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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엇이든 씁니다 Sep 03. 2020

구름

구름 예찬

빨래를 햇빛에 널어 말리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나는 늘 하늘을 살핀다. 자연히 구름을 많이 보게 된다. 구름은 나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주로 날씨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이제 곧 비를 뿌릴 예정이다, 이번엔 저 남태평양에서 초강력 태풍을 몰고 왔다, 이제 곧 구름은 흩어지고 비는 그칠 거다 등등. 흐린 날은 나의 마음이 먼저 답하지만, 맑은 날은 행동이 먼저 화답한다. 오늘도 구름을 보고 재빨리 묵은 빨래를 돌렸다. 그러다 폭삭 망한 적도 있지만, 오늘은 대성공이다.



2층에서 온라인 수업을 하던 딸도 구름을 본 건지 와! 소리 지르며 뛰어나왔고 그 소리를 듣고 옆집 아이도 마당으로 뛰어나왔다. 맑게 개인 하늘을 보니 기분이 좋다며 둘은 룰루랄라 엉덩이 춤을 추었다. 수업은 끝났냐고 물었더니, 과학수업이 남았는데 땡땡이를 칠 거라고 했다. 그러라고 했다. 오늘 같은 날, 온라인으로 듣는 과학수업이 무슨 소용이랴. 태풍이 지나간 자리 하늘을 가득 채운 구름을 보는 것이 더 소중한 일 아닐까. 구름을 보는 것이 과학수업에도 부합한다는 생각이 든다. 구름에 이름을 붙여준 것도 시인이 아니라 루크 하워드라는 젊은 과학자였다.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려고 창 밖의 구름을 보다가 구름 이름도 짓게 된 것이다. 내가 과학 선생님이라면 이런 날은 무조건 밖에 드러누워 구름을 보게 했을 것이다.



새털구름, 비늘구름, 면사포구름, 양떼구름, 비구름, 뭉게구름,,,시시각각 만났다 흩어지는 구름을 보고 있노라니 현기증이 날 지경이었다.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지 천체가 움직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햇빛과 구름과 바람의 조합이 최고였다. 갑자기 엄마 생각이 났다. 내가 아는 최고의 구름은 엄마에게서 왔기 때문이다. 내가 너를 낳았을 때, 할머니와 아빠가 얼마나 잘해줬는지 구름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그때를 회상할 때마다 나오는 엄마는 정말 구름을 걷는 듯한 세상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그래서인지 구름을 보면 행복한 기분이 든다. 오늘은 저 구름 아래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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