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X팀이 가진 6가지 직무
2022년 CX에 대해 글을 쓰기 시작했을 당시만 해도 CX팀이란 이름 아래에서 수행되는 일이 명확히 정의되지 않았다.
코로나로 시장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많은 회사들이 기존 CS팀을 CX팀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CX팀은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중심으로 시작했지만, 고객의 목소리를 기반으로 브랜드와 시장 경험을 개선하려는 노력 속에서 그 역할과 범위가 점차 확장되었다.
지난 몇 년간, CX팀의 역할은 다양하게 정의되었다. 내가 직접 경험하며 필요하다고 느꼈던 업무들, 그리고 채용 공고나 관련 블로그, 인터뷰 등을 통해 확인한 내용을 토대로 CX팀의 역할을 여섯 가지로 정리했다. 모든 사례를 다 담으면 지나치게 방대해질 수 있으니, 공통적이고 핵심적인 부분만 담았다.
CX 기획자는 고객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브랜드나 제품에 필요한 서비스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역할을 맡는다. 고객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아카데미를 열거나, 고객 이탈의 원인을 분석해 유관 부서와 협력하여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도 한다.
현대백화점은 기존 서비스 경영팀의 이름을 CX기획팀으로 변경하며 이러한 역할을 명확히 했다. 이는 단순히 서비스 중심에서 벗어나 고객 경험에 초점을 맞춘 전략적 변화를 보여준다.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서는 주로 프로젝트 단위로 과제를 기반으로 CX 관련 업무를 수행하지만, 현대백화점은 CX 기획을 조직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게 했다.
CX PM은 고객의 목소리를 기반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이 역할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첫 번째는 신규 기능 개발과 기존 기능 개선에 CX PM이 직접 참여하는 경우다. 채널톡에서는 CX팀이 VOC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품 기획에 참여하며, 고객 요구를 제품에 반영하고 이를 통해 고객 중심의 혁신을 이끄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
두 번째는 B2B IT 회사의 서비스 운영이다. 기존에는 일부 개발자가 운영 업무를 겸했지만, CX PM이 이 역할을 맡으면서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이 가능해졌다. 협업툴 플로우의 경우, 엔터프라이즈 고객 관리 팀이 기업 고객의 문제를 듣고, 사용법을 안내하며, 라이센스 문제를 해결해 추가 영업 기회를 발굴하는 역할을 한다. CX PM은 고객과 회사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며, 제품 개선, 관계 구축, 비즈니스 기회 발굴 등 다방면에서 기여한다.
CSM은 고객이 솔루션을 효과적으로 도입하고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다. 고객의 성공적인 사용 경험을 통해 충성도와 재구매율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SAP 코리아에서는 고객이 제품 구매 전 테스트 과정에서 성공적인 경험을 제공해 도입 결정을 지원하며, FLEX는 신규 고객사의 요구를 파악해 온보딩을 지원한다. 이 과정에서 고객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니즈를 파악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고객과 장기적인 관계를 형성한다.
CSM은 CX 직무 중에서도 특히 고객과의 소통과 문제 해결 능력이 중요한 역할로, 고객의 성장을 돕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이 적합하다.
CX 데이터 애널리스트는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실행 가능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역할이다. NPS, CSAT, CES 같은 CX 지표를 활용해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개선으로 연결 짓는 것이 목표다.
현재 한국에서는 이 역할만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고객 데이터의 중요성이 점점 부각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쿠팡 등과 같은 대규모 데이터 기반 기업은 이 역할을 통해 고객 경험을 정량적으로 측정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 데이터에서 통찰을 도출해 CX팀의 전략적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커뮤니티 매니저는 고객 문의 응대를 중심으로 시작하지만, 단순한 문제 해결을 넘어 개선점을 도출하고 CX 향상을 이끄는 역할을 한다. 챗봇, FAQ, 매뉴얼 등을 활용해 단순 반복 문의를 줄이고, 고객 의견을 데이터화하여 문제를 분석한다.
초기에는 CX팀의 다른 직무와 겸해 수행되지만, 고객 관리의 일관성과 품질 향상을 위해 전담 팀이 구성되는 추세다. CX팀 내에서도 커뮤니티 매니저는 고객 경험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개선 방향을 제시하며 중요한 역할을 한다.
CX 에디터는 고객 경험을 콘텐츠로 풀어내는 역할을 한다. 고객과의 소통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블로그, 뉴스레터, 활용 가이드 등을 제작하며,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브랜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마케팅팀과의 협업이 중요하지만, CX 에디터는 마케팅과 명확히 다른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CX 콘텐츠 제작은 기존 고객의 충성도와 정착률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나는 앞으로 CX 에디터가 마케팅팀과 더욱 구분되어 전문화될 것이라고 본다. 두 직무는 목표 자체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CX팀의 역할을 나누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CX 업무의 성과를 명확히 측정하기 위함이다. 다양한 일을 하는 CX팀은 업무 범위와 목표가 구체적일수록 성과를 평가하기 쉬워진다.
둘째, CX 구성원 개인이 소화할 수 있는 업무 범위를 정하기 위해서다. CX가 요구하는 건 멀티태스킹보다는 빠른 작업 전환(fast task-switching) 능력이다. 비슷한 업무끼리 그룹화해 맡기는 것이 효과적이다.
셋째, 조직 전체가 고객 중심으로 움직이기 위함이다. CX팀뿐 아니라 각 부서가 고객 경험을 고민해야 조직 전체가 고객을 위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결국, CX팀은 고객 중심의 사고를 조직 전반에 확산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앞으로도 CX팀은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겠지만, 고객 중심이라는 근본을 잃지 않는다면 어떤 변화 속에서도 핵심적인 팀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