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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히 Mar 30. 2020

매일 영어 10문장 쓰기(2)

고작 일주일 전에 쓴 글이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한 달은 더 된 느낌. 일주일이 한 달처럼 느껴진 건 그만큼 역동적인 일이 없었다는 반증이겠지. 그래도 매일 글을 쓰고 첨삭량이 줄어드는 걸 보며 나름 의미 있는 하루들을 보냈는데.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점을 찍어 선을 그어보니 직선에 더 가까웠나 보다. 글쓰기를 신청할 때만 해도 설레서 들뜨기까지 했었는데 그 마음은 어디로 가고 무료하게 느끼는 걸까. 아무리 봐도 사람 마음은 믿을 게 못 되는 것 같다. 


이제 이번 주가 마지막이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여섯 개의 글을 쓰고 나면 끝난다는 얘기. 이것마저 끝나면 무료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 되어있을까 두렵다. 두려운 상황에 굴복하지 않기 위해 시작한 일인데. 끝나면 굴복해버리고 말 것 같으니 또 다른 새로운 일을 벌여야겠다. 그게 무엇이든 일주일 후 마지막 후기를 쓸 때 새로운 시작도 함께 언급되길 바라고 또 바란다.


지난주와 비교했을 때 꽤 많은 발전이 있었다. 먼저, 첨삭량이 현저히 줄었다. 한번 틀린 건 또 틀리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결과다. 그동안 쉐도잉 공부만 했다. 문법 공부도 하긴 했는데 대사 따라 하느라 더 바빴다. 영작을 하다 보니 관사부터 단수, 복수 등등등 문법 하나하나 뜯어볼 수 있었다. 가장 기본적인 것도 모르는 나를 보며 좌절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진 못했다. 매일 써야 했으니까.


두 번째로, 문맥을 파악하지 못하는 사건(?)이 줄었다. 가장 가슴이 철렁한 첨삭 내용은 "This sentence coufuses me a little."이다. 머리를 쥐어짜서 만든 문장인데.. 나만 아는 내 생각을 글로 표현할 땐 당연히 읽힐 수 있게 써야 하는데 영어로 쓰다 보니 많이 놓쳤었다. 최대한 풀어서 쓰고 의견을 말했으면 그 이유를, 사건을 말했으면 그 배경을, 결과를 말했으면 그 원인을 덧붙이는 연습을 많이 했다. 그 결과 가슴을 철렁하게 하는 코멘트가 줄었으니 효과적인 방법이었던 걸로.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발전은 사전과 작별했다는 것. 지난주, 영작에 적응이 됐을 무렵부터 시도한 방법이다. 이번 주엔 거의 사전을 찾아보지 않고 내가 단어들과 그 단어들의 조합으로 문장을 만들었다. 정확하지 않은 검색 결과들과 이해하지 못한 숙어들을 복사 붙여 넣기 하지 않으니 문법 오류가 줄었다. 무엇보다 처음엔 기억나지 않던 단어들이 결국엔 떠오르는 걸 보며 내가 그렇게 영어 무지랭이는 아니구나 하는 아주 작은 희망도 느꼈다.


매일 쓴 글과 첨삭받은 내용 그리고 수정사항을 반영해 완성한 글까지 피피티 파일로 매일 정리하고 있다. 기존에 썼던 내용을 수정해 다시 쓰며 영문 자판도 암기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 활동이 끝나더라도 매일 10문장 쓰기를 꾸준히 하면 좋을 것 같지만 거의 불가능하겠지. 그래도 좋은 습관이 될 씨앗 정도는 심어놓은 것 같아 만족이다. 마지막 주도 하루도 빠짐없이 해야지. 사실 글을 쓸 수 있는 기회가 여섯 번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지 아까워서라도 못 빠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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