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좀 빼고 걸어가자

연분도련 캘리에세이 #26

by 도하






손에 힘을 빼고 쓰세요.



내가 캘리그래피 강의를 할 때 자주 하는 말이다.
손에 너무 많은 힘을 싣고 글을 쓰게 되면 긴장을 하거나 급한 마음이 글씨에 그대로 그려져 나오기 때문이다. 섬세한 작업을 할 때에도 오히려 손에 힘을 빼려고 노력한다. 작은 실수도 눈에 보일 수 있는 작업들을 할 때는 긴장하기 나름이지만 그럴수록 마음을 편하게 하고 손에 긴장과 부담을 덜 줄수록 더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렇게 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이 말은 어떤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어릴 적 아주 잠시 바이올린을 배운 적이 있었다. 아파트 1층 작은 집에서 개인 레슨으로 진행되는 수업이었는데, 그 당시 나는 어디선가 남자가 켜는 바이올린 소리와 모습에 매료되어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했던 것 같다. 바이올린을 배우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현을 만지는 손이 아닌 바이올린 채를 잡고 있던 손이었다. 음계를 정확하고 짚어야 하는 손보다 더 단순한 일을 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 손이지만 내게는 어려운 일이었다. 바로 힘을 빼야 했기 때문이다. 손에 힘을 빼고 해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끄덕하면서도 잘 되지 않았다. 손에 힘을 빼버리면 금방이라도 채가 떨어져 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국엔 손에 힘을 빼지 못한 채 바이올린 배우기를 끝냈었다. 왜 손에 힘을 빼지 못했을까, 아마 채를 잡고 있던 손을 믿지 못 했던 것은 아닐까. 만약 내가 캘리그래피를 계속하지 않았다면 평생 힘을 빼지 못 했을 것이다.






잘해야 해, 성공해야 해, 쉬면 안 돼.라는 주위의 외침 속에서 나 자신조차 똑같이 말해버리며 우리는 손에 힘을 뺄 시간을 주지 않고 있다. 그렇게 우리 손은 힘을 빼지 못하고 실수에 실수를 거듭하며 절망만 바라보고 포기를 생각하고 있지는 않을까? 오히려 힘을 빼야 한다. 잠시 눈을 들어보고. 한숨 돌리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이 일이 오래 걸리는 일이 아님을 알면서도 금세 실천하지 못한다. 혹시나 잘못되는 것은 아닐까 싶어서. 너무 뒤처지는 것은 아닐까 싶어서......

하지만 기억해야 한다. 어떤 일이든 나 자신을 위한 일이라는 것을. 남의 이야기를 들으며 남의 인생을 살아주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러니 힘 좀 빼고 걸어가자.



글/캘리그라피 _ 연분도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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