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소개합니다
기억하지도 못하는 어린 시절부터 저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빠, 이거 냉장고다!"
네살 무렵의 저는 아빠에게 종이를 내밀며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빠는 집에 있던 냉장고를 똑같이 그린 그림을 보고 놀라웠다고 언젠가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저는 더욱 그림 그리는 일에 빠져 들어갔습니다. 반에 한명씩은 꼭 있었던 '그림 잘 그리는 아이'
제가 바로 그 아이였습니다.
열살 무렵에는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미술학원에 1년 정도 다닐 수 있었습니다. 미술 학원 원장님은 소질이 있다며 학원비 안 내도 좋으니 계속 다니게 하라고 부모님께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결국 미술학원 원장님이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되시면서 미술학원은 1년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그곳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기초 소묘, 정물 수채화, 보통의 초등학생들이 그리는 상상화도 물론 그려봤고, 두꺼운 나무 판 위에 아크릴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고 그것으로 퍼즐을 만들어 보기도 했습니다. 정말 즐거운 기억이었습니다.
중학교 시절에는 만화에 빠져서 만화가를 꿈꾸었습니다. 만화책도 많이 보았지만 사실 스토리보다는 그림에 더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그림을 관찰하기 위해서 만화책을 보곤 했습니다.
고등학생이 되고는 학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전에는 공부를 잘 하고 싶다는 마음은 별로 없었습니다. 고1 때 생물 수업에 흥미를 가지면서 과학자를 꿈꾸게 되었습니다. 워낙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고 호기심도 많았던 성격이라 저의 꿈은 한가지 직업에 국한되지만은 않았습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처럼 여러 가지 직업을 가지고 싶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다 빈치에 관한 책을 읽었는데 너무 멋져 보였습니다.)
그리고 결국 고2 올라가기 직전 자연계열을 선택하고 공부에 집중하게 됩니다. 그림을 아예 그리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인 것들을 더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수능을 시원하게 망쳐버린 저는 좌절했고, 부모님은 급히 저를 입시미술 학원에 넣게 됩니다. (공부는 아닌 것 같다고 판단을 하시고는 급작스럽게 없는 형편에 힘들게 입시미술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미대입시는 처음이었고 좋은 학교에는 가고 싶었기 때문에 재수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재수하면서는 문과로 전향하여 입시미술을 하지만 결국은 입시미술에 회의감을 느끼고 실기 시험장에 가서 아무렇게나 그리고 나와버립니다.(제가 이렇게 할 줄 저도 몰랐어요)
입시가 끝나고 일주일간의 생각할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그리고 고민 끝에 저는 다시 이과 공부를 하여 일반대학에 가겠다고 결정하고 지옥같았던 삼수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독학으로 삼수 생활을 보냈고 매일 독서실과 집을 오갔습니다. 힘들었던 여름 무렵에는 매일 울면서 공부를 했고 결국 저는 서울의 모 대학의 생명공학과에 입학하게 됩니다. (공부로는 안될 것 같다고 했던 부모님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기 때문에 혼자 속으로는 통쾌함이 있었더랬습니다. 너무 어렸던 저..)
힘들게 들어온 대학이니만큼 공부를 열심히 했습니다. 거의 학업 + 알바가 전부인 대학생활이었습니다. 이 무렵에는 그림은 거의 그리지 않았습니다.(한달에 한 번 정도 그림을 그렸던 것 같습니다. 방학때는 좀 더 자주 그리긴 했습니다.) 학교 공부가 즐거웟고, 전공이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당시에는 그림 그리기보다 글쓰기와 독서가 저의 취미생활이었습니다.
매일 들고 다니던 '생각노트'라 이름 붙인 노트를 항상 들고 다니며 생각들을 미친듯이 적어내려갔습니다. 실용서를 좋아했던 터라 기업 , 비즈니스, 전공관련한 과학서적들, 자기계발, 동기부여 등등 도서들을 많이 읽었습니다. 그러면서 사업에 대해 관심이 생겼고 당시 스타트업, 엔터프루너쉽 등의 키워드들이 성행하던 시기라 '나도 사업을 해 볼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교에 개설되어 있던 창업 관련 수업들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컨설팅을 해 보면 재미있지 않읊까 막연히 컨설팅 기업가를 꿈꾸면서 3학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마저 오래 가지 않았고 4학년이 되면서는 진로와 취업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대학원에 가고 싶었지만 형편상 바로 경제활동을 시작해야 했기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대학원은 포기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대기업엔 들어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취업 준비를 할 수 있는 형편도 아니라고 생각이 들어 아예 생각을 접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아르바이트로 하던 수학학원일을 해 보기로 결정하고 수학학원 강사로 취업합니다.
