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톡하우젠 <빛 (Licht)> 시리즈 (1)
카를하인츠 슈토크하우젠(슈톡하우젠). 20세기 음악에 어찌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이 분의 이름이 빠지는 곳이 드물정도이다. 음렬주의에서도 중요하고 전자음악에서도 중요하다니, 지금으로 치면 클래식음악계에서도 대중음악계에서도 영향을 끼친 사람인 것이다. 그런 슈톡하우젠이 1977년부터 2003년까지 작곡한 7개 연작 오페라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오페라 <빛(Licht)>이다. 이 오페라 중 하나인 헬리콥터 현악 4중주를 이미 소개한 적이 있는데 헬리콥터가 나오는 음악이 일부라니.. 전체 연주하려면 1억이 든다는 이야기가 어느 정도 설득이 될 지경이다.
<빛>은 총 7개의 오페라로 이루어져 있는데, 요일을 주제로 한다. 작곡된 순서는 '목 - 토 - 월 - 화 - 금 - 수 - 일'이다. <빛>은 주제마가 전통적인 신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요일마다 행성을 연결해서 관련된 신들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슈톡하우젠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각 요일의 직관적인 의미에 몰입하면서 각 오페라의 주제를 만들었다.
월요일 = 달
화요일 = 화성
수요일 = 수성
목요일 = 목성
금요일 = 금성
토요일 = 토성
일요일 = 태양
각 오페라마다 막이 나뉘어 있고, 거기에 각 막에는 여러 개의 장면이 수록되어 있기도 하다. 각 오페라를 따로 살펴보면서 자세히 알아보겠지만 어쨌든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큰 오페라라는 것이 중요한 사실이다!
이 오페라의 중요한 등장인물인 마이클, 이브, 루시퍼는 29시간의 연주시간 동안 소개되고, 갈등에 빠지고, 유혹에 직면하기도 하다가 서로 연합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마이클은 주인공인데 첫 번째 곡 '목요일'에서 어린 시절부터 소개된다. 이브는 연인/어머니의 모습으로 등장하는데, 인류를 임신하고 출산하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루시퍼는 굉장히 보수적인 관점을 가져서 완고하고 성장에 저항하는 캐릭터이다. <빛>은 우리가 겪어왔던 오페라와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주인공들의 세세한 이야기들이 하나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각 인물들의 서사보다는 요일별 신들에 대한 신화적 내용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 적절하다.
이쯤 되면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이야기가 하나로 이어지지도 않고 극마다 필요한 악기가 극단적으로 바뀌는데 (헬리콥터와 낙타 등), 어떻게 보면 서로 다른 곡을 억지로 붙여놓은 것은 아닐까? 하지만 이 7개의 오페라를 관통하는 캐릭터별 멜로디 테마가 있다. 슈톡하우젠은 이 것을 "슈퍼 포뮬러" 혹은 "슈퍼 공식"이라고 부르는데, <빛>은 "슈퍼 포뮬러"로 특징짓는 3가지 테마를 변조, 변형 등의 액세서리로 29시간 동안 계속 확장해 나간다.
7개의 각 오페라는 대부분 '인사(Greeting)'라는 이름의 오프닝으로 시작하고, '작별(Farewell)'이라는 이름의 엔딩으로 끝난다. 오프닝과 엔딩 사이에는 2~4개의 막(장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곡된 순서대로 전체 구조를 간단하게 알아보자.
목요일은 대천사 미카엘의 날이고, 대표 색상은 밝은 파란색이다. 주인공인 마이클을 소개하며 마이클의 어린 시절, 지구 일주 여행, 동창회 3막을 담고 있다. (오프닝과 엔딩까지 총 5개 구성)
Licht의 우주 주인공인 마이클은 아이에서 남자로 성장하는 인간으로 묘사된다. 그다음 그는 천상의 소울메이트인 이브를 만날 때까지 '지구를 도는' 여행을 떠난다. 결국 그는 Licht의 적대적인 캐릭터인 루시퍼의 구박에도 불구하고 다른 하늘의 존재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묘사하는 별에서 그의 동포들과 다시 합류한다.
토요일은 루시퍼의 날이고, 대표 색상은 검정색이다. 본질적으로 완고하고 성장에 저항하는 루시퍼를 소개한다. 오프닝과 엔딩 외에 루시퍼의 꿈, 카씽카의 노래(레퀴엠), 루시퍼의 춤 3장면을 담고 있다.
토요일은 루시퍼의 날, 죽음의 날(그리고 부활)이다. 빛으로 전환되는 밤이기도 하다. 루시퍼는 죽음과 부활의 꿈을 가지고 있으며, 그 후 고양이 같은 플루티스트는 음악으로 그의 관을 보호한다. 그다음 루시퍼의 얼굴 이미지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는 스스로 파괴하기 위해 싸운다. 마침내 한 무리의 수도사들이 새장에 갇힌 검은 새를 하늘로 풀어놓았다.
