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지현 등단시인 칼럼니스트
Mar 14. 2024
머루!
'굵고 탱탱한 싱그러운 열매가 알알이 보석처럼 박혀 고상하고 은은하게 색을 발하는 머루!'
그 이름은 바로 우리 아이가 처음으로 동네 길냥이에게 지어준 이름이었다.
내가 머루를 만난 건 우리 아이와의 동네 산책길에서였다.
힘없이 간신히 몸을 동그랗게 말아 올려 쭈그리고 앉아서 눈을 힘없이 아래로 깔고 무언가 를 바라는 듯한 눈빛의 고양이였다.
머루는 전체적으로 검은색에 흰색이 살짝 얹어져 귀엽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딱 이름 그대로 머루빛의 털을 가지고 있었다.
이 길냥이는 항상 같은 자리에만 있었다.
어딘가 아파 보이기도 하고 너무 지저분해 보이는 몸에 딱 봐도 한눈에 불쌍해 보였다.
아이는 갑자기 머루에게 밥을 주자고 했다.
지금 우리가 주지 않으면 금방 죽을 것 같다면서.
나는 아이의 말에 동의하고 곧장 우리는 동네 빵집으로 가서 우유를 샀다.
아이는 빵집 아주머니께 머루에게 밥을 주기 위한 그릇으로 쓸만한 것도 스스로 요청했다.
그렇게 우리는 처음 머루에게 밥을 주었다.
아이는 "고양이가 불쌍해서 마음이 아프지만, 그래도 한 생명을 살리게 되어서 참 다행이에요."라고 말하며 웃음꽃 한가득 얼굴에 드리우며 마구 설레고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