처음엔 정말 힘들었습니다. 깊이 있게 고등학교 수학을 공부하지도 않았는데 바로 고등학교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매일매일 하루살이처럼 공부하고 수업하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러다 감당이 되지 않는다고 느껴 약 8개월 정도를 모 중소기업에서 일을 하게 됩니다. 일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회사 일은 저에게 맞지 않았습니다. 단순한 작업의 반복이었기에 내가 점점 멍청해져 가는 느낌만 들었습니다.
결국 회사를 나와 다시 학원으로 취업, 중등부와 고등부를 동시에 수업하면서 수학공부를 본격적으로 했습니다. 학원일을 다시 시작하기 전부터 다시 수학공부를 시작했기 때문에 할만 했습니다.
한 학원에 오래 정착하지는 못했습니다. 그곳에서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 판단되면 학원을 옮겼습니다. 집에서 다니기 너무 힘든 곳도 있어서 얼마 안 되어 옮겼고... 결국 여러 학원을 1~2년씩 근무하면서 학원강사 8년차에 학원일을 정리합니다.
강사 일을 오래 하면서 조금씩 안정화가 되어가자 저는 다시 그림을 그리는 일에 눈을 돌립니다. 내가 가장 집중할 수 있고 즐겁고 좋아하는 일. 그것은 그림을 그리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독학을 하게 된프리미어와 애프터 이펙트 덕분에 영상에 대해서도 관심이 생겼습니다.
중3 때 애니고를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더랬습니다. 형편이 되지 않아 결국 포기했었지만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일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영상 프로그램을 독학하면서 혼자서도 어느 정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친구로부터 일을 받아서 영상편집을 조금씩 하고, 디자인 일을 조금씩 하기 시작했습니다. 포토샵은 중학교때부터 독학을 했기 때문에 어렵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결과물들이 쓸만했던지 계속해서 다음 작업들을 받을 수 있었고, 결국 학원일을 하면서 디자인/영상 작업을 병행했습니다.
학원 일은 스트레스의 연속이었지만 그림/영상/디자인은 힘들어도 그것이 스트레스로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도 두렵지 않았습니다.(지금 보면 당시의 작업물들은 아주 조악한 것들 투성이지만요..)
정말 소소한 작업들이었지만 즐거웠고 점점 이 일을 내 일로 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오랜 고민과 나름대로의 준비 끝에 학원 일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프리랜서 디자이너/일러스트레이터로 전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일을 학원 일과 병행한 것까지 따지면 2년정도 되었습니다.
지금은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작업을 다 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현재 클라이언트(친구로 시작해서 클라이언트가 된)는 저에게 계속해서 일을 맡겨 주었고, 여러 가지 일들을 원했습니다. 제가 처음 해보는 일들도 마치 함께하는 팀처럼 일을 함께 만들어 나가주었습니다.
사진 촬영 (대학시절 DSLR 카메라를 배울 기회가 잇었습니다.)
사진 보정
웹에서 사용할 이미지 디자인
디지털 일러스트 / 손그림 일러스트 작업
영상편집
간단한 모션 그래픽
상세페이지 디자인
등등...
할 수 있는 일들은 무엇이든 했습니다.
이 모든 일들은 결국 어린시절로부터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가지고 태어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눈에 보이는 무엇이든지 간에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는 욕구. 그것이 저를 지금까지 계속해서 살아가게 하고, 아주 조금씩일지라도 놓지 않고 그림 그리고 디자인을 해 왔던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지금의 상황을 만들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수정하고 있는 2024년 현재 역시 프리랜서로 일을 지속하며 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짧게 아르바이트도 하고 할 수 있는 일들을 최대한 모두 하면서 제 나름의 이상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 여정이 과연 어떠할지는 이제부터 알아 갈 수 있겠지요.
그 과정들을 잘 정리해서 공유해 보려고 합니다.
이제는 History가 아닌 지금의 이야기들을 present 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