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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광섭 Jul 02. 2023

순서파괴(Working backward)

북리뷰 - 5

    요즘 제가 심리적으로 불안할 때 행동하는 세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첫 번째, 일에 절대적인 시간을 많이 투자하기
두 번째,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세 번째, 책을 많이 읽기                             


    하는 일에 통제력이 생기면, 그냥 재미있어집니다. 그러면 시키지 않아도 주도적으로 열심히 하게 되죠. 열심히 하는 그 순간마저도 행복합니다. 다만 그 순간이 오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립니다. 내가 한 행동들이 쌓이고 쌓여 성취로 바뀌는 시간이 꼭 필요하죠. '아.. 노력하면 보상을 얻을 수 있구나?'라고 생각이 드는 그 순간까진 별다른 성취가 없어도 꾹 참고 일을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게 첫 번째/두 번째 원칙이죠. 


별개로 세 번째 원칙 '책을 많이 읽는 것'은.. 그냥 맘이 편해져서 끼워 넣었습니다. 근데 문제가 하나 생겼죠. 무작정 많이 읽기만 하니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읽기만 하고 써먹질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지?

읽으면서도, '써먹지도 않을 건데 뭔 의미가 있나.. 백날 깨달으면 뭐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게 북리뷰입니다. 글로 남기면서 책의 내용을 한번 더 머릿속에 정리하고, 일을 하면서 또는 일상을 살면서 적용을 하려고요.




    오늘은 '순서파괴'라는 책입니다. 아마존의 성장 비법이 담긴 책입니다. 일전에 대기업을 다녔던 기억을 되짚어보며 공감한 부분도 많았고, 지금 친구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도 '이렇게 적용하면 좋겠다' 싶은 내용도 많았습니다. 


우선 순서파괴의 큰 의미부터 되짚어봅시다.


회사 내부의 시선에서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아닌, 고객의 입장에서 고객의 누릴 효용을 먼저 고려한 뒤 제품 설계를 진행한다.


이거 당연한 것 같은데, 쉽지 않습니다. 모든 회사는 '시간/자산/경영 상황(인력 운영 등)'에 대한 제약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게 뭔지 알고 있다 한들, 그 니즈를 온전히 적용한 제품을 만들어 내긴 어렵습니다. 제품의 퀄리티를 높이면 수익성이 떨어지고, 최적의 런칭 시점을 맞추려다 보면 내부 개발/양산 일정 이 빠듯해지는 등 문제가 많습니다. 결국 적절한 타협을 해야 하죠.


    단 아마존은 타협하지 않았습니다. 철저한 고객 우선주의. 고객에 대한 집착과 디테일이 아마존을 지금의 위치로 올려놓았습니다. 깊게 와닿았던 3가지 부분만 따로 정리합니다.



보고는 줄글로 할 것 - 내러티브 6 페이저 

    '회사 내의 모든 보고는 6장의 내러티브 페이지로 해야 한다'입니다. PPT를 쓰지 않습니다. 줄글로 이루어진 6페이지의 보고서 안에 모든 내용을 다 담아야 하죠. 정말 좋은 원칙입니다.  PPT는 애니메이션 효과 등의 디자인적 요소가 개입됩니다. 소위 '잘 보이기 위한' 작업이 가능합니다. 그러다 보니 일의 본질이나 문제가 될만한 부분은 쉽게 가려집니다. 직원이라면 누구나 상사에게 잘 보이고 싶습니다. 내가 낸 기획안을 통과시키고 싶죠. 그러다 보면 빛 좋은 개살구처럼 포장해서 보고하게 됩니다.  내러티브 6 페이저는 그럴 수 없습니다. 6페이지 내 모든 걸 담는 것과 동시에, 명확한 논리가 같이 있어야 합니다. 6장의 글을 쓰는 건 그런 행위가 다 내포되어 있죠. 개인적으로 여러 사람이 모여서 일을 하는 '회사(또는 조직)'에서 현명한 의사결정을 위한 최고의 도구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더욱 빠듯한 시간에 쫓기는 경영진들에게, 최고의 선택을 유도하는 좋은 원칙이라 생각됩니다.


