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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lin Jun 18. 2022

Kara Walker의 잔혹동화

카라 워커는 1861~65년 미국 남북전쟁의 역사 삽화에 고풍스러운 빅토리아 양식의 종이 오려내기 기법을 덧대어 동화 같은 장면을 연출했다. 얼핏 보면 마리오네트 인형극을 보는 듯한 이 검은 실루엣은 화이트 워시 속에 숨겨진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어두운 역사를 시각화한다. 놀랍게도, 워커의 잔혹동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녀의 시리즈 'Harper's Pictorial History of Civil War'의 15개 작품 각각은 내전 중의 특정한 사건을 상징한다. 이것들은 모두 1860년대에 발행된 하퍼스 매거진의 전쟁 기록들을 모은 책에서 선택된 매우 구체적인 역사적 사건들이다.


Kara Walker, 'Exodus of Confederates from Atlanta'


그녀의 작품에는 몇 가지 트릭이 있는데, 첫째로 블랙 앤 화이트로만 이루어진 그녀의 장면들은 시청자들에게 그림자 쇼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이 뚜렷한 명암대비를 통해 흑백 커뮤니티의 분리에 대한 인상을 각인시킨다.


두 번째는 픽션과 논픽션의 조합이다. 워커는 어릴 적에 읽었던 시대적 배경의 로맨스 소설 'Thomas Dixon Jr의 'Ku Klux'에서 스타일의 영감을 받았다. 이후 그녀는 미국 흑인 노예 반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The Birth of a Nation'의 이야기를 차용했다. 이러한 픽션과 논픽션의 조합은 그것이 현실인지 동화인지 시청자를 혼란스럽게 하는데, 이것은 후에 시청자가 그녀의 작품들의 배경이 역사적 사실이라는 것을 깨달을 때 그 장면의 비극성을 증가시킨다.


마지막으로, 비교적 멀리 보이는 역사적 순간들과 시청자의 바로 눈앞에 위치한 것처럼 보이는 그림자의 구도는 먼 과거와 현재의 공존을 암시한다. 작품의 전체적인 배경을 차지하는 역사적 삽화는 과거 흑인들의 실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런 가운데 보는 이에게 매우 가깝게 느껴지는 흑인 여성 실루엣의 배치에는 과거와 현재, 즉 역사 속 오류의 영향이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음을 암시한다. 추가 설명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흑인들의 인권 입장과 당시 그들이 받았던 대우를 느낄 수 있다. 여기서 시청자들은 오늘날 흑인들이 여전히 직면하고 있는 인종 문제를 각 장면들에 비추어보게 된다.


Kara Walker, 'Alabama Loyalists Greeting the Federal Gun-Boats'


그녀는 인종차별, 폭력, 페미니즘 등 사회적 이슈를 실루엣으로 담아내지만, 실루엣이 가진 재미있는 역설 은 실루엣 자체는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구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The silhouette says a lot with very little information, but that’s what the stereotype does. (실루엣은 아주 작은 정보와 함께 아주 많은 이야기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선입견이 하는 일이다.)"

- Kara Walker


워커의 인터뷰는 아주 영리하게 시청자의 뒤통수를 때린다.


Kara Walker, 'Cotton Hoards in Southern Swamp'


그녀의 실루엣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보는 사람의 내면의 고정관념을 끌어낼 줄 안다. 그것은 아주 간단한 요소들을 사용해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시각화한다. 이 실루엣은 시청자들에게 그들이 어떤 고정관념들을 갖고 있는지 일깨워준다.


이는 잔혹동화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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