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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끔 쓰는 이다솜 Dec 02. 2020

유튜브 없이 육아를 했었단 말이지?


몇 년 전만 해도 Z세대가 포털이 아닌 유튜브에서 정보 검색을 한다는 사실이 화제가 됐지만, 요즘은 전 세대가 유튜브를 본다. 밀레니얼 세대인 나 역시 수년 전부터 유튜브를 즐겼다. 하지만, 엄마가 되기 이전에는 유튜브를 통해 육아에 이토록 큰 도움을 받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유튜브 없이 아기를 키웠던 시대를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마치 해외를 여행하며 스마트폰과 구글 앱이 없던 시절을 떠올리기 어려웠던 것처럼 말이다.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기쁨만큼 걱정이 앞섰다. 육아에 전혀 관심이 없던 터라 기본 상식조차 없었다. 가장 가까운 육아 경력자인 엄마는 일을 하느라 바쁘셨고, 무엇보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거의 기억하지 못하셨다. 막막한 마음에 대한민국 임산부라면 한 권씩 가지고 있을 ‘임신 출산 육아 대백과’라는 거대한 책을 샀다. 임신과 출산 과정을 대략적으로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됐다. 하지만, 당장 태교부터 출산 과정, 출산 호흡법까지 더 구체적인 정보가 필요했다. 유튜브에 검색을 해봤다. 왜 더 빨리 유튜브를 활용하지 못했나 싶을 만큼 양질의 정보가 쏟아졌다. 특히 산부인과 전문의, 소아과 전문의, 수유 전문가 등 각 분야 전문가가 직접 제작해 올린 영상이 많아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신세계가 열린 것 같았다.


임신 기간 내내, 출산 직후 조리원에서도 ‘요가 테라스’의 임산부 요가를 보면서 운동을 했다. 만삭 때는 ‘둘라 로지아’ 채널을 보면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출산 호흡법 연습했다. 출산 직후 가장 큰 미션으로 느껴졌던 모유수유 역시 ‘권향화 원장의 다울아이TV’와 ‘곽윤철 아이연구소’의 영상을 보면서 하나씩 배워 나갔다. 고급 정보를 얻을 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의 격려에 위안을 얻고 처음 엄마가 되어 혼란스러운 마음까지 진정시킬 수 있었다. ‘로운맘’이라는 엄마 유튜버의 채널은 다양한 육아 책 내용을 깔끔하게 요약하고, 월령별 아이템 등을 추천해줘 요긴했다. 오래전부터 존경하는 박사님의 채널 ‘오은영의 버킷리스트’도 종종 봤다.


최근 가장 즐겨보고 있는 채널은 육아 유튜버계의 신흥 강자이자 대세라고 생각하는 ‘베싸TV, Fact로 육아하기’이다. 서울대를 졸업한 엄마 유튜버가 각종 육아 이슈에 관한 논문과 연구를 서치하고, 나름대로의 결론을 도출해 공유한다. 이 채널을 통해 우리나라 아기들이 만성적인 철분 부족 상태라는 사실을 알고, 철분이 강화된 오트밀을 아침 식사로 먹이기 시작했다. 만 36개월 이전 아기가 어린이집에 다닐 경우 겉으로 티가 나든 나지 않든 만성적으로 높은 스트레스에 노출된다는 연구 결과를 알게 됐다. 유명한 교구인 줄만 알았던 몬테소리 교육의 철학과 효과에 관해 이해하고 관심이 생겼다.


정보가 많아 혼란스러울 것 같지만, 도움되는 측면이 훨씬 더 크다. 유튜브에 올라온 정보를 무조건 믿지 않을뿐더러, 나름대로 양질의 채널을 추려내고 정보의 타당성과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엄마나 어머님의 도움 없이도, 조리원 동기나 육아 동지 없이도 자신감을 갖고 때로는 잘한다는 칭찬까지 들으면서 아기를 키우고 있다. 사실은 여전히 어설프고, 부족함이 많은 엄마지만 말이다.


별개로 지난달부터 아기의 일상을 담은 짧은 영상을 편집 없이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 기록과 저장 목적만 있다면 웹하드나 외장하드를 사용했겠지만, 가족들에게 매번 대용량 영상을 보내지 않고도 성장 과정을 공유할 수 있고, 나중에 함께 보면 추억이 될 것 같아 유튜브를 택했다. 물론 잠시 인기 유튜버를 꿈꾸기도 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이 정도 정성과 시간을 들여서는 불가능하다는 현실도 직시했다.


나를 포함한 밀레니얼 엄마에게 유튜브는 가족만큼, 때로는 그보다 더 의지되는 육아 조력자이다. 사실상 엄마들에게 손쉬운 검색만으로 정보를 취합, 선별할 수 있는 권한을 준 것이나 다름없기에 육아를 하면서 자신만의 중심을 잡는데도 큰 힘이 된다. 플랫폼에도 유튜버들에게도 너무나 고맙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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