이브에게 헌정된 월요일은 대표 색상은 밝은 녹색이고, 보조 색상은 오팔과 은색이다. 오프닝과 엔딩 외에 이브의 첫 출산, 두 번째 출산, 이브의 마법 3막을 담고 있다.
월요일은 이브의 날, 출생의 날이다. 이 오페라는 탄생과 인류의 재탄생을 기념한다. 이브는 새로운 형태의 인류를 낳았지만, 아이들과 그들의 간병인들은 루시퍼에게 조롱당한다. 결국 플루트 연주자가 아이들을 멀리까지 이끈다.
화요일은 마이클과 루시퍼 사이의 갈등이 있는 날이고, 대표 색상은 빨간색이다. 다른 오페라의 구성과는 다르게 오프닝과 마이클과 루시퍼의 갈등 과정, 침략 이렇게 2개의 막이 있고 엔딩이 없다.
화요일은 <빛>의 전쟁의 날이다. 이 오페라에서 루시퍼와 마이클은 시간의 흐름을 통제하기 위해 "올해의 과정" 대회에서 처음으로 서로 대결한다. 후반부에 그들의 군대는 공중과 (미래지향적인) 전장에서 서로 전쟁한다. 루시퍼의 힘은 수정 장벽을 뚫고 "전쟁 게이머"를 드러냈지만 결국 광대 같은 인물인 "신티푸"의 유머로 갈등이 완화된다.
금요일은 루시퍼가 이브를 유혹한다. 대표 색상은 주황색이다. 오프닝과 엔딩이 있고, 유혹을 표현하기 위해 두 가지 그룹화된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금요일은 루시퍼가 이브를 유혹하여 천국에 대항하는 그의 혁명에 참여하도록 유혹하는 유혹의 날이다. 처음에는 이브가 저항하지만, 루시퍼의 아이들과 이브의 아이들이 함께 만나서 논다. 하지만 아이들의 전쟁이 그 연합을 산산조각 낸다.
수요일은 마이클, 이브, 루시퍼가 협력한다. 대표 색상은 밝은 노란색이다. 오프닝과 엔딩 외에 세계 의회, 오케스트라 결선 진출, 헬리콥터 현악 사중주, 마이클리온(은하본부) 4개의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수요일, <빛> 협력과 화해의 날, 마이클, 이브, 루시퍼는 "사랑"에 대한 지상 평의회 회의, 현실에 떠다니는 오케스트라, 헬리콥터 현악 사중주단, 그리고 이상한 낙타가 대통령으로 선출되고 메시지 전달자들이 우주로 흩어지는 성간 공간(은하본부)에서의 회의.
일요일은 월요일의 새로운 삶이 생산되는 날이다. 이브와 마이클이 결합(결혼)하고 루시퍼가 떠난다. 인사겸 장면 1, 천사행렬, 가벼운 그림들, 향기-표지판, 결혼식 그리고 엔딩까지 담고 있다.
일요일은 <빛>의 주인공 마이클과 이브 사이의 "신비로운 연합의 날"로 특징지어진다. 오프닝 장면에서 오케스트라는 마이클과 이브의 주제를 회전시키고, 천사의 행렬이 그들의 연합을 칭찬한다. 가벼운 그림들에서는 3방향의 그림자 연극으로 두 캐릭터 사이의 구애를 반영했고, 일곱 개의 "금주의 향기"를 기념한다. 마지막으로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교대로 <빛>의 매일의 장면에 대한 기억과 함께 이 결합을 마무리한다.
한 주의 끝도 시작도 없다. 그것은 영원한 나선이다.
화요일의 갈등에는 수요일의 화해가 뒤따르고, 일요일의 신비로운 연합은 월요일의 새로운 삶을 위한 길을 준비한다. 주기에는 시작도 종말도 없다. 각 오페라는 다음날로 이어지고 계속해서 반복되는 원형구조이다. 이 오페라의 '구조'라는 말보다 '사이클'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빛>은 선과 악의 갈등이 아니라 오히려 현실의 다른 개념에 대해 잠재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 로빈 마코니(Robin Maconie)
코너속의 코너 느낌으로 현대음악 탐방 카테고리에서는 당분간 <빛(Licht)>을 하나하나 살펴보려 한다. 슈톡하우젠에게 이렇게 광대한 영감을 준 책이 [유란시아(The Urantia Book)]이라는 저자 불명의 철학적 종교적 책이라고 하니, 관심 있는 사람들은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슈톡하우젠이 이 일주일 사이클을 어떻게 음악으로 풀어냈는지 들어보면서 비교해보는 재미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