군락의 광합성 속도가 감소하게 되고 이로 인해 종실의 등숙이 잘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 온도가 너무 낮을 경우에는 작물의 생장과 발육이 느려지면서 생육기간이 길어지면서 수확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이외에도 겨울작물(가을밀, 가을보리, 유채 등)은 일정한 기간 동안 저온에 노출되어야만 생식 생장이 시작되는 '춘화'라는 특성을 지니기도 한다. 예를 들면, 가을보리를 봄에 파종하면 잎만 커지지 곡식을 수확할 수 없으며, 봄에는 춘화 요구도가 적은 봄보리를 파종해야 한다.
종실의 개수는 온도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데, 저온-적온 범위에서는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종실의 수가 증가하지만, 적온 이상의 고온에서는 종실의 수가 크게 감소하게 된다. 특히 생식 생장기(생식기관의 발달, 출수, 개화, 수분, 수정)에 식물이 고온에 노출되게 되면 종실의 개수가 크게 감소하게 되는데, 고온에 의해서 생식기관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거나, 출수개화기 고온에 의해 수분 및 수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피해 기작이다. 밀의 경우 31℃ 이상의 고온에서 피해를 입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옥수수와 벼는 35℃ 이상의 고온에서 생식 장애가 나타나게 된다.
이외에도 종실이 동화 물질로 차 들어가는 등숙기에 식물이 고온에 노출되게 되면 엽의 노화가 촉진되어 광합성 속도가 감소하고 이로 인해 등숙률(전체 벼알 중 동화물질이 찬 벼알의 비율)과 종실 1개당 무게가 감소할 수 있다. 또한, 이삭의 노화도 촉진되어 등숙기간이 단축되는데, 등숙기간이 단축된 만큼 동화 물질이 종실에 축적되는 속도는 빨라지지는 못하여, 종실수량이 감소하게 된다.
3. 고온 피해 기작 구명을 위한 실험
작물의 고온 피해 기작을 구명하기 위한 실험은 크게 생장상(growth chamber), 온도구배터널(temperature gradient tunnel), T-FACE(temperature free-air controlled enhancement) 실험으로 구분된다. 생장상 실험은 환경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재배환경이 노지 조건과 크게 다르기 때문에, 본 연구 결과를 노지로 확장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일반적으로 생장상 실험에 사용하는 식물은 포트에서 기르게 되는데, 포트의 크키가 매우 작아 식물의 뿌리가 노지처럼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고, 포트가 일사에 노출될 경우 토양온도가 빠르게 상승하여 비정상적인 뿌리 생육이 나타나게 된다. 이와 같이 비정상적인 뿌리 생장은 양수분 흡수와 전반적인 식물체 생장에 영향을 미친다. 온도 구배 터널은 노지에 터널을 설치하고 터널 내부에 온도 구배를 만드는 방법으로 비정상적인 뿌리 생장이 나타나지는 않지만, 터널의 비닐로 인한 일사량이 감소한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T-FACE 실험에서는 적외선 히터를 활용하여 식물체의 온도를 높여, 자연광 조건에서 실험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적외선으로 온도가 높아진 곳에서 난류가 크게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고도나 위도에서 실험을 수행하는 방법이 있지만, 시험지에 따라 일사량, 일장, 강수량, 토양특성 등이 다르기 때문에 온도 효과만 구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4. 고온 피해 모델링(수식화) 방법
작물에서의 고온 피해를 모의하기 위한 가장 간단한 방법은 고온 피해 지수를 계산하여 수량에 곱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고온 피해 지수를 35℃ 이하의 온도에서는 0으로, 35℃부터 50℃까지는 직선적으로 증가하게, 50℃ 이상의 온도에서는 1로 설정하고, 개화기 전후 15일 동안의 고온 피해 지수를 평균한 뒤 이를 최종 수량에 곱하는 방식이다. 이와 같은 방법은 고온에 의한 최종적인 수량 피해는 반영하지만, 고온에 의한 불임과 등숙 저하 등의 세부적인 생리반응을 모의할 수는 없다.
두 번째 방법으로는 고온 피해 지수를 계산하여 "수확 지수"에 곱하는 방식이다. 수확 지수는 수확물(종실)의 건물중을 전체 건물중으로 나눈 것으로 수확물이 식물체에서 차지하는 건물중 비라고 볼 수 있겠다. 고온으로 인해 불임 혹은 등숙이 저하되면 싱크(동화 산물을 저장하는 기관)의 힘이 감소하게 되고 이로 인해서 수확 지수가 감소하게 되는데, 이 방법은 위와 같은 싱크의 크기 감소로 인한 수량 피해 기작을 일정 부분 모의할 수 있지만 세부적인 수량구성요소(주당수수, 수당립수, 등숙률, 천립중 등)의 변화를 모의할 수는 없다.
