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듯 낯선 하루

이제는 담담하게 마주하다

by 예감

오늘, 9월 6일은 나의 생일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일 년 중 가장 화려하고 북적이는 날이었겠지만, 나에게는 퍽 조용하고, 또렷하게 나 자신을 마주하는 하루가 되었다.


꽤 긴 시간 동안 나의 생일은 세상의 모든 축하가 집중되기를 갈망하는 날이었으나, 올해는 달랐다. 육신의 피로와 마음의 그늘이 짙었던 터라, 굳이 많은 이들에게 이 하루를 알리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소소한 행복의 조각들은 나의 생일인 오늘, 나를 향하기보다 주변 사람들에게로 흘러갔다. 그들의 웃음과 소소한 기쁨을 먼발치서 바라보았다.


그 순간 나는 어떠한 결핍도 느끼지 못하고, 그저 고요히 흐르는 강물처럼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있음을 깨달았다.


어릴 적 나의 생일은 집착에 가까웠다.


본가에서는 아무도 이 날을 알지 못했고, 시설에서는 수많은 아이들 사이에서 나의 생일은 그저 사치에 불과하였다. 작은 달력에 손톱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며 애써 나만의 기념일임을 되뇌곤 하였다.


혹여나 누군가 알아줄까 하여, 한두 번 슬쩍 나의 생일을 언급하기도 하였지만, 홀로 축하해야 하는 이 하루는 늘 서럽고 억울하였다.


성인이 된 후, 나는 내가 받지 못했던 축하를 스스로 만들어갔다.


친구들에게 초등학생처럼 초대장을 돌리고, 직접 음식을 차려 초대하며 떠들썩한 파티를 열었다.


나부터 친구들의 생일에는 진심을 다해 축하 파티를 열어주며, 그렇게 서로의 축하를 주고받는 즐거움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오늘의 나는, 더 이상 그처럼 애달프게 나를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나의 생일'이라는 무거운 족쇄가 더는 나를 짓누르지 않기를 바랐다.


서른 해를 바라보는 스물일곱 번째 나의 생일, 그저 1년 365일 중 하루, 혹은 케이크를 먹는 날이라고 스스로에게 되뇌어본다. 솔직히 말하자면, 평생 단 다섯 번의 생일만이 '나를 위한 케이크'와 함께였다.


그마저도 오늘은, 하루가 고단했던 탓인지, 혹은 늘 나를 괴롭히던 빈약한 위장이 문제였는지, 케이크는 기어이 작은 탈을 일으켰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마음은 오히려 편안하였다.

복잡한 관계나 어색한 시선 속에서 억지로 웃는 대신,

그저 나의 하루를 나의 속도로 걸어 나갔다.

나들이를 하였고, 고요 속에 나 자신을 내던졌다.


모든 것이 덧없이 흘러가는 이 생의 한 조각 속에서,

비록 몸은 약간의 투정을 부렸지만,

오랜만에 내 마음이 온전히 나만의 공간을 찾은 듯하였다.


축하받지 못한 것 같아 보이지만,

나는 나의 가장 진솔한 나를 마주하였으니.

오늘, 나의 9월 6일은 그렇게 흘러갔다.


익숙한 듯 낯설고, 퍽 조용하여 오히려 평화로웠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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