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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도르노 May 02. 2023

기계가 예술을 하면 인간이 예술을 그만두어야 할까?

포스트 휴머니즘(2)

현실로 부쩍 다가온 인공지능 예술의 시대. 그런데 ‘인공지능 예술의 시대‘이라는 말이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인공지능을 사용해서 예술을 하는 시대? 아니면 인공지능이 예술가를 대체한 시대? 어느 쪽이던지 인간의 자리가 조금은 좁아졌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 한들, 그러니까 기계가 예술을 한다고 한들 인간이 예술을 그만두어야 할까? 그렇다면 인공지능은 이미 오래전부터 학습하고 있는데 우린 왜 아직도 학습을 그만두지 못하는 걸까?


인공지능이 이겼고, 인간은 패배했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에서도, AI가 그림대회에서 인간을 제치고 1등을 거머쥐었을 때도 말이다.

AI가 그렸고 제이슨 M. 엘런이 제출한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Théâtre D’opéra Spatial)’ ㅣ출처 https://www.jasonmallen.com

AI가 대회에 출전하는 일이 마냥 먼 일이 아니다. 최근 AI가 만든 광고가 ‘올해의 광고상’ 대상을 수상하는 일도 있었다. 한국에서 말이다!

AI 엑사원(EXAONE)이 생성한 ‘새싹이 움트는 봄’ 이미지 활용 광고ㅣ출처 LG 홈페이지

인공지능이 만든 작품이 대회에 나가도 되는 걸까? AI의 작품을 인간의 대회에 제출한 것이 잘못일까? 누군가는 그 작품에 상을 준 사람이 잘못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난 작품을 제출한 예술가도 상을 수여한 심사자도 각자의 역할에 충실했다고 생각한다. 예술가는 자신의 새로운 예술적 시도를 당당하게 세상에 내놓았고, 심사자는 심사의 규격에 맞는 가장 ‘잘’한 작품을 채택한 것일 뿐이다! 이게 제일 정교하고 잘 그린 것을 어떻게 하겠는가. 하지만 예술가들은 걱정이다. 지금은 세상에서 주목하지 않는 나, 이런 나의 작품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대회나 콩쿠르가 가장 효과적인데(참고로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렇게 된다면 AI가 모든 상을 휩쓸어버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글에서 호소하는 중이다.

여러분 예술을 한 번씩만 창작해봐 주세요!


예술의 기본은 ‘모방’이다. (이를 부정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라고 생각한다.) 뭐든지 따라 하는 것부터 시작이라는 말이다. 기술이 발전하니 모방을 수월하게 할 수 있어졌고, 사람들은 예술창작에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기존에 장인들이 몇 년에 걸쳐 갈고닦았던 기술을 간편하게 ’ 복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술 복제 시대란 ……. 인간의 감각이 기계화된 시대, 그 변화된 감각에 의해 예술 작품이 만들어지고 수용되는 시대라고 재정의할 수 있지 않을까? - [인공지능과 포스트휴머니즘(이학사)]

기술 복제가 수월해진 지금은 다른 사람의 사진, 음악, 영상을 복제하고 변형하거나 편집해서 새로운 창작물을 만드는 것이 일반화된 시대이다. 이런 기술은 점점 대중화되어서 대중 자신이 예술을 감상하는 수용자에서 창작하는 생산자로 나아간다. 거기에 인공지능까지 더해지니, 정말로 누구나 ‘예술가’라는 칭호를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다! 심지어 정말 멀게만 느껴졌던 동경하는 그 분야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 창작을 해 본 여러분들은 더 뛰어난 수용자가 되어있을 것이다. 모두가 창작자이자 감상자가 되는 시대, 대중을 위한 예술이지만 대중이 모두 예술가인 시대. 그것이 현시대 예술이 향하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글도 ’챗GPT‘가 써주고, 음악도 ‘이봄’이 만들어준다. 창작이 간편화되었기에 앞으로 결과물보다는 예술가의 의도가 더 중요한 시대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지금도 아이디어로 주목받는 작품들이 많지만 지금보다 더 예술가의 의도를 중심으로 작품을 대하는 세상이 올 것만 같다. 대회나 콩쿠르도 점점 의미를 잃어갈지도 모른다. AI가 발전하면 할수록 작품의 완성도는 모두 비슷하게 정교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정교한 작품 하나만을 위해 달려온 시간들이 무색하다고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허탈할 시간도 없다! 이제 인간과 기계는 지금까지와 다른 관계를 맺어야만 한다. ‘기계가 이겼고 인간이 졌다’라는 적대적인 관계를 벗어나서 이젠 협력하는 동료의 관계로 생각하는 것이다. 음악을 만들기 위해 로직을 배우는 것처럼 발 빠르게 새로운 기술을 터득하자. 어차피 인공지능은 ‘감정’이라는 한계가 있다. 그 한계를 넘어서는 똑똑한 예술가가 되자. 기계가 예술을 한다고 내가 그만둬야 할 필요는 없다. 나의 빛나는 개성을 빠르고 정교하고 완벽하게 작품화할 수 있는, 지금보다도 더 프로페셔널한 예술가가 되는 것이다!

예술은 분명 사회적 산물이며, 따라서 그 시대의 사회, 경제적 수준에 직접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 발터 벤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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