세 번째 방법으로는 고온 피해 지수를 종실수에 곱하는 방식이다. 종실수가 정해지는 시기(일반적으로 생식 생장기)의 고온 피해 지수를 잠재 종실수(품종특성이며 광합성량에 의해 변화)에 곱하여 실제 종실수를 계산하고 이것을 수량에 연결시키는 방법이다. 해당 방법은 싱크의 감소를 보다 정확하게 모의하고, 고온에 의한 수량구성요소(주당수수, 수당립수, 등숙률, 천립중 등) 변화를 모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네 번째 방법으로는 소스(동화 산물 생산 기관; 주로 잎)와 싱크(동화 산물 저장 기관)의 관계를 보다 정확하게 모사하는 방법이다. 소스는 일사량, 엽면적 지수, 광이용 효율을 통해 계산할 수 있다. 싱크의 크기는 수정된 종실수와 각 종실이 저장할 수 있는 동화 산물의 잠재량의 곱으로 표현될 수 있으며, 후자는 품종에 따라 일정한 편이다. 전자의 경우 감수 분열기에 고온에 의한 피해를 계산하고 개화의 시계열 패턴에 따라 특정 시점에 핀 꽃들의 임실률을 계산하고 임실 된 꽃의 수를 누적하여 모의할 수 있다. 이 방법의 경우, 보다 정확하게 싱크/수량구성요소 변화를 모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품종별 개화 패턴과 고온내성을 정확하게 알아야 하기 때문에, 실제 노지 연구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광합성이나 엽 노화 등에 대해서만 고온 피해 함수를 적용하는 방법이 있다. 이 방법은 고온으로 인한 피해가 주로 광합성 효율 감소와 엽 노화 등을 통해 나타나는 지역의 수량 변화는 잘 모의하지만, 종실수 감소로 고온 피해가 나타나는 지역의 수량 변이는 설명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5. 군락 온도
대부분의 작물 모델은 기온을 이용하여 작물의 온도 반응을 모사하지만, 실제 작물의 온도 반응은 군락 온도(작물 체온)에 의해서 결정된다. 군락 온도는 기온이 높아짐에 따라 높아지지만, 증산에 의해서 낮아질 수 있기 때문에, 식물에 수분이 충분히 공급된다면 여름철 한낮의 군락 온도는 기온보다 낮다. 하지만 토양수분이 부족하거나 뿌리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여 식물에 수분이 공급되지 않으면, 식물체는 수분을 보유하기 위해 기공을 닫고, 기공이 닫히면서 수증기가 식물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되고, 증산량과 이로 인한 쿨링 효과가 감소하고 군락 온도가 기온보다 높아지게 된다. 이외에도 대기 중 수증기가 포화되어 있거나 바람이 불지 않을 경우 증산량이 감소하게 되어 쿨링 효과가 작아진다. 위와 같은 현상을 모두 고려하기 위해 에너지 수지식을 이용하여 군락 온도를 추정하면 작물의 고온 피해 기작을 더 잘 설명할 수 있으며, 고온과 가뭄의 상호작용도 보다 정확히 모의할 수 있다.
6. 결론 및 리뷰 코멘트
본 논문의 결론은 작물 모델의 고온 반응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군락 온도 추정 모듈을 개발하여 작물 모델에 적용해야 하며, 다양한 생리반응을 필드 수준의 수량과 연결시키기 위한 실험을 수행하고 이를 작물 모델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중 군락 온도를 반영하는 것은 2022년 현재 상당 부분 진행이 되었지만, 후자에 대한 연구는 아직 미흡하다. 이 논문 외에도 다양한 연구들을 접하면서 느낀 점은 어떤 연구에서든 downscaling과 upscaling이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려운 과제라는 것이다. 미시적인 생리반응을 식물 혹은 군락 수준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어려우면서도 재밌는 작업이다.
본 논문을 첫 리뷰 글로 선정한 이유는 학위논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이 참고한 논문이기도 하지만, 지금의 보스인 Heidi, 보스의 동료인 Ehsan, 보스의 보스이자 연구소장님이신 Frank를 처음 알게 해 준 논문이기 때문이다. 지난주에 본 논문의 공동저자인 Thomas도 만났는데 이 분도 한 때 Heidi의 보스셨다고 하고, 지금까지 만나본 독일 연구자 중에서 가장 유쾌한 분이었다. 아마 다른 기관을 뒤로 하고 지금 근무하고 있는 연구소(ZALF)를 택하게 된 데에는 본 논문을 통해 갖게 된 보스에 대한 좋은 첫인상이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