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공연 보러 다니니? 네.
도파민과 효율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하지만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가 되어 오랜만에 브런치에 끄적거리러 왔다.
"아니, 10분짜리 유튜브 영상 보는 것조차 버거운 요즘 세상에 누가 텍스트 콘텐츠를 소비해?"
그래도 꿋꿋이 글자를 남기러 찾아왔다.
게다가 SNS도 끊어버린 채로.
여기를 떠나 있는 동안, 참 많은 시도를 했었다. SNS도 꽤 열심히 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에 나름 최선을 다했다. 매일 다양한 유튜브 채널을 보며 최신 트렌드를 놓치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그러면서도 직관 콘텐츠는 여전히 소비해 왔다. 장르와 빈도는 더욱더 넓고 깊어졌다. 여기에 적자면 끝이 없을 정도인데, 현시점 기준으로는 2025년 10월 말 오아시스 내한 콘서트가 인생 공연이었고, J-POP 콘서트 비중이 근 2년 동안 정말 많이 커졌다. 그리고 연극과 뮤지컬에 더욱더 눈을 뜨기 시작했다.
아, 야구도 보기 시작했다. 응원 구단은 KT wiz이고, 이유는 집에서 가장 가까워서.
10년 전에는 직관 콘텐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지금 대비 훨씬 적었다. 그래서 지금 페스티벌이 매진되고, 콘서트가 매진되고, 전설적인 공연들이 한국에서 줄곧 열리는 것을 보면서 신기함과 동시에 다양한 생각을 해보았다. (심지어 야구 경기도 툭하면 매진이 되다니.)
1. SNS와 유튜브는 직관 콘텐츠에 득이 될까? 해가 될까?
참 많은 고민을 했었고, 결국 나는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해'를 택했다. (SNS를 끊은 원인 중 하나이다.) 물론 개인적인 견해일 뿐, 득에 대해서도 참 공감을 많이 한다. 사람들의 과시욕을 잘 활용하여 소비자들을 곧 홍보자(어떻게 보면 본인 SNS 콘텐츠의 제작자로 간주할 수도 있겠다)로 만듦으로써, 확실히 관련 정보들이 훨씬 빠르게 전방위적으로 퍼지고 있다. 덕분에 더욱 많은 잠재적 직관 콘텐츠 소비자들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직관 콘텐츠 제작자 입장에서도 이전 대비 적은 노력으로 쏠쏠한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다만, 점점 소비자들이 정말 직관 콘텐츠를 소비하고 싶은 것인지, 혹은 SNS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것인지 의문이 많이 들었다. 촬영 금지 공연에서 몰래 촬영하다가 적발되어 퇴장당하는 관객들도 늘어나고 있고, 공연 직캠들을 보면 특히 하이라이트 구간에서는 객석이 핸드폰으로 도배된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역설적으로 공연 직캠 덕분에 당시 현장에 없었던 사람들도 그 공연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는 있어서, 이걸 고맙다고 해야 할지 민폐라고 해야 할지.)
나 또한 SNS에 점점 빠지면서 공연을 즐기는 것보다는, 공연을 즐기는 나를 어떻게 포장하고 보여주는지에 집중하게 되었었다. 그런데 최근 J-POP 공연들을 즐기면서 일본인들은 기본적으로 콘서트 때 촬영을 안 하는 문화라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우리가 극장에서 영화 볼 때 촬영을 안 하는 것처럼. 특히 2025년 여름 일본에서 열린 Rock In Japan Festival에 참여했는데, 6만여 명의 관객들이 핸드폰 없이 무대를 즐기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다. 사진을 못 찍어서 기록이 없는 것은 아쉽지만, 지금도 그 당시 느낌이 생생하게 기억나는 걸 보면 참 잘 즐겼고, 이렇게 즐기는 게 맞다고 느꼈다.
그러고 보니 SNS에 빠지기 전에는, 내 옛날 공연 기록들은 공연장 사진들 몇 장이 전부였다. 당시 나는 남들이 사진을 찍든 말든 나는 공연을 오롯이 충만하게 즐기고, 아티스트와 관객과 하나 되며 같은 호흡을 하는 데에 집중하겠다는 철학이 있었다. 꽤 오랜 시간 잊고 있었는데, 다시금 리마인드 했다.
여하튼, 지금은 SNS를 끊은 덕분에 직관 콘텐츠를 훨씬 만족스럽게 즐기고 있다. (1년을 기다린 최애 밴드 오아시스 콘서트를 인스타에 올리지 않는 나 자신이 신기하기도 하다. 인스타용 사진을 포기하고 떼창을 택한 건 잘한 선택이었다.)
2. 왜 사람들은 직관 콘텐츠를 점점 더 찾을까? 아니, 나는 왜 여전히 찾을까?
해당 내용에 대한 평소 내 생각과 일치하는 영상이 있어, 영상 링크를 간략히 소개한다. (텍스트 콘텐츠가 그립다면서 유튜브 콘텐츠를 가져오는 필자의 이중성)
https://youtu.be/sayBfgt8 idw? si=b1 Xoa6 oOSQT3 ttcR
타임라인 36:55부터 오프라인 콘텐츠를 찾는 이유에 대한 패널의 생각을 볼 수 있는데, 공감이 참 많이 되었다.
간략히 내 언어로 요약하자면, 각자 personalized 된 화면 속 세상에서 빠르게 도파민을 채우는 요즘, 사회적 동물이라는 인간의 본능으로 인해 그럼에도 세상 밖으로 나와 동일한 오프라인 콘텐츠를 함께 즐기며 하나가 된다. 과거 우리 사회는 사람들끼리 부대낄 일이 많아서 오히려 이런 오프라인 행사들이 성행되지 않았던 점, 이웃나라 일본은 원래 개인적이고 서로 교류가 적은 채로 살다 보니 오히려 오프라인 축제(마츠리)에서 사회성을 발현시키고, 이것이 오래도록 마츠리 문화가 발전해 온 이유라는 점이 신선했다.
결국 사람은 혼자서는 못 산다.
주변 지인들은 나더러 "아직도 공연 보러 다니니?" "공연을 그렇게 보는데 I가 맞니?"(필자는 I 97%이다.) "공연 돈 많이 들고 시간 아깝고 힘들지 않니?" "이제 다른 생산적인 일과 취미에 시간을 투자하는 건 어떠니?"라고 많이들 물어본다. 확실히 나이가 들면서 이제는 저런 질문들이 이해가 되고 나조차 나에게 저런 질문을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공연장으로 간다.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나가 되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