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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나융 May 02. 2022

7. 드레스투어: 어머 나 공주놀이 좋아했네

어, 하얀 게 제일 예뻤어

드레스에 관한 가장 강렬한 기억은 스물넷 즈음 따라간 베프의 드레스 가봉일. 

'아뜰리에 로리에'에서 친구의 드레스 입은 모습을 처음 보고 환호하고 손뼉 치고 그랬는데, 거기서 모두가 만장일치로 택한 것은 바로 막 피어난 크림색 장미 같은 A라인 튤 드레스였다. 그 드레스는 그날 이후 본 숱한 드레스들 중 돌이켜봐도 가장 아름다운 드레스였고, 신부에게도 꼭 맞춘 듯 잘 어울렸다. 그날 이후 튤 드레스의 로망이 나도 모르게 마음속에 피어났다.


그러고 몇 년이 흐르는 동안 언젠간 결혼을 하겠지라는 생각에 마음에 드는 드레스 사진이 있으면 저장을 해놓았다. 그렇게 진짜 결혼을 준비하며 그간의 리스트들을 꺼내보았는데 아래와 같았다. 


1.Naeem Khan

몇 년 간 부동의 1위였던 나임 칸의 드레스. 

앞은 바지 뒤는 드레스인 과감한 디자인이어서 대비되는 매력과 그 강렬함이 마음을 후벼 팠다. 그래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관련 주제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아래 사진을 보여주곤 했다. 

그런데 실제로 드레스를 골라야 하는 시점에 와서 찾아보니 감히 넘볼 수 있는 가격이 아니었고, 우리가 정한 베뉴와 데코 분위기와도 어울리지 않아서 과감히 드롭했다. 휴, 돈이 없어서 망정이었지 ^^  



2. 튤 튤 튤 

베프의 여파로 튤 드레스는 All-time favorite이다. 무조건 입어볼 디자인 중 하나로 픽! 


3. 화이트 수트

북유럽 인스타그래머 mvb가 결혼식 때 택한 웨딩 수트 

수트지만 우아함의 극치여서 실제 그녀가 택한 브랜드에 들어가서 구매를 할까 말까 여러 번 고민했는데, 한겨울에 결혼한 그녀랑 달리 나는 아주 따뜻한 시월초의 결혼이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화이트 수트셋업에 코트까지 입는 것은 불가능. 그래도 여기에 영감을 받아서 화이트 셋업을 샀고, 화이트 재킷은 실제로 2부 때 실크 드레스와 함께 코디해서 마음에 드는 연출이 되었다. 



4. 실크 드레스 1

호주의 인스타그래머 wethepeoplestyle도 평소 팔로우하며 그녀의 스타일을 많이 참고했는데, 결혼식 스타일 역시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자연에서 심플하게, 드레스도 심플 그 자체로! 

하지만 저 심플한 디자인은 국내에서는 찾기가 쉽지 않았고 (유사 저렴이들은 많지만), 플래너가 가져온 웨딩샵 라인업에도 유사한 디자인을 찾을 수 없어서 드롭! 


5. 실크 드레스 2

실크 드레스에 꽂힌 미련을 버리지 못하던 와중에 아래의 사진을 찾았다. 

모로코가 컨셉인 우리 결혼식에 누가 봐도 모로코 느낌 팍팍 나는 웨딩사진 아닌가! 

심지어 신랑 역시 2부에 입을 수트를 저 크림색으로 딱 구매해놓은 차에, 내가 입으면 너무나도 완벽한 그림이 나올 것 같아서 해외직구로 바로 구매를 했다. 

그렇게 일주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서 받은 옷은 .... 실크 잠옷이었다 ^^ 주름지고 다 비치고 이게 뭐야.

각진 어깨의 모델 몸매가 아니라면 소화할 수 없었던 것.... 

해외직구가 아까워서 어떻게든 입어보려 했는데,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잠옷 아니면 소복이어서 눈물을 머금고 반품했다. 


6. 결국은 튤

플래너님이 추천해준 샵 중 3군데를 선정하여 7월쯤 드레스 투어를 갔다.

코로나가 한창인 시기여서 드레스 투어는 신랑'만' 동행 가능이어서 나의 드투만 기다리고 있던 친구들은 크나큰 좌절을 했다. 나도 좌절했다. 나는 냉철한 분석이 필요한데 신랑은 가봤자 예쁘다고만 할 텐데 엉엉.

드레스 투어에는 아뜰리에 로리에도 포함되어 있었다. 첫 번째로 방문해서 그때 그 베프 드레스의 느낌과 비슷한 드레스들도 보고, 다양한 스타일을 입어봐야 하니까 머메이드 스타일의 실크, 레이스 디자인도 입어보았다. 드투는 사진을 찍을 수 없으니 플래너님이 빛의 속도로 그림을 그려주셨는데 세상에 화가인 줄.


(두 번째는 우선 건너뛰고) 마지막 방문한 곳은 이름도 이제는 기억이 안 나는데 굉장히 유럽 고성 느낌으로 꾸며놓은 샵에 그에 걸맞게 고풍스럽고 임팩트 있는 디자인의 드레스들을 많이 입혀주셨다. 드레스 자체는 너무 예쁘고 나에게도 너무나 잘 어울렸는데, 베뉴와의 궁합을 고려하면 다 너무 과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패스. 


두 번째로 간 '코스모마리에'는 플래너님과 첫 미팅 때 내가 바라는 결혼식의 느낌을 설명하니 바로 추천해주었던 브랜드. 그리고 화보집을 열자마자 나온 미니멀한 A라인 튤 드레스에 반해서 1순위로 골랐고, 방문해서 그 사진 속의 드레스를 입어보았다. (아래 이미지의 세 번째 드레스) 

결국은 처음 꽂혔던 선택이 마지막까지 가서 가봉 때도 이 드레스로 최종 결정을 했다. 가봉 때는 친구 1명 동행이 가능해서 친구가 사진 백만 장 찍어주며 요리조리 고민해보았는데 결국에는 첫사랑이 끝사랑 되었다.

코로나 기간 동안 5kg가 쪄서 결혼식을 인생 최대의 몸무게로 할지 몰랐다는 복병이 있어서 팔뚝살을 미처 다 빼지 못했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던 드레스 :) 

십 수벌의 드레스를 입어보니 공주놀이를 이렇게 좋아했나 싶을 정도로 너무 재밌었다 ㅋㅋㅋ 그리고 나에게 잘 어울리는 것과 내가 입고 싶은 것 중 딱 하나만 골라야 한다는 행복하고도 괴로운 고민이 너무 컸다. 결국 코로나 때문에 식 2번 할 줄 알았으면 두 벌 입을 것을 그랬단 말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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