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하지 않은 손님

by 트윈플레임

아침 등굣길.

엘리베이터 안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내가 봐도 예쁘다.


특히 오늘 아침은 잠도 잘 자고 옷도 깔끔하게 입은 데다 아끼던 향수도 뿌리고 나와 기분이 좋다.

한 가지 옥에 티는 빨래가 잘 마르지 않은 것인지 옷에서 뭔가 기분 나쁜 냄새가 나는 것.

'원룸 실내 안에서 옷을 말려서 그런가. 돈을 좀 더 주더라도 베란다가 있는 집을 얻었어야 하는데.'

그래도 남들이 느끼지 못할 정도이니 크게 개의치 않는다.


오늘은 우리 팀의 발표날이다.

이번 과제 팀은 다들 너무 열심히 준비를 하고 서로 잘 도와주는 최고의 팀이다. 랜덤으로 조를 짰는데 이렇게 서로 마음이 맞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니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다.


한 학기 동안 배운 내용과 우리 조의 주제를 바탕으로 한 자료조사 내용을 덧붙여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했고 역시나 발표 또한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런 날은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우리끼리 가볍게 자축 파티를 하기로 했다.

잘 맞는 사람들끼리라 너무 재미있어서인지 생각보다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났다.

열두 시가 훌쩍 넘은 늦은 시간이라 집에 가는 교통편이 끊겼다고 남자애 한 명이 울상이다.

그러더니 갑자기 나를 보며 불쌍한 표정을 짓는다.


"은정아, 나 정말 딱 하룻밤만 재워주라. 아무것도 안 하고 진짜 딱 바닥에서 잠만 잘게. 제발 제발 제발."


우리 과에서 훈남으로 통하는 경훈이는 사실 좀 이상한 짓을 해도 괜찮겠다 싶은 녀석이다.

'너무 그렇게 선을 그을 필요까지는 없잖아?'


약간의 사심이 있긴 했어도 아무 사이도 아닌 남자애를 집으로 데려가도 될지 살짝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몇 년을 보아온 사이에 매몰차게 거절하는 것도 아닌 듯해서 못 이기는 척 녀석을 데리고 학교 앞 원룸으로 왔다.


이미 밤늦은 시간이라 양치만 하고 바로 눈을 붙이기로 했다.

내가 잘 준비를 하고 침대로 다가오니 바닥에서 자겠다며 담요를 깔고 일치감치 누웠던 녀석이 갑자기 침대 위로 올라와서는 내 손목을 잡았다.


무슨 장난이라도 치나 싶어 약간의 기대를 안고 녀석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런데 경훈이의 표정은 지금까지 내가 보지 못했던 표정이었다.

장난기 하나 없이 단호한 표정 그리고 동시에 약간의 불안한 눈빛.


"아까 술집에 중요한 걸 두고 왔어. 너도 그거 봤지?"

"아니, 난 잘 모르겠는데?"

"그래도 네가 가서 같이 도와줘야 될 거 같아. 당장 가보자."

"이 시간에? 다시 나가자고?"


거의 손목을 잡아끌다시피 하여 바깥으로 끌려나온 나는 도대체 이것이 무슨 영문인지 알 길이 없었다.

이것이 장난이라면 좀 지나치다는 생각을 했다.


드디어 원룸 건물 밖으로 완전히 빠져나와 사람들이 다니는 큰길에 이르러서야 경훈이는 내 손목을 놓고 멈춰 섰다.

여전히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녀석을 쳐다보니 경훈이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침대 밑에 있는 사람... 너도 알고 있었어?”


녀석의 떨리는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코 끝에서 최근 느꼈던 기분 나쁜 냄새가 다시 느껴졌다.




실제 이야기를 소설 형식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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