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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예인 Sep 12. 2017

분노의 기록: 헌재소장 김이수 부결 사태에 부쳐

김이수 부결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한 헌재소장 김이수 인준안이 찬성 145: 반대 145(기권 1, 무효 2)로 부결되었다.


김이수 인준안 부결..찬성 145표 반대 145표로 동수, 뉴스1 



김이수 지명이 상징했던 것


헌재소장 김이수 지명의 의의에 대해서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 요약하자면, 김이수 지명이 소수자 인권 문제에 대한 문재인의 대답이라는 것.


대통령중심제 하에서 대통령은 강력한 존재이지만, 만기친람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입법은 입법부의 몫이며, 사법은 사법부의 몫이어야 한다. 다만 대통령이 가진 권한을 통해, 헌재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잡을 수는 있다. 문재인은 김이수 지명을 통해 그 방향이 약자를 보호하고 사회를 진보시키는 것임을 천명한 것이다.


헌재소장 김이수 지명이 상징하는 것, 이 블로그 



부결의 이유: 보수 야당의 힘 과시


그러나 부결되었다. 왜? 통진당 결정이나 군형법상 계간 조항 위헌 결정 때문이라 핑계를 대지만 아주 조악하다. 그냥 진보라서, 코드인사라서 안 된다는 어처구니 없는 이유도 댄다. 이명박근혜 시대를 지나며 지나치게 보수화된 현재의 헌재 지형을 그냥 둬야 한다는 것인가. 아마 그들은 수구꼴통을 데려다놓아야 만족할지도 모른다.


이건 누가 봐도 명백히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힘의 과시’의 결과물이다. 자유당 의원들이 부결에 환호하며 “다음은 탄핵”이라 외쳤다는 다음 기사는 그 방증이다.


“됐어!” “이제 탄핵이다” 김이수 부결에 한국당 환호, 머니투데이 the300


사실 김이수는 지금도 헌재소장 권한대행이므로, 부결되었다 해서 큰일이 일어나는 건 아니다. 보수정당이 딱히 실익을 볼 게 없다는 분석도 그래서 나온다.


그러나 ‘힘의 과시’에 성공한 보수 야당들이 앞으로 어떤 만행을 저지를지 모를 일이다. 실리를 챙긴 건 아니라 해도 상당히 중대한 사태일 수 있는 게, 앞으로도 자유당 – 바른정당 – 국민의당이 별 명분 없이 무조건적인 대여투쟁에 돌입할 수 있다는 신호인 것이다. 문재인 정부 입장에선 무리해 국정을 운영하기보다 차라리 다음 총선까지 부자 몸조심하는 게 나은 전략이 될 것 같기도 하다. 



힘을 과시하기 위해 소수자들에 대한 폭거를 저지른 것


한편 이 와중에 안철수는 김이수 부결을 두고 “20대 국회에선 국민의당이 결정권을 가진 당”이라며 대놓고 힘을 뽐내는 발언을 했다.


安, 김이수 부결에 “20대 국회에선 국민의당이 결정권 가진 당”, 연합뉴스


물론 가장 거대한 악은 자유당이다. 그 다음은 바른정당 정도일 것이고, 국민의당은 3순위 정도 될 것이다. 다만 안철수는 너무 본심을 대놓고 얘기했고, 마땅히 나는 그에게 분노할 수밖에 없다.


난 이 자가 존재감 과시를 위해 소수자들을 향해 어떤 패악질을 저질렀는지 똑똑히 기억할 것이다. 소아병적 권력욕만 남은 정치혐오의 기생수.


국민의당도 다르지 않다. 이딴 논평이나 내는 작자들이 어떻게 새정치니 국민의 뜻이니 운운하는지 모르겠다. 알파부터 오메가까지 비인간적인 선동 뿐이다. 옛 민주당계 정당의 구태들을 한 데 모아놓았다.


[논평] 김이수 후보자 軍 동성애 인정 논란에 대해 여당은 책임 있게 입장을 밝혀라, 국민의당 



정의당도 ‘나만 옳다’는 양비론을 자제했으면


정의당은 당연하게도 이번 표결에서 찬성 입장을 밝혔고, 문재인 정부의 ‘진보 드라이브’에 나름 일익을 담당하고 있긴 하지만…


정의당 “김이수 인준안 부결 참담…민주당 무능·야당 발목잡기 탓”, SBS


가끔 이런 양비론 클레이모어만 터트리지 않아도 참 좋을텐데 싶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같은 소리는 오히려 정의당이 딱히 책임질 일이 없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무책임한 논평이다. 



보수 개신교계가 사회의 거악이 되어가고 있다


김이수 임명을 두고 보수 개신교계는 동성애 찬성 재판관이라며 반대운동을 전개했다. 이 조직적인 반대운동이 부결에 큰 영향을 끼쳤음을 부인할 수 없다.


2표 차 부결… ‘동성애 반대’ 개신교, 국민의당 공략 먹혔나, 오마이뉴스


물론 동성애는 첨예한 이슈다. 반대란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긴 하지만, 어쨌든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다. 꼭 개신교계만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신교계가 가장 큰 비판을 받아야 한다. 왜곡과 선동을 집단적으로 확대 재생산하는 구조를 쌓아올려놓았기 때문이다.


많은 대형 교회의 목사는 더이상 목회자가 아니다. 모두가 제사장이라는 만인제사장설은 한국 교회와는 관계 없는 얘기다. 목사는 교인들에게 절대적인 권위를 가진, 절대 부정당하지 않는 일종의 왕이다. 세상의 진리는 성경이 아니라 바로 목사의 입에서 나온다. 목사가 절대 권력을 쥐고 정점에 선 이와 같은 구조로 인해, 그들이 사회 이슈에서 내뱉는 거짓말과 선동, 극우적인 사상을 교인들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자정이 가능할까? 잘 모르겠다. 대형 교회의 사악한 목사들이 이토록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한, 이들 보수 개신교회를 인종차별자들이나 성 차별자들, 혐오발언자들과 달리 봐야 할 까닭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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