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팅힐>을 중심으로 보는 장르주의 비평
장르란 프랑스어로 유형을 뜻하는 말로 작품의 양식이나 특성을 분류하는 말로 쓰인다. 액션, 스릴러, 범죄 등 수많은 장르가 존재하지만 해당 연구에서는 "로맨틱 코미디"에 나타나는 장르의 3요소를 <노팅힐>을 통해 어떻게 영화 속에 녹여내는지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첫 번째로 알아볼 부분은 포뮬라, 즉 유사한 줄거리 전개의 패턴과 내러티브 구조를 일컫는다. 로맨틱 코미디의 서사를 먼저 살펴보면 발단 부분에서 전혀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두 남녀 주인공이 (신분 차이나 계층의 차이) 우연히 만나거나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극이 시작된다. 전개 부분에서는 계기적 사건 이후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나는 사건)붙어 있으면서 서로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가지는 부분이다. 그러나 호감은 있되, 자신의 마음이나 상대방에 대한 온전하 확신이 있는 상태는 아니다. 큰일 없이 바로 연인이 될 것 같은 두 사람도 결국에는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제 3자의 개입으로 두 사람의 애정전선에 문제가 생긴다든지 혹은 앞의 설정값이었던 신분의 문제나 배경을 통한 갈등의 상황 역시 발생하게 된다. 이로서 두 사람은 다시는 만날 수 없을 만큼 멀어지게 된다. 그러나 주인공들은 절정 부분에서 오해를 풀고 다시 사랑을 확인하고, 결말에서 대체로 해피엔딩을 통해 사랑이 맺어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영화 <노팅힐>에서는 위와 같은 내러티브를 그대로 사용한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서사를 보이고 있다. 일단 남자 주인공 윌리엄(휴 그랜트)은 여행전문 서점을 운영하는 평범한 사람으로 그려진다. 그러다 우연히 여행 전문 서점을 방문한 슈퍼스타 애나 스콧(줄리아 로버츠)과 만나게 되면서 서사가 시작된다. 이후 두 사람은 계속 우연적으로 만나게 되면서 점점 호감을 가지게 되나, 연예인이라는 여주인공의 직업적인 특성으로 인해 둘은 멀어지게 된다. 그 사이에 서로에 대한 마음의 오해로 인해 점점 멀어지게 되지만 결국 서로가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마침내 두 사람은 오해를 풀고 해피엔딩을 맞게 된다.
두 번째로 살펴볼 부분은 컨벤션이다. 컨벤션은 특정 장르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관습적인 장면을 말한다. "로맨틱 코미디"의 컨벤션에는 우연한 만남이 있다. 앞서 설명했듯이 남녀 주인공은 서로 쉽게 만날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로 설정된다. 그러나 두 사람은 정말 우연히 만나게 되어 관객들로 하여금 "저렇게 다른 두 사람이 사랑을 키워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게 한다. 중심 영화인 <노팅힐>도 슈퍼스타 연예인 줄리아 로버츠가 여행 관련 서적을 운영하는 휴 그랜트의 서점을 우연히 방문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또 다른 예시로 <로마의 휴일>에서도 로마의 공주인 오드리 햅번이 궁을 탈출하여 우연히 기자인 그래고리 팩을 만나면서 시작된다.
"로맨틱 코미디"의 또 다른 컨벤션에는 마음에 없는 말로 인한 오해의 상황이다. <노팅힐>에서 줄리아 로버츠의 촬영을 기다리면서 그녀의 음성을 듣는 휴 그랜트. 그때 자신에 대한 줄리아 로버츠의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듣게 되고 두 사람은 멀어지게 된다. 또 다른 로맨틱 코미디 작품인 <귀여운 여인>에서도 리처드 기어가 친구에게 줄리아 로버츠는 창녀 출신이라고 말을 하게 된다. 신분 대신 자신 그 자체를 봐주는 줄 알았건만, 리차드 기어의 마음에도 없는 소리에 큰 실망을 한 줄리아 로버츠는 분노하고 둘은 잠시 멀어지게 된다.
서로를 바라보는 휴 그랜트와 줄리아 로버츠
세 번째로 살펴볼 장르의 특징은 아이콘이다. 아이콘은 더욱 세부적인 개념으로 화면에 보이는 디테일한 시청각 이미지뿐 아니라 스타 배우도 포함된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 같은 경우에는 특히나 스타파워가 크게 작용한다. <노팅힐> 같은 경우에도 옴므파탈의 대명사인 휴그랜트와 < 귀여운 여인>,<내 남자 친구의 결혼식> 등의 작품으로 로맨틱 코미디에 특화된 줄리아 로버츠가 주인공으로서 작품에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로마의 휴일> 같은 작품도 지금까지 회자되는 오드리햅번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을 볼 수 있다. (사실 로마의 휴일로 오드리 햅번 같은 유명인사가 탄생하긴 했다. ㅎ)
또한 "로맨틱 코미디"에는 금화살과 납화살을 가진 "큐피드 캐릭터"가 존재한다. 금화살 같은 경우는 오히려 두 남녀 주인공을 도와주는 조력자 역할을 하는 캐릭터이다. <노팅힐>에서는 어리바리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철학적인 스파이크 같은 캐릭터가 있다. 그래서 주인공이 사랑으로 힘들어할 때 결정적인 조인을 해주는 역할을 한다. 반면 큐피드의 납화살 사례로는 <귀여운 여인>을 들수 있는데, 해당 영화에서는 회사 경영과 자신의 흑심으로 두 남녀 주인공을 이간질 시키는 필립 같은 캐릭터를 들 수 있다. 전과 다르게 오히려 두 주인공을 갈라 놓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런 캐릭터의 방해를 극복하고 두 주인공은 더 단단해지곤 한다.
결론적으로 모두 다 다른 소재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결국에는 같은 영화적인 약속이나 특성이 존재한다. 이런 장르적인 특성을 통해 각각의 관습들이 어떤 작용을 하는 지 알 수 있었고, 더 나아가 이런 장르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관습들을 비티는 과정에서 새롭고 신선한 이야기를 만들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는 점에서 해당 연구가 의미 있다는 생긱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