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화 ‘기억은 지워져도 마음은 남아요’

부제 : 치매 너머의 온기.

by YEON WOO

많은 이들이 말한다.

“기억하지 못하면, 의미도 사라지는 거 아닌가요?”

나는 고개를 젓는다.

기억보다 먼저 생기는 게 마음이고,

마음은 기억보다 오래 남는다.

어르신은 내 이름을 잊으셨다.

하지만 내가 손을 잡을 때 그 손을 더 꼭 쥐어주시곤 했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우리가 쌓은 것은 정보가 아닌 감정이었다.

치매는 이름은 지워도, 마음의 흔적은 지우지 못한다.

그분은 점점

이름을 잊어갔다.

사람의 얼굴도, 어제의 일도, 자신이 좋아하던 노래조차

조금씩 희미해졌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내가 곁에 앉으면

그분은 조용히 웃었다.

내 이름은 기억하지 못해도, 내 존재는 느끼고 있었다.

그 웃음은 기억의 결과가 아니라 감정의 반응이었다.

오랜 시간 함께 쌓아온 따뜻함과 신뢰,

그분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보이지 않는 흔적이었다.

우리는 함께 수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수많은 침묵을 견뎠고, 수많은 식사를 함께했다.

그 모든 순간이 정보로 남지는 않았지만,

감정으로 남았다.

그분은

내게 “고맙다”는 말을 자주 잊었지만,

내 손을 꼭 잡는 그 순간에 그 마음이 전해졌다.

그분의 눈빛은 기억보다 더 진실했고,

그분의 손길은 말보다 더 따뜻했다.

치매는

기억을 흐리게 만들지만,

사랑은

그 흐림 속에서도 빛난다.

감정은 시간을 넘어 마음에 새겨진다.

나는 그분과 함께한 시간 속에서

정보를 주고받기보다

감정을 나누는 법을 배웠다.

그분이 나를 기억하지 못해도

내가 그분을 기억하는 한,

그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분의 마음속에도

어딘가에 내가 남아 있다는 걸 나는 믿는다.

그 흔적은 이름보다 오래 남고, 기억보다 깊게 새겨진다.

그래서 나는 그분의 곁에 머물며 조용히 웃는다.

그분이 나를 알아보지 못해도 그분의 마음은

내 온기를 기억하고 있다는 걸 나는 안다.

우리가 쌓은 것은

정보가 아닌 감정이었다.

그리고 그 감정은

지워지지 않는

가장 따뜻한 흔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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