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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글

"오늘도 수고했어요. 등댓불"

by 예담



초등학교 4학년의 마음



나는 해운대에 이사 온 후 등댓불을 본 후 궁금증이 생겼다.

등대는 꼭 바다의 성 같다고.

그래서 그런지 등대 주변에는 갈매기가 많이 다닌다.

흐린 날에는 일자 모양의 갈매기가 날아다니고, 더운 날에는 파도 모양이다.

사실은 등대에는 아무도 모르는 또 다른 이가 산다. 빨간 눈을 가진 이가.

그이는 밤에는 반짝이면서 갈매기를 맞이한다. 아침이나 점심에는 모습을 감춘다.

왜 그럴까? 뱀파이어일까? 괴물? 그는 뱀파이어도 괴물도 아니다. "등댓불"이다.

등댓불은 아주 많은 일을 한다.

밤이 되면 어부들이 배를 잘 탈 수 있게 빨간 불빛을 내어주고,

사람들이 예쁜 불빛을 보고 마구 황홀하여서 기뻐하게도 만든다.

나는 등댓불이 참 아름답다.

아마도 갈매기 가족도 바다 바퀴벌레 가족들도 그 이유를 알 것이다.

이유는 등댓불은 모든 이들을 도우니까.

나쁜 갈매기가 등댓불 사이를 지나쳐도, 그 누구든지 불빛을 볼 수 있다.

"오늘도 수고했어요. 등댓불"





끝 문장이 살짝 의아해서 의도를 물었더니 아이가 말한다.

"응. 등댓불은 착한 이와 나쁜 이를 구별해서 빛을 다르게 안 한다는 뜻이야.

혹시 나쁜 갈매기가 등대를 지나쳐도 똑같이 불빛을 비춰준다고. 누구든지 지켜주는 거야. "


아아! 그 말이 못 견디게 따뜻해서, 나는 기록을 하며 마음을 끌어안는다.

누구든지 지켜주는 등대가 있어 따뜻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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