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자 뿌리에 접을 붙인 감귤나무를 본다
그런 나는 탱자나무일까 감귤나무일까
쓴 탱자나무 뿌리가 향기로운 감귤을 키운다
감귤나무 발목을 보면 내 발목이 먼저 시큰거린다
나는 오늘 어린 귤나무들과 함께 논다
너무 키가 큰 풀들을 뽑아 햇빛을 먹인다
끝까지 탱자나무를 고집하는 나무들도 있다
쓴 탱자나무 뿌리가 향기로운 귤을 키운다
쑥대밭의 쑥을 뽑으며 어머니를 생각한다
농약을 마시고 흙으로 돌아가신 어머니께
또 다시 제초 농약을 드시게 할 수 없어서
엉덩이 의자를 깔고 앉아 어머니의 몸을 만진다
어린 귤나무을 자세히 보살피며 생각한다
접을 붙인 자리에서 다시 탱자나무가 나온
고집 센 탱자나무 가시에 찔리며 생각한다
너무나 가슴이 아픈 아들을 오래 생각한다
나는 이제 병이 깊어 힘든 일을 할 수 없는데
아들은 자꾸만 도박 빚을 갚아달라고
목숨으로 요구하는 아픈 아들을 생각한다
한강으로 뛰어내렸다는 어느 남자를 생각한다
나는 요즘 고유정을 생각하고 조주빈을 생각한다
고유정의 어머니를 생각하고 조주빈의 아버지를 생각한다
피해자를 생각하고 패해자의 부모들을 생각한다
귤나무를 생각하고 탱자나무를 생각한다
나는 귤나무를 보면 언제나 발목부터 보게 된다
귤나무의 줄기와 탱자나무 뿌리를 함께 보게 된다
내가 죽기 전에 아들놈의 도박중독은 꼭 치료하고 가야만 하는데
나의 몸은 자꾸만 허물어지고 아들놈은 잘 보이지 않는다
오늘도 나는 어린 귤나무를 돌보며 생각한다
향기로운 귤나무와 쓴 탱자나무를 생각한다
나를 더욱 단단하게 키우려고 나를 더욱 향기롭게 키우려고
하늘이 나에게 보내준 나의 아픈 도반을 생각한다
내가 나의 도반을 생각하는 동안
하늘집에 사는 까치들이 내려와
지상의 만찬을 즐긴다
지렁이를 좋아하는 놈도 웃고 굼벵이를 좋아하는 놈도 웃는다
나는 또 지렁이와 굼벵이의 부모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