성과는 후행지표이다 - 인풋 지표 집중

    이 파트를 읽으면서, '이 책에서 얻을 건 다 얻었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소위 사업의 성공 요인은 '얼마나 많은 변수를 통제 가능한 영역으로 가져올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합니다. '인풋지표'에 집중하는 것은, 사업의 핵심 결과지표(매출 등)를 내 통제범위 안으로 넣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생각해 봅시다. 온라인 사업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장 중요한 지표는 무엇일까요? 단연코 '매출'입니다. '매출'을 올리라는 지시를 받았을때 뭘 해야할지 당장 답이 안나온다면, 이건 선행지표(인풋을 집중해야할 지표)가 아닙니다. 그럼 무엇이 인풋지표일까요? '매출'을 조금 더 쪼개봅시다.


매출 = 페이지 방문자수 * 전환율 * 객단가


자.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 취해야 할 행동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3가지의 인풋지표가 보이는 겁니다. 


1) 페이지 방문자수를 늘린다

2) 전환율을 늘린다

3) 객단가를 높인다


물론 3가지 사항이 모두 독립적이진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부분에 집중해야 할지 길이 보이기 시작하죠. 조금 더 쪼갤 수도 있습니다.


1) 매출을 올리기 위해 방문자 수를 높이기로 했다
2) 방문자수를 높이려면? 광고 노출량을 높이자
3) 노출량을 높이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광고 소재를 몇 개 더 만들어볼까? 광고비를 증액할까? 등등


여기까지 생각이 닿으면, '매출을 올린다'는 결과지표가 되고, '광고 소재를 더 만든다/노출량을 올린다'가 인풋지표가 됩니다. 물론 이는 더 잘게 쪼개서 생각해 볼 수 있겠죠. 회사 규모가 커지고 팀이 다양해질수록, 팀별 KPI는 이렇게 인풋지표별로 잘 설정하는 게 좋습니다. 물론 앞서 말했듯 각각의 인풋지표가 독립적이지 않아, 팀별로 서로 싸우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그렇게 싸워가며 최적점을 찾아가게 될 겁니다. 


이런 식이죠. 자동차 회사를 예로 들어 봅시다.


'매출 상승'이라는 인풋 지표 중 하나로 '자동차를 이쁘게 만들자'가 있을 겁니다. 또 다른 인풋 지표 중 하나로, '자동차의 승차감/연비를 좋게 하자'가 있을 겁니다. 


자 이제 관리자는 매출을 올리기 위해 디자인팀에게 "야 차를 이쁘게 만들어"라는 KPI를 할당합니다. 동시에 개발팀에는 "차의 승차감/연비를 좋게 만들어야 해"라는 KPI를 할당하죠.


그러나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자동차는 바퀴의 휠이 클수록 이쁩니다. 근데 휠이 커지면 승차감도 안 좋아지고 연비도 나빠집니다. 두 팀의 KPI가 격돌하는 순간입니다. 그 뒤는 예상가능합니다. 디자인팀과 개발팀은 휠의 크기를 가지고 주야장천 싸울 겁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이 바보는 아니니, 서로 적절한 타협점을 찾게 되겠죠. 그렇게 '적당히 이쁘고 연비도 좋은' 최적화된 자동차가 탄생합니다.. 물론, 세상 사람들의 80%가 이쁜 자동차를 좋아한다면 디자인팀에 의견에 힘이 실리고, "꽤 이쁘고 연비는 조금 나쁜" 자동차가 탄생할지도 모르죠. 이런 건 시장에 맡기면 됩니다.


 C급 레벨의 관리자들은, 성과를 내기 위한 인풋지표를 얼마나 잘 분석하여 팀에 할당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이건 순전 경영자의 능력과 직감에 직결되지 않을까 싶네요.


이 '통제가능한 사업'과 관련하여 흥미로운 유튜브 쇼츠를 본 적이 있습니다.


