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다이렉트 웨딩의 함정)
결혼을 안 한 사람이라도 '스드메'라는 용어는 다들 들어봤을 것이다.
그리고 웨딩 플래너의 존재도.
삼성 재직 시절, 직원이 많은 만큼 경조사 게시글도 자주, 그리고 많이 올라왔는데,
한 번은 다른 결혼 게시글 두 개가 나란히 같은 스튜디오에서 같은 구도, 같은 표정으로 찍힌 채 올라온 적이 있었다. 그때 받은 충격이란... 같은 사람인가 하고 다시 봤는데 사람은 달랐다. 하지만 그 외에는 모두 같아 딥페이크라해도 믿을 뻔.
그분들도 자신들만의 고유한 추억을 위해 고르고 고른 끝에 그 스튜디오를 택했을 텐데 정반대의 무언가가 나온 것 같아 그때부터 스튜디오 촬영은 절대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식장 예약 후에, 드레스와 메이크업 정도는 스스로 구해봐야지~ 하고 검색을 시작해보니 어떤 키워드를 쳐도 나오는 단어가 있었다 '다이렉트 웨딩'
다이렉트로 계약해서 저렴하다? 비동행 플래너? 이런 아리송한 개념들에 정보를 얻을 겸 가입했더니 바로 미팅 관련 문자가 날아온다. 운 좋게도 그 주말 박람회를 하는데 초대권을 주겠단다.
10년 전 친구 결혼식 준비를 위해 코엑스 박람회를 한번 가본 적이 있어서 그런 것일 줄 알고 별생각 없이 초대를 수락했고, 전달받은 주소는 - 박람회는 무슨 누가 봐도 365일 상시 운영 중인 건물의 8층이었다. 작지만 구색은 갖추어져 있어서 상담을 받으며 상담자가 들고 오는 드레스 화보들, 메이크업 화보들을 고르는데 딱히 마음에 확 들어오는 건 없었지만 그렇다고 별로인 것도 없어 보였다. 이 광활한 웨딩 시장에서 나는 아는 정보가 없고 뭐가 좋은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리저리 휘둘리다가 막막해진 것도 좀 있어서 당시에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바로 계약금을 넣었는데, 돌아오는 길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성급했단 생각이 들었다.
일단 동행/비동행 플래너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동행 플래너는 드레스나 메이크업 시 같이 가주는 것이고, 비동행은 예약까지만 관여하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드레스 투어 등을 갔을 때 전문가의 눈으로 함께 봐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고, 그런 면에서 비동행보단 동행이 결론적으론 더 성향에 맞다 판단했다.
이런 걸 미리 고민했으면 좋겠으나, 다이렉트 웨딩 계약금을 넣고 고민을 시작한 것이다. )닥쳐보니 머리가 잘 돌아가더라 (ㅎㅎ) )
다행히 환불에 대해 사전협의가 되어 있어서 바로 다음날에 양해를 구하고 계약 취소를 했다.
듣자 하니 결혼 준비해야 할게 오만가지인데 그것을 전문가가 하나씩 일일이 챙겨주는 것이 더 적합하다 생각했고, 찾다 보니 티어별 플래너 회사가 있고, 그 안에 기라성 같은 플래너들도 존재했다. 유명하다는 플래너의 블로그들도 주말 내내 뒤지며 어떠한 기준으로 플래너를 택해야 할지 정하고 다음의 기준을 세웠다.
- 나랑 취향/성향이 비슷할 것
- 기혼자일 것
정확히 어떤 키워드로 찾았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블로그와 인스타에서 검색에 검색에 검색을 거듭하니, 위의 조건에 꼭 맞는 분을 찾았다. 여행을 좋아해서 모로코 여행도 다녀오시고 (일단 모로코 여행에서 바로 합격), 패션 쪽 종사자였어서 기본적인 미감도 탑재. 그리고 바로 작년에 결혼까지!
애타는 마음으로 한 달 뒤(!) 미팅을 잡았고, 미팅 자리에서 내가 바라는 드레스와 선호 브랜드들을 말씀드렸더니, 그에 꼭 맞는, 내가 찾아온 것보다 훨씬 괜찮은 부티크들을 촤라락 추천해주시는 것이다. 내가 몰랐던 내 취향의 드레스 브랜드를 바로 추천 주시는 걸보고 주저 없이 이분과 하기로 결정했다.
꼼꼼하고 센스 있는 플래너님 덕에 모른다는 사실도 모른 채 지나갈뻔한 수만 가지 사항들을 체크하며 결혼을 준비할 수 있었다. 나 같은 신부 최소 1년에 100명 이상 만나실 텐데 늘 신속 쾌활하게 소통해주시고 :)
내 돈을 내고도 내 마음에 맞는 업무 파트너 찾기가 힘든데, 플래너는 정말 마음에 쏙 드는 분과 함께하게 되어 결혼식이 끝나는 순간까지 참으로 좋았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