게임을 하는데, 특정 사냥터에서 0.1%의 확률로 전설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다. 보통 사람은 '아 난 0.1%의 확률로 아이템을 득템 할 거야'라는 생각으로 사냥을 한다.

 그러면 안 된다. 그건 99.9% 확률로 실패할 도전을 하는 것과 같다.
 '하루에 10마리씩 100일 동안 사냥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건 그럼 내 노력 여하에 따라 전설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통제가능한 범위'에 들어오는 것이다.

고객 집착

    소위 고객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짜 집착할 정도로' 알아보는 아마존의 문화입니다. 그 예중 하나로 'PR/FAQ'라는 게 있습니다. 제품 개발 전 완성된 제품을 가정해 미리 기사를 내보고 고객의 반응을 파악해 보는 거죠(이 방법은 스타트업에게는 쉽지 않지만..튼..). 요즈음 '린스타트업'이라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저비용으로 빠르게 제품을 시장에 런칭하고, 반응을 보며 디벨롭 유무를 결정하는 겁니다. 여기 큰 맹점이 있습니다. 저비용으로 빠르게 제품을 런칭(MVP라고들 하죠)하면, 퀄리티가 엉망입니다. 이걸 가지고는 시장 반응을 명확히 판단하기 쉽지 않습니다. 물론 제공하는 핵심가치가 유니크하다면 이야기가 다릅니다만.. 요즘 세상에 레드오션 아닌 곳이 어디 있습니까. 어플은 특히 더 그렇습니다. 한번 이탈된 고객은 절대 다시 돌아오지 않기에, MVP로 런칭하는 건 꽤 큰 리스크를 동반합니다. 제가 작년에 나름 '스타트업'이다 뭐다 국가지원사업을 받아 앱을 개발한 적이 있는데, 큰 고민포인트 중 하나가 이거였습니다. 대충 앱은 만들어 놓긴 했는데.. 시장 반응을 파악할 수가 없는 겁니다. (결국 '조사기획'이라는 걸 활용해서 완제품에 대한 평가를 받긴 했습니다. 결과는 처참했죠)


    벤치마킹이라는 개념이 여기서 나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시장에 이미 잘되고 있는 제품을 따라 만들면 이점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A라는 초콜릿 과자가 있습니다. 시중에 2000원에 팔리고 있죠. 매우 잘 팔립니다. 그럼 우리는 이 제품을 벤치마킹해서 B라는 초콜릿 과자를 만듭니다. 가격을 똑같이 2000원으로 책정하죠. 그리고 시장에 내놨는데,, 잘 안 팔리는 겁니다. 분명 맛도 똑같고, 포장 디자인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무엇이 문제일까 고민을 하죠.


벤치마킹의 장점이 여기서 드러납니다. 선행사례가 이미 2000원이라는 가격으로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그럼 우리 제품의 문제는 '가격'은 우선 아닙니다. '가격'이 문제인가?라고 고민할 리소스를 아낀 거죠. 근데 여기에 제품 포장 디자인도 똑같고, 성능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럼 생각해 볼 수 있는 요인이 몇 개 없습니다. '마케팅'이 문제지 않을까?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벤치마킹 없이 시장조사 없이 시장에 진입했다면, 제품이 잘 안 될 때 고민해봐야 할 요소가 너무 많습니다. 한정된 리소스로 모든 걸 신경 쓰기엔 쉽지 않죠. 스타트업 등의 초기 시장진입자가 벤치마킹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이후 어느 정도 자산규모를 확보한 뒤 패스트팔로워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하면 됩니다. 일단 살아남아야 할 것 아닙니까.


튼, 지금 제가 하는 사업 영역에서도 벤치마킹과 '고객집착'은 중요합니다. 고객 심리를 명확히 알아야 하고, 트래픽의 특성 또한 잘 캐치하여 상세페이지/광고/제품개발을 하는 게 중요하죠.


우선,, 그렇게 배워가며 하고 있긴 한데. 결과가 어떻게 나오냐에 따라 깨달은 것들이 체득될 것이라 예상합니다.



오늘은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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